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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Jan 25. 2016

#9.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거절의 기술

전현무vs강호동, 전현무와 하니의 문답을 보고


# 1.

전현무(이하 전) : sbs에서 어떤 활약 하셨죠 올해?
강호동(이하 강) : 하핫핫(민망한 듯한 웃음)
전 : 아니, 여쭤보는 거잖아요.
강 : 스타 중의 스타, 킹 중의 킹, 스타킹! 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 : 강호동씨도 본인이 대상 후보 중에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강 : 사실상,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요. 저는 후보로 올라온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대상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전 : 그런 뻔한 말씀 말고요. 속에 있는 말씀 부탁드릴게요.
강 : 하하하 지금 손에 땀이 납니다.
(중략)
전 : 강호동씨, 정말 마음속에 예상을 하고 있는 대상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정말 내가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솔직히요.
(중략)
전 : 그렇다면 김병만 유재석 둘만 남았는데, 둘 중에 한 번 그럼 예상을 해 보시죠.
강 : 아! 어려워요. 그건 어렵습니다
전 : 한 번 예상을 해 봐요.
강 : 병만이는 제가 사랑하는 후배고, 유재석씨는 참 오래된 동료고,
전 : 그래서 누구냐구요.
강 : 아 그건 정말 어렵습니다.


# 2.

 전현무 : 오늘 제 양쪽이 다 하니에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하니씨라고 하면 두 분 다 볼 것 같아서요.
하니 : 확실한 구분을 위해서 저는 그냥 털털하니라고 불러주세요.
이하늬 : 저렇게 예쁜 외모에서 털털하니라니요.
전현무 : 아니 그런데 오늘 외모가, 되게 준수하시거든요.
이하늬 : 그런거 하지 마요, 왜 그래?
전현무 : 왜요, 아니 준수하잖아요 외모가.
하니 : ......(뒤돌아 눈물)


순발력과 재치,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과한 진행 솜씨를 볼 때마다 방송인 전현무씨를 훌륭한 진행자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두 가지의 연이은 언행으로 그는 대중의 눈흘김을 습니다. 앞선 지난 달 30일 sbs 연예대상에 강호동에게 던졌던 -무례하다는 여론에 결국 공식 사과까지 하게 만든- 질문들과, 지난 14일 서울가요대상 시상식에서 나눈 하니와의 오프닝 멘트가 이유였습니다.



살아가면서 곤란한 질문을 받는 경우는 절대 드물지 않습니다. 아니, 태어나서 말귀라는 것을 알아듣기 시작한 이래 가장 처음 듣게 되는 질문부터가 바로 그 중 하나죠. 바로 이 말입니다!


넌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


저 질문을 뭐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였던지. 어릴 적 대답하기 어려워하던 저를 보던 짖궂은 이모, 삼촌, 고모들의 표정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두 부모님 모두 생존해 계시는 행운아가 바로 여러분이라고 가정하고, 지금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찌 대답하시겠어요?


아니, 이런 유치한 걸 왜 물어보냐?

둘 다 좋아!(혹은) 둘 다 싫어!(헉!)

몰라, 그 때 그 때 달라!


어른이 된 우리에게 친구가 툭 치며 물어온다면 우동 면발 넘기듯 후루룩 넘기고 말 수 있겠지만

만약 여러 사람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요? 이를테면 이런 요청을 받을 때 말입니다.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다희 씨, 노래 좋아한다면서? 한 번 불러 줘요! 어때?


올 것이 왔군.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당신, 정말 좋아하고 노래에 자신 있는 당신이라면 멍석을 깔아주신 그 분께 감사하며 못 이긴 듯 장기를 발휘하면 됩니다. 허나 오늘의 주제는 재치있게 응하는 방법-이 아닌, 곤란한 상황을 피해 가는 방법임을 기억해 주세요.

짧은 시간동안 수 많은 생각이 오고갑니다.


이걸 어째. 못 하겠는 이유를 솔직하고 진지하게 설명해야 하나?

아냐... 분위기를 살리면서
재치있게 모면하고 싶은데(가능한 빨리!) 어떡하지?


이처럼 난처한 상황을 공개 석상에서 맞닥뜨린 사람이 바로 강호동씨와 하니 양입니다. 나이 어린 신인인데다 진행이 본업도 아닌 하니 양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명 mc 중 하나이자 노련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천하의 강호동씨조차 지금은 쩔쩔매고 있군요.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까요. 잘 대답해야 본전, 못 하면 내 스타일을 왕창 구길 수도 있는 난처한 질문에 대처하는 작은 팁을 알려드립니다.


바로

1.고마움 또는 칭찬을 표한 후
2.화제를 전환하면서
3.질문자에게 같은 질문을 되돌려 주는 것입니다.



다희 씨, 노래 좀 들려주세요!

노래요? 제 보잘것없는 솜씨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고마움 표시) 그런데 노래를 듣고싶다고 말씀하신 분이야말로 노래를 좋아한단 걸 증명하신 셈인데,(화제 전환) 제가 먼저 한 곡을 이 분께 청하면 안되겠습니까?(질문을 되돌려 줌) (틈을 주지 않고)여러분 어때요, 괜찮을까요?(확인사살?!)



가수들이 출연하는 음악 프로그램 녹화에서는 라이브 준비 때문에 중간중간 공백의 시간이 발생하곤 합니다. 그 브레이크 타임에서, 제 옆의 남자 진행자가 제게 뜻밖의 노래를 청했을 때 한 말입니다. 사실 저는 노래를 무척 좋아해요. 하지만 그 날만은 목감기로 겨우 녹화를 이어가던 참이라 차마 노래를 들려드리기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나, 제 옆의 파트너가 평소 노래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부담없이 질문을 되넘겼죠. 제 말을 이어받은 파트너는 즉석에서 멋지게 자작 랩을 소화했고 관객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상황을 확장해 볼까요.


A : 하니씨, '털털하니' 말고 '준수하니' 어때요?

B : 와, 역시 재치있으시네요.(가벼운 칭찬) 그런데 저는 그렇다 치고(화제 전환), 정작 질문하는 전현무씨는 연애 안 하시나요?(질문을 되돌려 줌) 왜죠?(확인사살?!)


A : 강호동 씨, 올해 연예대상을 본인이 차지할 거라고 보십니까?

B: 전 후보가 된 것만도 충분히 영광입니다.(고마움 표시) 그래서 말인데요(화제 전환), 올해 활약상을 봤을 때 제가 받을 수 있을까요 전현무씨?(질문을 되돌려 줌)

A : 그럼 유재석 김병만, 둘 중에 누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

B: 야, 어쩜 이렇게 일관되게 질문을 하는지, 훌륭한 사회잡니다.(상대를 칭찬) 그런데 저 말고 전현무 씨는(화제 전환) 둘 중에 과연 누구일거라고 생각하십니까?솔직하게요!(질문을 되돌려 줌)


이 대화에서 반문에 앞선 칭찬이나 고마움 표시는 분위기의 완충 작용을 합니다. 즉, 내 마음에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질문받은 사람이 난처할텐데, 뭐라고 대답할까?' 하는 생각으로 잠시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 주지요. 그리고 다음 순간, 역으로 같은 질문을 질문자에게 던져 분위기의 초점을 이동해 버림으로서 이제 사람들은 내가 아닌, 질문자의 입을 주목하게 됩니다. 나는 상황에서 재빨리 빠져 나올 기회를 잡은 셈이고요.




사실, 모든 말하기에 적용 가능한 일반적인 대화 패턴이란 있을 수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 많은 대화 속 배경 상황, 화자의 감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어떤 정형화된 패턴을 솔루션으로 제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싶은 고민을 저는 늘 가지고 있습니다.

강호동 씨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도 우리는 짐작 뿐, 사실을 알 수는 없습니다. 친분이 깊은 사이라서 실제로는 인터뷰를 하고도 전혀 마음을 다치지 않았을지, 아니면 침체기를 거쳐 회복 중이라고 평가 받는 이 시점과 맞물려 적잖은 내상을 입었을지 우리가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다만 좋은 일로 모인 공식 석상에서 말 때문에 공연히 마음을 다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참석한 모두에게 불편한 일일 것입니다. 이를 피하고자 내가 당사자가 되었을 때 문득, '언젠가 읽었던 글 속에 이런 말이 있었지!' 라고 떠올려주시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 단편에라도 자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참 그래요. 어렸을 적 그렇게 듣기 싫던 질문을 입장이 뒤바뀐 저는 요즘 참 자주 하고 있거든요.


재현아, 아빠가 더 좋아?엄마가 더 좋아?


이십 개월 짜리 아이에게 이 질문은 1 초의 망설임도 필요 없는 문제라는 걸 아시나요. 팽팽한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아직 질문 전체를 기억할 정도로 단기 기억력이 발달하지 않은) 재현이는 무조건 뒤에 나오는 사람이 답입니다.


재현이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아빠!
그렇구나! 그럼 이번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 엄마!엄마!


하하, 녹화해 두고서 나중에 사춘기가 되어 혼자 놔두라면서 신경질 낼 때 보여줘야겠습니다.


이른바 거절의 기술은, 애초에 하나의 소주제로 다루려 했건만 생각하고 써 내려갈수록 결코 그 범위며 소재가 좁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에 걸쳐 적어보려 해요. 오늘은 먼저 곤란한 질문에 답해야 할 때를 대상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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