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주방을 꿈꾸는, 로이스
한국인의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국민 생선 고등어. 저렴한 데다 오메가-3 지방산 등 영양이 풍부해 ‘바다의 보리’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그런 고등어가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의 주적으로 몰린 적 있습니다.
고등어는 죄가 없다
바로 고등어를 구울 때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2,290㎍/㎥를 기록해 식자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환경부 보도자료 때문이었죠.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대표적인 발암 물질도 언급되었습니다.
미세먼지 이슈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하는 와중, 이같은 환경부의 실험 결과를 언론이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등어 가격은 하루 만에 폭락했고 요식업계는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이 무색하게도 ‘고등어 나비효과’를 불러온 보도자료의 요지가 사실은 ‘환기를 잘하라’는 것으로 밝혀지자, 고등어는 국민 생선의 타이틀을 빠르게 되차지했습니다.
이처럼 고등어가 담배보다 훨씬 더 유해한 발암 물질로 짧게나마 등극한 사건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해프닝을 웃어넘기며 우리는 이 소동의 진정한 시발점을 잊고 있었습니다. 바로 프라이팬 말이죠.
프라이팬의 역습
한국을 발칵 뒤집은 고등어 미세먼지 대란은 사실 프라이팬에서 시작했다 봐도 무방합니다.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는 고등어가 아닌 식자재와 프라이팬의 접면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황토로 코팅한 요리지를 만드는 ‘로이스’의 김지비 대표는 이때 프라이팬 표면의 유해 성분과 더불어, 기름과 수분이 만나며 퍼지는 ‘오일 미스트’가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위험한 주방’ 레퍼토리는 사실 100%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걸 알면서도 지지고 볶고 튀기는 부엌의 대소사를 프라이팬과 함께하는 이유는 그만큼 편리하기 때문이죠. 긴 손잡이 덕에 식자재를 옮기기 유리한 데다가 기름만 적당히 쳐주면 달라붙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뜨거운 열에도 팬에 식자재가 잘 눌어붙지 않는 건 바로 팬 표면에 코팅된 듀폰사의 ‘테플론(Teflon)’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테팔(Tefal)’이란 상호은 바로 이 테플론과 알루미늄을 조합한 단어죠. 1938년 화학자 듀폰이 발명한 이 기적 같은 고분자는 50년대부터 가정용품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됐습니다. 그 덕에 우리의 설거지 시간은 배로 단축되었습니다.
하지만 테플론 속 화학물질인 과불화옥탄산(perfluro octanoic acid), C8이라고도 불리는 PFOA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나치게 가열하면’ 유독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입니다. 김지비 대표는 그 기준이 176도라 말하죠. 얼마나 유독하냐고요? 마시면 “타이어를 삼키”는 것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몸에서 배출되지도 않죠. 황토지 사업에 뛰어들기 전 주방용품을 제작한 이력의 김 대표는 독한 냄새 때문에 테플론 공장에 출입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합니다.
미국 배우 마크 러팔로가 제작을 제안하고 직접 출연까지 한 실화 기반 영화 <다크 워터스>는 바로 이 테플론의 유해성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영화 초반,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 위치한 듀폰사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그 지역 젖소들은 물론 일대 주민들까지 암과 선천성 기형으로 고통받는 사건이 발생하죠. 변호사 롭 빌럿이 이끈 집단 소송 끝에 듀폰사는 6억 7천1백만 달러를 배상합니다.
테플론이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인류 최대의 보건 연구를 촉발한 이 사건이 법적으로 마무리된 시점은 불과 2017년이었습니다. 불과 약 3년 전이죠.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프라이팬과 같은 조리 기구 위에 코팅된 테플론이 가열될 때 액체 상태의 PFOA를 마실 때와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는지는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저감 장치
하지만 프라이팬 표면의 불소수지 코팅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고온으로 조리하다 음식물의 수분이 다 날아갈 때 혹은 수세미 혹은 숟가락으로 빡빡 문지를 때 코팅이 조금씩 벗겨지지요. 그중 몇 조각은 분명 우리의 입으로 들어갔을 겁니다.
여기까지 오니 주방 벽에 걸린 2년 된 프라이팬이 마치 악마의 무기인 양 느껴집니다. 하지만 하필 생각해둔 오늘의 저녁 메뉴는 고등어구이, 이대로 찌거나 조리는 방향으로 틀어야 할까요? 당장 거금을 들여 오븐을 사기엔 지갑 사정이 빠듯한데 말이죠.
국내에 출시된 주방용품 중 안 써 본 장비가 없다는 로이스의 김지비 대표. 주방용품을 직접 생산한 전적이 있기에 누구보다도 주방 사정에 빠삭한 그는 어쩔 수 없이 오래된 프라이팬을 써야 하는 이들에게 건강과 환경을 쉽게 챙길 수 있는 황토지를 권합니다.
황토 코팅이 된 종이 한 장을 프라이팬에 깔고 조리하면, 극적으로 연기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재료가 팬에 눌어붙지 않습니다. 이는 종이 표면에 미세하게 처리된 황토 세라믹 코팅이 ‘연잎 효과(Lotus Effect)’를 발휘하기 때문이죠.
연잎 표면에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돌기와 여기서 파생되는 나노 단위의 초미세 돌기가 솟아 있습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 돌기 탓에 물에 닿는 면적이 좁아지고, 연잎 표면에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맺힌 물방울이 공처럼 뭉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방울이 주위의 티끌을 흡수하게 되는데요, 로이스의 황토 요리지는 이처럼 연잎 위의 물방울이 불어나며 주위의 이물질을 흡수하는 자연의 원리에서 출발했습니다.
무기 세라믹 용액으로 코팅된 황토 요리지에는 실제 연잎보다 훨씬 미세한 20~40나노 크기의 돌기가 솟아있습니다. 황토를 식품용 원지에 바르기 위한 용매인 세라믹 용액이 굳으면서 만들어진 것이죠. 김지비 대표는 이 작은 돌기들이 미세먼지와 오일 미스트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 봉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황토지의 세라믹 코팅이 유해물질 발생을 막는다면, 황토의 원적외선은 수분을 보존해 음식 맛을 살리는 역할을 하죠. 원적외선이 재료의 물 분자와 만났을 때 1초에 수천 번 진동하며 증발하지 않도록 잡아준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집에서도 다른 걸 못 써요. 맛이 없어서요.” 그는 이러한 원리 덕에 가열해도 재료의 세포막이 터지지 않아 육즙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구를 위한 한 장의 소재 과학
“전 세계에 이런 종이가 없어요.”
에디터에게 공정을 설명하는 김 대표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테플론과 폴리에스테르를 주방에서 몰아내고 싶다”는 포부로 자신 있게 내놓은 종이 한 장에 20년 넘게 세라믹을 연구하며 얻은 소재 과학 노하우를 담았기 때문이겠지요.
김 대표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출시한 후, 소비자와 유통사에 알릴 길이 없어 막막해하던 차에 메이커스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며 웃습니다. “주문 생산을 하니까, 이건 다 나간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기술 혁신을 이룬 제품일수록 시장이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역설을 주문 제작이라는 메이커스의 유통 솔루션으로 극복한 것이죠.
메이커스의 재고 없는 생산 방식은 이제 손실률 감소를 넘어 더 장기적인 비전과 연결됩니다. 바로 지속 가능성이죠. 버렸을 때 바로 퇴비가 되도록 과감히 비닐 포장을 포기하고, 종이 용기에 컬러도 많이 쓰지 않았다는 김 대표는 이제 빨대와 종이컵, 식품 포장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제품을 쓰는 시기도 언젠가 지나가겠죠?” 로이스의 황토지는 하나뿐인 지구를 더 맑게 가꾸기 위한 출발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