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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루비 Dec 14. 2015

오기와 신념

요지경 2호를 준비하면서

저번주에 마지막 인터뷰가 끝났다.

이로서 2호에 실릴 6명의 인터뷰가 끝이 난 것이다.

섭외도 쉽지 않았고 중간중간 프리랜서 작업도 하면서(생활비를 위해) 정말 힘겹고 촉박한 두달이었다.




요지경 #2 Workplace


마지막 인터뷰를 하러 간 날.

기분이 이상했다.

인터뷰때문에 들뜨고 긴장된 상태기도 했지만,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던 <요지경>이 이렇게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걸 보면서 신기했다.


그동안 불안하기도 하고 힘든 시간이 많았다.

혼자서 모든 걸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1호 판매와 함께 2호 제작도 하는 것이 정말, 정말 힘들었다.

무엇보다 확실한 반응이 오는 게 아니라서 많이 의기소침했다. 텀블벅 후원으로 1호를 제작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반응과 지지가 있을 거라 기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게 당연하다. 바보같게도.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주요 대형 서점들에 진열되어있는 것도 아니다. 독립출판서점에 입고되어있만 그곳도 매일 많은 양의 신작들이 들어온다.

그 안에서 눈에 띈다는 건 가만히 있어서는 불가능하다. 내가 엄청난 유명인들을 인터뷰하는 것도 아닌 이상. 사실 당연한 건데 하하하.


그럼에도 계속 해온 것은.. 일종의 오기와 신념이었다. 내 스스로 잡지라고 정했다면 1년은 채우자.(애초에 계간지였으니 4호까지는 발행해야하는 거다)라고 하는 오기.

그리고 힐링이나 멘토, 유명인의 화려한 삶이 아닌 진짜 현실의 삶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신념.

그리고 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

오기와 신념이 2호를 제작할 수 있게 해줬다.

어쩌면 이 신념도 오기일지도 모르지만...

1년을 채우고 나면.. 잘 모르겠다. 판매부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어려울 순 있겠지. 하지만 직장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일년에 두번, 안되면 한번이라도 계속 제작하고 싶긴 하다. 요즘엔 어떻게든 이어갈 방법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형태도 웹이든 비디오든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제 2호를 제작하는데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이야기라니ㅋㅋㅋㅋㅋㅋ 안타깝지만 이것 또한 현실이다.


앞서서 오기와 신념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신념부분에 힘을 더 실어보자.

매번 힘들게 준비하지만 가장 신나고 에너지를 얻는 순간이 있다.

바로 인터뷰.

인터뷰이들과 만나서 삶의 목표와 문제,

지금의 삶, 질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면

정말 놀랍게도 내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 이거였지. 이거때문이었어.' 울적하고 앞이 보이지 않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다.

그들도 무조건적으로 행복하진 않다.

하지만 만족한다.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불만족스런 사회인데.

그런데 그들은 만족한다.

그 이야기들을 전한다는 사실에 나는 기뻐진다.

금방 사라질 효과긴 하지만.


진짜 이것때문에 난 계속 이 <요지경>을 계속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에디터나 언론인이 되고싶은 건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난 기본바탕이 디자인인 사람이고 그냥 조금, 사회 이슈와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커리어나 포트폴리오에 상관없이

오기와 신념만으로 이 작업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아직도 남은 문제가 많다.

1월 중순 발행을 앞두고 있는데 한달정도 남은 시간동안 편집과 디자인, 검열까지 가능할까하는 문제.

그리고 제일 큰 제작비.

계속 프리랜서 일이 들어와서 돈은 벌고 있지만 견적이 나와봐야 안다. (아직 1호 판매비용만으로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광고도 없고..)


적고보니 시간과 돈 싸움이다.

인터뷰가 끝났으니 반은 지나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방황하는 내 마음만 잘 추스리면 되지 않을까. ㅎㅎ


TBS 코난쇼의 호스트, 코난 오브라이언이 한 말이 있다. (요즘 계속 보고 있다. 장난아니게 웃기다)

20년간 일했던 NBC에서 나오면서(사실 배신당한거지만....) 마지막 쇼에서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Work hard and be kind

2호도 그렇게 마무리해야겠다.

오기와 신념으로

하지만 최선을 다해 일하고,

주변 사람들에겐 친절하게.

그럼 이 1년의 작업이 안 좋게 끝나도 후회하진 않겠지.





인터뷰매거진 요지경
요지경은 계간으로 발행되는 인터뷰매거진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질문하고 세상의 다채로운 삶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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