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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shun Mar 24. 2024

19세기 일본의 서양음악 수용

塚原康子, 『十九世紀の日本における西洋音樂の受容』, 多賀出版, 1993.

塚原康子, 『十九世紀の日本における西洋音樂の受容』, 多賀出版, 1993.

이미지 출처https://www.kosho.or.jp/products/detail.php?product_id=235590182


(10여 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근대 일본의 클래식 음악 수용에 관한 학위논문 준비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참고문헌들을 찾아 나서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만으로도, 내가 준비하던 주제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 나가기 시작하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저자인 츠카하라 야스코(塚原康子) 선생은 도쿄예술대학 음악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본 전통음악의 서구화과정을 주로 연구한다. 이 책에서도 19세기 일본 황실전통 의례음악이 서양음악 도입 단계에서 변모해 간 과정을 주로 살피고 있다. 일본의 전통음악이나 황실 전통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던 상태에서 처음 이 책을 접하고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외래 문화로서 '서양음악'의 도입이 기존의 현지 문화와 상호작용하게 되는 현상은 한편으로 당연한 흐름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일본 근대의 서양음악사 연구의 주요 방법론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1. 근대 일본에서 서양어법으로 작곡된 음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양식적 연구


2. 일본에서의 음악 활동을 통한 서양음악 정착의 과정을, 기존 전통음악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일본음악사의 틀에 맞추어 접근하는 방식


3. 근대 일본의 경험을 다른 비서구권 국가들의 음악문화에 나타나는 서구화나 근대화의 사례와 비교 검토하는 민족음악학 또는 비교음악학적 방식의 접근


이 책에서는 주로 2번의 방법론을 중심으로 일본 전통 음악에 대한 외래 음악의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서양음악’에 접근하고 있다. 본문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서양음악 수용의 영향력에 관해 주로 참고해 둘만한 부분은 2~4장에 수록된 사례연구들이다.





2장 

메이지 시대 초기 각종 공식 행사를 통해 시행된 서양음악 도입의 사례들을 살펴보며, 초기의 서양음악이 연주된 장소와 연주 기회에 관해 고찰한다. 1868년의 메이지 유신부터 이후 국가의 공식 음악교육 기관인 음악취조괘가 설립되는 메이지 12년(1881년)까지의 시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서구 강대국과의 교류를 위해 새롭게 마련된 여러 공식 행사들은 서양음악이 연주될 수 있던 대표적인 무대였다. 이처럼 메이지 일본의 서양음악 정착 과정은 천황의 행행, 외교행사, 궁중행사, 새로운 식전 등 주로 천황제 근대 국가를 지향하던 당시 일본의 기획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었다. 


3장 

일본의 초기 서양음악 도입 단계에서 직업으로서의 연주를 담당했던 최초의 단체는 해군군악대였다. 이 장에서는 주로 메이지 2년(1867년) 사츠마번 군악전습대에서 취주악 전습이 시작된 이후부터 메이지 20년(1888)에 이르는 기간에 주목한다. 일본 근대화 시기에 서양음악을 조직적이고 직업적으로 배웠던 최초의 집단이 육해군 군악대라는 점에서 이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활발한 연주활동을 했던 해군군악대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장 

가문 대대로 세습의 형태로 전승하던 전통 궁중음악(아악) 연주자들인 황실의 식부료 레이진들이 서양음악 도입 단계에서 새롭게 서양악기 전문 연주자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부분이다. 일본 전통음악을 계승해 오던 황실 내 연주 단체가 국가 차원의 서양음악 도입 기획에 따라 서양음악을 배워 연습하고 직접 연주에 나섰다는 점은 근대 일본의 서구화를 상징하는 독특한 사건 중 하나이다. 아악의 기존 전통을 바로 세우는 한편, 새로운 서양음악의 어법과 질서를 열심히 배워야 했던 레이진은 메이지 시대 서구화의 실상을 생생히 드러내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국가 체제 변화에 따라 메이지 시기 황실과 정부를 주축으로 이루어진 주요행사들에서 서양음악이 차지하게 된 위상과 역할을 살펴본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 체제 성립과 외래문화로서의 서양음악이 맞물려 있던 메이지 초기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 일본의 전통음악이 중심을 이루었던 국가의 공식 의례에서 점차 서양음악의 비중이 커지게 되는 과정은, 당시 일본이 서양 강대국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규정해 갔던 방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의 논의를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근대 천황제와 황실 의례에 관한 상당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근대 천황제 국가로서 메이지 일본의 정체성과 공식적으로 실시된 주요 의례들이 갖고 있던 상징은 이 때 형성된 일본 전통과 서구 문화가 혼재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천황의 군대, 천황 보좌 역할로서의 화족, 천황 관련 의례를 위한 레이진, 또 천황 참석 여부가 주된 관심이 되는 각종 국가 기관의 설립, 관련 행사 등은 근대 일본의 서구화를 논의하는 데 핵심적인 주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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