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되기
채식주의자를 읽고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났다. 두 주인공 모두 하루 사이에 전혀 다른 존재로 바뀌었다. 바뀐 후 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었다. 어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 바퀴벌레는 목소리를 잃어버렸고, 채식주의자는 말을해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했다.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대상이 가족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서로를 잘 이해해주리라고 생각했던 가족이 오히려 가장 적대적인 상대로 되었다.
이런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레고르는 벌레로 바뀌었지만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정했다. 단순히 육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서 식물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물과 태양만으로 살겠다는 결심은 아니다. 식물의 하나의 특징인 비폭력성을 자기화 하겠다는 결심이다. 하나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