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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메이커스 Jul 22. 2020

우리를 위한 '각방 쓰기' 프로젝트

살아있는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쉬는 숨. 생명과 직결되는 ‘공기’를 다루는 공기청정기 기업은 제품과 함께 ‘안심’이라는 키워드까지 전달해야 한다. 해당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큰 성장을 이루기 힘든 이유다. 오랜 기간 제품과 브랜딩으로 구축한 신뢰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에서 클레어 주식회사(이하 클레어)는 6년 만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됐고, 한국브랜드만족지수 1위에도 올랐다. 공기청정기 분야에서 대기업과 나란히 언급될 정도로 성장한 국내 유일 중소기업이다.


제조업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연 매출 200억 원을 바라보는 강소기업이 되기까지. 이우헌 대표는 카카오메이커스가 자신들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한글을 깨우쳐 준 학교 같다고 말한다.



어떤 계기로 공기청정기 사업을 시작했나요.


“공기청정기 사업 전에는 IT 컨설턴트로 활동했어요. 삼성과 LG, 현대차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죠. 자연스레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또 다양한 선진국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당시는 국내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이라 북미에서 가정집의 공기청정기 문화를 처음 접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기청정기를 쓴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카펫 문화 때문에 내부에 먼지가 많고 또 꽃가루가 심해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요. 


근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그 넓은 집에 고작 한대만 들여놓는다는 거였죠. 브랜드 제품들이 수십만 원씩 하는 데다 크기가 커서 하나만 사 놓는 거였어요. 여기서 틈새시장을 발견했습니다. 복잡한 기능을 빼고 꼭 필요한 기능만 넣되 가격은 낮춘, 각 방마다 둘 수 있는 소형 공기청정기의 필요성과 성장가능성을요. 마침 금성사 엔지니어 출신인 장인어른이 취미로 공기청정기 필터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계셔서 이거다 싶기도 했고요. 매번 기업들의 백오피스를 컨설팅하면서 그 앞단의 사업에 대한 궁금증이 컸거든요.”



제품 판매가 처음부터 순조롭진 않았던 거로 알아요. 어떤 문제점이 있었나요. 


“제품 개발은 성공적이었어요. 직접 개발한 제품을 집에 놓고 생활해본 결과 미세먼지 수치를 '0'까지 내릴 수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품 판매는 부진했어요. 다른 아시아 시장도 두드려보고 각종 박람회도 발로 뛰었는데 영양가가 없었죠. 


처음엔 제품이 문제인 줄 알고 다른 제품을 기획했어요. 가격 부담을 더 줄인 휴대용 공기청정기였어요. 반응을 테스트해보고 싶었고 마련해뒀던 투자금도 거의 다 소진됐을 때라 나라별 크라우드펀딩플랫폼에 올려봤어요. 24시간만에 모금액을 초과 달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박람회에서 세일즈를 했는데 일이 잘 풀렸습니다. 대만에 LG전자 공기청정기를 공급하는 바이어 눈에 들어 LG전자 제품과 함께 판매할 수 있었죠. 


이후 그 바이어에게 우리 제품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이 제품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캐치프레이즈가 ‘누구나 어디서나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다’는 거였거든요. 내가 만든 이 제품이 좋다고 강요만 할 게 아니라 소비자도 공감할 수 있는 문제와 스토리가 필요한 거였죠.”


이우헌 클레어 대표가 '2019 한국브랜드만족지수 1위'를 수상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클레어 제공


클레어 공기청정기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형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필터가 아니라 음이온을 발생 시켜 제균하는 방식이었어요. 소음 때문에 필터를 부착하기 어렵거든요. 팬이 공기를 빨아들인 다음, 먼지를 걸러서 내보내야 하는데 필터 때문에 공기를 빨아들이는 게 힘들어요. 또 필터가 촘촘할 수록 공기를 빨아들일 때 더 큰 힘이 필요하죠. 


근데 팬의 힘을 크게 하면 자연적으로 소리도 커져요. 저희 제품은 각 방에 두고 사용하는 제품인데 소리가 크면 머리맡이나 책상에 두고 사용하기 힘들어지죠. 그래서 제품을 개발할 때 소음을 줄이는 데 집중했어요.


필터도 차별점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일렉트릿 엠보싱 HEPA 필터를 개발해 특허도 취득했어요. 이 필터는 표면에 엠보싱 처리를 해 필터와 공기가 만나는 표면적을 넓힌게 특징이죠. HEPA 필터의 분진제거 효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기를 보다 잘 통과하게 해 효율이 10%가량 높습니다.”



제조업의 숙명은 재고 리스크에요. 클레어는 어땠나요.


“땅이 비싸서 그런가, 우리나라는 창고 가격이 전국 균일이나 다름없어요. 팔레트 한 개에 보통 2만~2만5000원이죠.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한 번에 100~200 팔레트 분량의 제품을 만드는데, 이걸 한 달만 보관해도 그냥 새 나가는 돈이 300만~400만원 이에요. 단순히 보관 비용만요. 재고 처리 비용까지 생각하면, 상상하기도 싫어요. 


문제는 다른 유통채널들과 일할 때 재고 위험을 알고도 제품을 넉넉하게 생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홈쇼핑의 경우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 수 대비 120% 가량의 제품을 만들어 놓길 원하는 데요, 홈쇼핑 향으로 기획된 만큼 판매되지 않으면 처리가 애매해요. 그래서 제품 기획 같은 거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죠. 근데 이건 이제 막 시작하는 중소기업에겐 독이에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시장의 반응을 측정해야 하는 데 그걸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카카오메이커스는 클레어의 성장판을 열어준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메이커스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초였는데, 담당 MD와 논의를 거쳐 이온을 활용한 탈취기 ‘클레어V’를 기획했죠. 주 이용자층이 3040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었는데, 필터형 공기청정기만 만들던 클레어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제품 반응이 좋았어요. 처음 해당 제품을 선보인 후로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두 번째 버전도 선보였는데 아직까지도 주문히 꾸준합니다. 지금까지 7만 개 가량 주문이 들어왔죠. 클레어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상품을 기획하는 방법을 배우는 계기였습니다.”



클레어는 해외 시장을 먼저 뚫고 국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에요. 해외 시장에 먼저 나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술하면 K-테크잖아요. 그 말을 반대로 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수준이 엄청 높다는 거예요. 어쭙잖게 국내 시장을 먼저 두드리면 이도저도 안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경험을 쌓아서 국내 시장을 노크하자는 전략을 짰어요.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도 해외 시장은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국내에서만 사업을 한다고 하면,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봄에만 반짝 팔릴 가능성이 높아요. 그럼 사계절 중 여름 가을 겨울은 놀아야 해요. 이렇게 되면 함께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없어요. 주요 시즌에 제품 판매가 잘 안 되면 큰 타격을 입기도 하고요. 근데 매출 국가를 다각화 시키면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비수기는 만국 공통 휴가철인 7~8월 정도죠.”



클레어는 카카오메이커스 투자 1호 기업이에요. 투자를 받은 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카카오메이커스로부터 투자받은 게 2017년입니다. 여러 시도를 통해 가능성도 확인했고 기술도 있었는데 인지도는 낮았었죠. 한 마디로 좋은 거래처와 연을 맺는 게 힘들던 때입니다. 이때 홍은택 카카오메이커스(현 카카오커머스) 대표께서 저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투자를 해주셨어요. ‘보증수표’를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카카오 측으로부터 투자를 받는다고 하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니까요. 


중국의 대표 커머스 플랫폼인 징동(JD.com)과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가 기억납니다. 보통은 한국관에 입점하는데 저희는 클레어 브랜드관을 따로 만들고 싶었어요. 근데 이게 생각보다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하더라고요. 관계자를 만나는 것도 힘들고요. 중국은 시장 규모 때문에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진출하고 싶어하니까요. 

근데 징동 관계자 설득이 생각보다 빠르게 됐습니다. 중국으로 치면 위챗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했더니 진행 속도가 달라졌죠. 카카오메이커스의 투자가 중국 진출의 주춧돌이 된 셈이에요.


이제는 홍콩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어요. 우리나라에서 홍콩에 공기청정기를 수출하는 규모가 연간 100억원 정도 되는데 그 중 절반을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땐 총 14개 국가에 50만대의 클레어 공기청정기가 깨끗한 공기를 책임지고 있어요.”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요. 그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다고 생각하세요.


“사업 구상한 초기 단계부터 마음 한쪽에 품어온 꿈이 하나 있습니다. D2C(Direct-to-consumer) 라인을 별도로 구축하는 거예요.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처럼 공기청정기도 다이렉트로 렌탈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가격은 더 저렴하면서 필터 관리도 정기적으로 할 수 있게요. 소비자에게 확실한 가치를 주는 것, 그게 바로 기업가가 할 수 있는 궁극의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D2C라고 하면 그냥 홈페이지 만들고 제품 팔면 될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가치를 주기 위해서는 챙길 게 많습니다. 소비자에게 큰 가치 중 하나는 ‘가격’이니까요. 낮은 가격에 품질 높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직접 모든 걸 생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퀄리티를 컨트롤하면서 가격도 낮출 수 있으니까요. 


이를 위해 지금까지 번 대부분의 이익을 제품 개발과 설비, 인력에 투자했습니다. 카카오메이커스로부터 받은 투자금 5억 원도요. 덕분에 좋은 분들을 많이 모셔서 R&D(연구·개발) 인력만 6분입니다. 이분들을 주축으로 필터부터 제품까지 원스톱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국내에서 인지도 있는 공기청정기 기업 중에서는 유일합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어요. 올해 초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약 17%가량이 클레어라는 공기청정기 회사를 알고 있다고 답했죠. 이제 더이상 ‘듣보잡’이 아닌 거에요. 국민 10명 중의 2명 정도는 클레어를 안 다는 거니까요.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 그리고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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