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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May 12. 2016

#1.어버이날, 죄송하지만 좀 더 기다려 주세요 부모님

취업 못 해 송구한 당신께, 결혼 못 해 죄송한 당신께

 

 과연 극심한 요즘 취업난이 어버이날의 풍경을 바꾸어 놓고 있는지? 글쎄, 딱히 최근의 현상만은 아닐 것. 언제나 취직 안 한 자식 마음은 죄인이니 말이다.


취업난에 어버이날도 양극화..외면하고픈 날, 취업이 곧 효도  (뉴스1, 2016.5.8)


 삶의 시계는 꾸준하고 우리의 심장은 내구성이 꽤 좋다. 평균 칠팔십 년 동안을 1초도 안 쉬고 거뜬히 일할 수 있다니! 지금 삼십 대 중반인 내가 노인의 칭호를 얻을 때 즈음이면 그 평균은 100년 언저리로 늘어날 거라는, 장미빛인지 흙빛인지 모를 예측치도 왕왕 들려온다.

  중 '흙빛'이라는 데에 한 표를 준다면 그 이유로는 생명 연장의 속도를 못 따라가는 라이프 사이클의 구시대성을 꼽겠다. 무슨 소리냐고?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 사회의 각종 제도나 인식도 그에 맞추어 달라져야 기 마련-

 이지만! 의학 발달의 속도를 의식과 제도의 변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백 세 시대에도 인간은 고작 서른 즈음이면 결혼에 관한 온갖 주변 눈치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아침마당 이동준, 아들 이일민에 "결혼 서른 살 넘기지 말아라"

(tv 리포트, 2016.5.6, 가십성 기사지만, 내용이 딱 맞아서요.ㅎㅎ)


한 배우자와 평생을 살아가는 모습만이 이상적인 거라고 주입 받는다.(통계와 인식의 괴리감이란!)

 더군다나 학교를 졸업하면 빨리 어엿한 사회인의 모습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줄지 않았다. (명절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뉴스거리, 친척에게 듣기 싫은 말들의 순위를 떠올려 보자.)


대학생 명절 스트레스 1위, "언제 취업 할 거니?"

(MBN.2016.2.8)


 아니 글쎄 백 세 시대가 도래한다며! 더 오래 살면 일할 날도 더 많아질 텐데, 신중히 잘 골라서 몇 년  늦게 천착하면 좀 어때서!



 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하기엔, 허나 청년의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

 당장 학자금 대출이자 상환일은 꼬박꼬박 돌아와 가뜩이나 불편한 청춘의 마음을 조여 오고, 결혼 비용에 관한 매스컴의 보도들은 차라리 나보고 독신으로 살라고 종용하는 듯하다. 어버이날 찾아 뵌 나의 부모님은 어째 몸이 더 안 좋아지신 것 같다. 오랜 둑에 물이 새어나가기 시작한 것 같달까. 둑이야 돈만 있으면 싹 뜯고 새로 만들 수라도 있지! 어떤 수단을 써도 결국 두 분께 뾰족한 미래가 없단 사실 또한 마음 근육 약한 청춘의 심장을 덜컹거리게 한다.


 그 와중에 수많은 청년은 떠밀리듯 직장을 택한다. 아니, 직장에게 '택해진다'. 간과 쓸개 다 내어놓고 어렵게 연습한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나 좀 골라 달라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건 마치 상대가 내 이상형인지 확신하지도 못한 채로 프로포즈를 하려고 온갖 구애의 스킬들을 연습하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지만.    

 그래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으니까. 은행의 압박으로부터, 부모님의 깊은 걱정으로부터. 안개 속을 걷는 불안감과 주변의 온갖 눈치로부터.

 

 이렇게 일터란, 직업이란, 청년들 자신으로부터 유리되어 버렸다. 생계를 위해 하는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그나마 안정적이기라도 하다면 다행이지. 조회 수와 댓글 수에서 종종 포털 사회 면의 최상위를 장식하는 '헬조선의 취업 전쟁'이라던지 '사상 최고인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 등과 같은 기사들을 읽어내려갈 때면, '소질'과 '흥미', '적성'과 '소명 의식' 등의 나태한 용어들은 이젠 박제해서 그냥 박물관에나 전시해야 할 용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허나 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 내가 어느 새 이십 대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와 서른 중반의 안정기(라고 누가 그랬나! 결코 그렇지 않아.)라 불리는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 성공이 쉬워 보이거나 진짜 어려움이 뭔지 몰라 그러는 건 더더욱 아니다.

 수 많은 종류의 일이 있다. 그 중 내 일상에 활력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있으며, 이를 찾아내어 그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감히 단언컨대, 배우자를 정하는 일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겠다.

 좋은 결혼상대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해서 아무나 대충 골라 결혼하는 사람은 없듯, 진짜 나와 맞는 일을 찾는 과정을 겪어내려는 시도는 결코 청춘에게 사치라고 볼 수 없는, 시행착오로서의 '연애'와 같은 것이다. (삼포세대, 칠포세대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청춘들은 형편껏 연애란 걸 하니까.)

 젊은이들이 이직을 쉽게 생각하고, 쉽게 그만두어 버리며, 나이가 차도록 안정된 직업이 없다고?

 첫째, 자격을 갖춘 청년에 비해 좋은 일자리가 적은 척박한 환경 탓이 큼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둘째, 사회적으로 자연스런 일일 뿐. 점점 늘어나는 기대 수명의 이 시대에, 생의 무려 삼분의 일이란 어마어마한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쓰고자 하는 합리적인 탐색의 결과로 이 현상을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인정한다. 내 마음 대부분은 낭만주의, 이상주의가 지배한다. 내 성향이 그렇다. 그래서 이런 글, '욕 먹을 수도 있겠다' 와 '욕 먹기 싫다' 가 공존한다. '꿈을 찾아 내고, 꿈을 향해 가는 것이 청춘의 소명'이라는, 요즘 들어 더더욱 욕 먹을 만한 말을 꺼내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글에 현실감각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형편껏' 하자는 말은 그래서 붙인 거다.

 기타치며 노래하기를 낙으로 삼던 십대 시절을 지나, 그럭저럭 중소기업에 취직해 박봉을 받으며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퍽퍽한 하루하루라도


 '형편껏' 꿈을 탐색할 궁리는
 얼마든지 해 볼 수 있지 말입니다!


라고 본 연사는 소리 높여 주장하는 바이지 말입니다! 라고.

 

  '혹시 좋아하는 기타와 노래를 마음껏 하며 밥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희망을 놓지 않은 청년을 더 살펴 보자. 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날 고용한 회사가 대부분 정한다지만, 이외엔 상당 부분이 내 선택에 달렸다. 미리 월차를 내 두고 달력 속 제이와이피나 와이지의 오디션 날짜에 몰래 동그라미를 쳐 둔 채 손가락이 닳도록 연습하며 벼르고 벼를 수도 있다. 혹은 그저 회사와 집만 오고가면서 '꿈 따위의 단어는 이 헬조선에서 사라져야 할 단어'라며 휴일 내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저 형편껏만,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기 위한 탐색을 멈추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프다. 전자처럼 무리하라고 권하고 싶지도 않다. 왜 치트 키를 몇 개씩 쥐고 있는 십대들과 굳이 경쟁하려 하는가. 순간을 열심히 살자. 그저 쉬는 날을 틈틈이 음악에 할애해 유튜브에 작업한 것들을 올려 보는 식이라든지, 그렇게 거창할 필요 없는 방법들로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계속해 보자.


 끝내 사람들로부터 별 반응이 없다면?지쳤다면? 헤어져야지 뭐. 미련이 가득한 첫사랑을 어렵게 찾아 다시 만나봤지만 결국 내 짝은 아니었던 거다. 이번 연애는 실패로 끝났지만 괜찮다. 다른 상대를 찾듯 다른 진로를 탐색해 보면 되니까. 시간의 압박을 받을 이유 또한 없다. 소속된 회사가 있고, 밥벌이가 해결되고 있다는 다행스런 사실이 있으니  

천천히 천천히.

 처음부터 말했지만, 우리 인생에는 '쇠털같이 허구헌 날'들이 남아 있다. 안정적인 직종으로 빨리 닻을 내리라고 말씀하시는 지긋한 연세의 어르신들은 미처 체감하지도 경험하지도 못하실 만큼의...



 이쯤해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자기의 진짜 진로를 찾은 행운아를 소개한다.


 게임을 즐기고, 게임에 자기만의 해설을 덧붙이길 좋아했던 sk커뮤니케이션즈의 나동현 대리는 유쾌하지만 평범했던 직장인의 자리를 내려 놓고 개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됐다.


자극보다 진심을 택한 Bj 대도서관 인터뷰


너무 특수한 케이스라고? 인정한다. 모든 개인 창작자들이 대도서관처럼 잘 벌거나 유명해졌다면 적성찾아 일하기를 권유하는 이 글은 씌어지지도 않았을 테다.

 다만 중요한 건, 우여곡절 끝에 내 성향에 꼭 맞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하는 순간이 즐겁다는 것. 

 이상형과 결혼했다고 내내 좋기만 할까. 일과 스트레스는 '빵과 군살(ㅋㅋ)'처럼 불가분의 관계이니 시도 때도 없이 맞닥뜨릴 것이다. 다만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스트레스에 맞서는 능력은 한층 커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주1. 능력이 커진다기보다, 때려치우고 싶어도 좋아서 끝내 또 붙들게 된단 표현이 맞을지도...
그래도 '이 일이 좋기도 하고 먹고 살아야 하니 못 때려치우는' 것과, '순전히 먹고 살아야 하니 못 때려치우는' 것은 내 자존감에 상처를 내는 정도가 다르다.

주2. 성향이 맞음은 어느 정도는 재능이 있음을 포함한다.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데 오랜 기간 전혀 반응이 오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해진다는 것은 희망과 성향이 일치하지 않다는 뜻일 수도...


 결국 흔한 이상주의자의 꿈 타령이라고요?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 ㅠ.ㅠ

이제 제 말을 증명해 줄 사람들을 만날 거에요. 인터뷰를 나누고, 브런치에 차근차근 담아 소개할게요.

 그들을 그저 대도서관처럼 '특수한 재능을 가진 남의 케이스'로 보든, 있을 법하거나 나와 비슷한 부류의 이야기로 보든. 당신의 몫입니다. 전 다만 바랍니다. 당신이 너무 겁내지 않기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부러워만 하거나 거창한 것으로만 생각지 않기를.

 우리는 정해진 시간을 사는 유한한 존재고, 이왕이면 그 중에 즐거운 시간이 많았으면_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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