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belbyme Aug 31. 2022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

조르주 바타유-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마네

조르주 바타유의 마네에 대한 글을 다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작가 연보를 읽었다. 연보를 읽으면서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마네의 연보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르주 바타유가 쓴 책이므로 책 뒤에 있는 조르주 바타유의 연보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이 책은 너무나 훌륭히 마네의 입장을 잘 반영해서 마치 마네가 쓴 책으로 착각했다. 조르주 바타유가 마네를 만났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마치 마네를 인터뷰 후에 쓴 글처럼 마네의 생각과 의도가 잘 들어나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조르주 바타유가 쓴 마네에 대한 내용에 대해 마네가 동의할지 아닌 지는 영원히 알 수 없다. 조르주 바타유는 이 책의 첫 번째 주제인 라스코 벽화에서도 비슷한 능력을 보여준다. 라스코 벽화에 대한 그의 설명과 해석은 마치 정말 마스코 벽화를 그렸던 인류의 조상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작성한 글처럼 읽힌다.


시간을 뛰어넘는 소통은 나에게도 일어났다. 조르주 바타유는 이미 죽었다. 하지만 최소한 이 책을 읽고, 그의 라스코 벽화나 마네에 대한 생각은 내가 조르주 바타유로부터 직접 들은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심지어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 답도 들을 수 있다. 답을 듣는 방법은 책을 몇 번 읽는 것이다. 내가 궁금해했던 것이 책에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책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끝내 얻지 못하는 답이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조르주 바타유의 다른 책을 읽거나 혹은 다른 저자의 책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다.


비록 마네도, 조르주 바타유, 이름이 없었을 수도 있는 라스코 벽화의 주인도 다 죽었지만 나는 조르주 바타유의 상상력과 통찰로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농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