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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Apr 25. 2016

#11. 미디어에서 배우는 일상 커뮤니케이션의 꿀팁

난폭운전을 생중계한 bj의 심리는 우리에게도 내재돼 있다

 며칠 전, 한 Bj(Broadcasting Jockey, 인터넷으로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가 위험천만한 난폭운전을 하는 장면을 생중계해 사람들에게 커다란 지탄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시청자의 신고로 체포된 해당 Bj는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받고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 좋아 이런 일을 벌였다고 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수입과 직결되는)별풍선에 눈이 먼' 몇몇 Bj들이 일으켰던 일련의 사건들과 맥락이 같지만, 조금 달라 보이는 다음 내용이 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 원한 건 돈보다는, 보는 사람들의 관심 자체로 추측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생방송 도중 시청자들에게 별풍선보다는 추천버튼을 눌러 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는군요.

(정확히 알고 싶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의 방송 다시보기를 시도했지만, 끝내 여의치 않았습니다. 기사에 실린 내용이지만 사실과는 뉘앙스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


'지그재그 난폭운전’ 동영상 생중계 해온 BJ, 결국 구속(동아일보)


 기사와, 기사에 달린 수많은 비난 댓글을 보며 전 엉뚱하게도 몇 달 전 보았던 정우성씨와 손석희씨의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jtbc의 뉴스룸에 출연했습니다.


손석희 : 이번 영화에서 제작까지 겸한 건 좀 모험일수도 있지 않나요?
정우성 : 예. 제가 모험을 좀 좋아해서 그래요.
손석희 : (웃음) 그렇게 되면 사실은 상업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거잖아요? 모든 대중문화가 그렇지만.
정우성 : (단호하게)당연하죠. 일단 기본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선택받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게 모든 영화인들의 바람이죠. 저 역시 어느 정도 그런 욕심은 가지고 있었고요.
손석희 : 예.


 관객의 사랑을 받는 것은
모든 영화인들의 하나같은 바람이지요.


맞습니다. 그 누구든 많은 사람이 보아주길 바라지 않는다면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지요.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입니다.

 인터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그는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영화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뚜렷한 사람으로 새삼 시청자에게 각인됐습니다.


 이런 멋진 남자가 제 머릿속에서 저 지질하디 지질한 난폭운전자와 동시에 떠올랐음이 정말 유감입니다만, 그 어떤 유사점이 제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정우성씨를 굳이 소환한 것이겠죠.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로서, 가급적 나를(또는 나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고 어필하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입니다.


보았노라, 입에 오르내렸노, 기억되었노라.
고로 존재하였노라.


 사람들에게 인지되지 못한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저작물 혹은 상품은 곧 만들어지지 않은 것과 다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작물들이 존재하는 의의와 목적이란 것이 곧 '대중에게 보이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겠으며, 이를 뒷받침할 공격적 마케팅의 예들을 찾는 일 또한 식은 죽 먹기일까요. 바로 아래처럼 말입니다.


1.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한 걸그룹의 인터뷰

스텔라, 우리가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추는 이유


대중문화 분야 밖에서도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선거판에 나선 예비 정치인들의 속마음을 보시죠.


2. 4.13 총선을 앞두고

'진박'은 누가 만드나? 비난마저 반가운 속사정


'일단 널리 알려지고 볼 일'이라며 전투적인 방법도 마다치 않았던 사례를 나열하자니 마치 그(=대중문화상품 임은 일단 인정하기로 합시다)를 변호하는 모양새가 되는 듯해 찝찝한 마음이지만, 뭐 어쨌든 그가 이번 글의 모티브가 되어 준 건 확실하니 좀 더 생각을 확장해 보죠.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에게는 모두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자 하며 그것으로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존재합니다.


 여기에 의사의 관심을 받고 싶은 나머지 스스로를 환자라고 이고 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심리학 용어, '뮌하우젠 증후군'이야기입니다.

(길고 긺 주의ㅎㅎ)

 윌리엄 맥로이(William McIlhoy)라는 영국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각종 진기록의 집합소인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인데, 그가 세운 세계 기록은 바로 병에 걸린 척 꾸며내어 불필요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분야였습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그는 1983년 요양원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무려 100개 이상의 병원에서 400회 이상의 수술을 받았으며, 진료비로만 400만 달러 이상을 의료보험공단에 부담시켰습니다. 그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22개의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답니다.

 그런가 하면 동료들에게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고 주장한 킬 메이너(Keele Maynor)라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녀는 일부러 삭발을 하고 몸무게를 감량했습니다.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 대신 일을 해주기도 하고, 치료비 마련을 위해 행사를 열기도 했는데,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은 무려 5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결국 진실이 탄로났고, 법정은 킬 메이너에게 징역 3년형과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아프지도 않은 사람이 병을 가장한 예를 찾기란 의외로 드물지 않은데, 이들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이 다름 아닌 동료들이나 의료진의 관심과 사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가짜 환자들 중에는 과거 의료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했었거나, 실제로 어린 시절 중병으로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해 본 사람이 많습니다.
 병원생활이란 무척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반면 많은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친절히 대하며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주는 등 각박한 사회생활에서는 얻기 힘든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기에 이들은 기꺼이 스스로를 환자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용어가 바로 ‘뮌하우젠 증후군(Münchausen syndrome)’인데요, 단어의 주인공 카를 프리드리히 뮌하우젠(Karl Friedrich Münchausen) 백작은 18세기 독일의 전형적인 한량이었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자 해 보지도 않은 무용담을 하나 둘 꾸며내기 시작했고, 백작을 흥미 있게 여긴 한 작가는 그를 소재로 《허풍선이 뮌하우젠 백작의 놀라운 모험》이라는 이야기를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미국에서는 영화화되어 좋은 흥행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훗날 리처드 애셔(Richard Asher)라는 영국의 의사가 환자와 의사의 상호 심리학적 관계를 연구하던 중, 상당히 많은 환자가 의사의 관심을 받기 위해 병을 부풀리거나 꾸며내고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뮌하우젠 증후군이라 명명하였습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중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 법칙>에서 일부 발췌


어떤가요? 가히 '관심종자'의 원조 격이라 할 만하지 않습니까.

(관심종자 : 타인에게 주목받고 반응을 보는 것을 즐기는 나머지, 다소 기이한 언행도 서슴지 않거나 일상을 과장되게 포장해 sns에 올리는 등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




SNS는 일생의 낭비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말이 나온 김에 SNS 이야기를 좀 더 해 봅시다. 세계적 유명인사인 퍼거슨 감독의 저 말은 'sns 명언'으로 검색하면 단박에 찾을 수 있는 말입니다. 그만큼 sns를  비판하는 글들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허영심이 빚어낸 관심종자들의 집합소이자, 허세가 가득하고 진실되지 못한 가상 세상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우습다며 점잖은 척하는 글들을 말입니다.

 화려한 일상생활을 뽐내는 연예인의 사진에도 댓글이 달립니다.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성공했고,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저런 데에서 관심을 받고자 허세 가득한 사진들을 올리지는 않는다고 말하지요.


 글쎄요, 원조 관심종자들인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를 참고해 봅시다. 이 증상의  원인은 결국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던 조건 없는 애정에의 갈구로 귀결되는데, 이 '갈구'가 반드시 어린 시절에 애정 결핍을 겪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보통의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란 우리에게도 이런 갈구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인간인 이상 타인의 관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태어나서부터 아기는 부모와 주의의 관심을 끌고자 생존에  필수적인 '우는 법'을 이미 마스터 해 나오죠. 이렇게 인간이란 어찌 보면 가까운 가족부터 먼 남에게까지도, 얼마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인정받느냐로 규정되는 존재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우리의 행동들을 그리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의 투영으로서 관대하게 바라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자, 이제 다시 그의 심리로 돌아가볼까요. 드디어 변호 아닌 변호는 그만 둘 타이밍이 왔군요.

 멋진 배우 정우성 씨와는 정반대로 범법자의 낙인이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가져오고 만, 나이마저 서로 비슷한 40대의 그 Bj에게 심각하게 결핍되어 있었던 점은 바로 이겁니다. 정우성 씨의 인터뷰를 더 보시죠. 처음 소개한 인터뷰 문답에서 바로 뒤에 이어진 발언입니다.

(따지고 보면 별 말 아닌데도 멋짐 주의...ㅎ)

(제작까지 겸하는 입장이 되니 상업성 추구에 대한 고민이 많았겠다는 질문에 대해)

정우성 : (맞습니다.)하지만 관객들에게 선택됨에 있어서, 상업적이라는 그 요소 하나에만 국한되면 안 되거든요. 이 영화에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느냐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는 상업적 코드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여러분들이 사랑, 아픔, 상처, 기억을 다시 되짚어볼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로 이겁니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생산자가 무언가를 창작하고 세상에 내어 놓기 전까지는


이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인가?


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콘텐츠가 대중과 만날 곳이 멀티플렉스 극장의 대형 스크린이든, 모바일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든 다르지 않습니다.


 창작물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이유는 결국

1.메시지에 얼마나 대중이 공감했는지
2.전달 방법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달려 있습니다.

 이 중 1번 과정을 생략한 채, 2번의 '매력'만을 말초적으로 해석해 버리면 그처럼 카메라를 켠 채 난폭운전을 하거나, 심지어 성관계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 성관계까지 생방송 한, 도 넘은 막장 Bj들 )


저토록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콘텐츠=돈벌이의 수단' 이라는 등식 하에 만든(것으로 추정되는) 저작물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끝으로 대중문화나 예술분야와 관계없는 누구라도 일상으로 가져올 만한,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남에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
나를 꾸며내거나,  무리한 언행을 일삼지는 맙시다.
다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직장에서 '예스 걸'로 불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저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욕심에 누가 하는 말이든 토를 다는 법 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행동하려 노력했죠.

 노력이 보답을 받아 저는 입사한 해에 우수사원 표창도 받고, 회사 직원 간 투표로 정해지는 '인사왕'이라는 상도 받았습니다. 화려하죠?ㅎㅎ

 그런데요 여러분, 이듬해에 저는 퇴사를 했답니다. 불과 2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말이에요. 하하하


 주된 이유는 '방송 분야에 대한 미련'이었지만, 예스걸로 행동하면서 쌓인 내면의 피로감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음도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걸 지금은 인정합니다.

(그 때는 몰랐어요. 제가 회사의 생리에 딱 적합한 사람인 줄로 믿었었죠. 자신을 제대로 아는 일은 그래서 참 중요합니다.^^)


 이처럼 무리한 언행을 습관화하다 보면 결국 스스로를 다치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글에만 있는 용어이자, 수 많은 병원을 먹여살린다는 '홧병'의 실체가 뭐겠습니까? 또 앞선 뮌하우제 증후군 환자들을 보십시오. 결국 그들에게 남은 것은 커다란 망신살 또는 금전적 후유증(혹은 둘 다!)이 아닙니까.

 나를 부풀리거나 왜곡하는 것, 시작은 쉽지만 지속하면 스스로를 큰 스트레스에 빠뜨리게 된다는 것을_미리 인지하셨으면 해요.



 여기까지. 론은 또 '솔직담백함'이군요.

긴 글을 마무리하며, 문득 자이언티의 'No Make up'이라는 곡을 함께 듣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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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웃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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