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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byme
Dec 06. 2022
죽어가는 사람도 무서워하는 것
암흑의 핵심: 조셉 콘래드
죽기 전에 할 말이 있다는 것은 2가지가 필요하다. 일단 할 말이 있어야 한다. 그냥 허튼소리가 아닌 자기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짧고, 명확한 말. 말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하는 것이다. 죽기 전에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들어줄 청자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청자가 아닌 그 짧은 말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교감을 가진 청자가 필요하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죽는 사람은 충실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다.
죽기 직전에 할 말이 있는 사람이 많을까? 대부분 죽음에 압도되거나, 자신의 인생을 잠시 돌아보는 수준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기 인생을 요약할 어떤 언어도 필요 없는 삶을 살다 죽는다. 암흑의 핵심에 나오는 커츠도 선과 악의 경계를 충실히 넘나드는 인생을 살았다. 그의 인생을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그는 자기 인생을 요약할 말을 가진 사람이었다. 홀로 콩고 내륙에 들어와 극한의 고통을 견디며 원주민에게 숭앙을 받았던 사람이 죽기 전에 하는 말이 두렵다는 것은 의외였다. 사람과 신 사이에 지위를 차지한 커츠가 무서워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비록 책에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그는 가능한 많은 상아를 차지하기 위해 반인륜적인 일도 서슴 없이 자행했을 것이다. 커츠가 무섭다고 한 것은 자신이 저지른 만행일 것이다. 커츠 같은 인물이 죽기 전에 무서워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또 한편으로는 그의 인생이 그토록 하찮은 상아를 모으기 위한 하찮은 목표에 충실했다는 것도 두렵다는 표현 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인다. 나라는 사람이 저지른 잔혹함에 한 번의 horror가, 잔혹함의 목표가 무의미가 또 한 번의 공포를 느끼게 했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두려워하면 그 어디에도 피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비록 피할 수 없는 악령으로 마무리된 삶이었지만 커츠는 죽을 때 할 말을 가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