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메이커스 Aug 14. 2020

일상의 작은 변화로 지구 지키기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만드는 톰스



1만3401t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이다. 이를 수거, 처리하는 비용만 연간 2조 원에 육박한다. 1년간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15조 원. 밑반찬부터 국까지 한 끼에도 다양한 식자재를 쓰는 문화적 특성 떄문에 다른 국가들 보다 음식물쓰레기 발생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2011년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다.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고,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는 따로 모아 퇴비나 동물의 사료로 재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정책은 상당부분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 서울 송파구를 기준으로 2013년 한 해 동안 음식물쓰레기 9,000여t을 감량, 약 9억 원의 처리 비용을 절감한 바 있다. 이를 전국으로 환산하면 저감량은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음식물쓰레기가 분리 배출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에 섞여 배출된다. 이문희 톰스 대표는 문제의 원인으로 ‘배출의 번거로움’과 ‘비위생적 환경’을 꼽는다. 일반 쓰레기와 달리 음식물쓰레기는 모으는 동안 부패돼 냄새가 발생하고 벌레가 생기는 것은 물론 버리는 것 자체도 번거롭다. 이에 남편들 사이 ‘음식물쓰레기만 잘 버려도 사랑받는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문제는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더 심해진다.


이 대표는 문제 해결 방법의 하나로 ‘친환경 생분해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제시한다.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는 비닐이라면 봉투에 음식물쓰레기를 담은 뒤 열거나 옮길 필요 없이 그대로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쓰봉’은 소시지와 순대 껍질을 원료로 만들어 통째로 버릴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봉투다.


2019년 초 시장 테스트를 위해 카카오메이커스에 올렸다가 한 해 동안 1만5000건의 주문을 성사시키며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한 주문에 최소 60매~100매의 봉투가 들어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90만 장 넘게 주문된 셈이다. 이문희 톰스 대표는 자신은 환경운동가가 아니라고 손사래 치면서도 일상의 작은 부분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Q.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A.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쓰레기예요. 물질이 풍족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많이 먹고 쓰고 버리죠. 특히 한국은 쓰레기 배출이 어마어마해요. 외국에 쓰레기를 수출할 정도죠. 이는 '식생활 습관'과 '배달 문화' 2가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땅이 좁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탓에 배달 문화가 발달했고 자연스레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났죠. 여기에 각종 찬류가 더해지는 식생활 문화도 한 술을 더 뜨고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담기 위해 더 많은 일회용품이 쓰이니까요.


문제는 일반 쓰레기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도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음식 재료 준비, 음식물의 생산, 유통, 가공, 조리, 보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남아 버려지는 음식물을 모두 ‘음식물류 폐기물’이라고 칭하는데요,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30%를 차지합니다. 예컨대 폐기물 1kg이 나오면 그중 300g은 음식물이라는 얘기죠. 근데 음식물은 부패하면서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소각하면 다이옥신이 나와요.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죠.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2011년부터 음식물쓰레기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Q. 생분해성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만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창업 전에는 저도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글로벌 곡물회사에서 아시아 시장 매니저로 근무했죠. 호주랑 뉴질랜드에서 8년을 머물다 한국에 들어왔는데,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눈에 들어왔어요. 한상차림을 즐겨 먹는 우리나라 식습관 특성상 준비 과정에서도, 그리고 남아 버리는 것도 많아 음식물쓰레기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정부에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해외에서는 볼 수 없던 문제 해결 방식이라 호기심이 생겼어요. 근데 좀 아쉬웠어요. 버리는 방식이 너무 번거로웠기 때문이에요.


현재 음식물쓰레기는 각 지자체의 방침과 주거 형태에 따라 3가지 방식으로 버리고 있어요. 아파트처럼 여러 가구가 밀집해 사는 곳은 커다란 통을 두고 거기에 모두 모아 버려요. 빌라나 단독주택처럼 가구 수가 적은 곳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작은 음식물쓰레기 통에 각각 모아서 수거 날 집 앞에 내놓죠. 근데 이 3가지 방법 다 불편해요. 모두 부패되고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다시 마주쳐야 하니까요. 그나마 아파트에서 쓰는 방식이 가장 편한데, 이 역시 음식물쓰레기를 담았던 통을 다시 헹구거나 비닐봉지에 가져갔을 경우 내용물을 털어낸 후 뒤처리를 해야 해서 번거롭죠.



그러다 음식물로 봉투를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곡물회사에서 각종 GMO 작업을 어깨너머로 봐온 터라 막연하게 개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찾은 게 소시지와 순대를 감싸고 있는 껍질이에요. 근데 이걸로 봉투를 만드는 게 쉽지가 않았어요. 콜라겐이 주성분이라서 열접착이 쉽지 않았거든요. 이때 충북대 융합기술원 전문 연구진 등의 자문을 받아 식물성 셀룰로스 함량을 조절해 융점을 확인하는 특허 기술을 개발해냈어요. 


이제 됐다 싶었는데 그다음은 생산이었죠. 비닐을 만들려면 재료를 가지고 기계에서 뽑아내야 하는데, 기계에서 뽑아낼 정도가 되면 봉투가 너무 잘 늘어나 찢어지고, 또 기계에서 잘 뽑아낼 정도가 되면 너무 뻣뻣했어요. 10군데도 넘는 봉지 공장을 찾아 헤매다 평택에 있는 친환경 비닐 전문 제조사에서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소재 개발부터 실제 제조까지 1년 반이 걸려 지금의 쓰봉이 탄생했어요.”



Q. 쓰봉이 기존 생분해성 비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25년이 넘은 현행법상 생분해성 수지 봉투는 70%만 생분해성이어도 친환경 인증을 받아요. 그런데 쓰봉은 먹을 수 있는 원료로만 만든 100% 생분해성 친환경 비닐입니다. 반쪽짜리 제품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맑은 물에 파리 한 마리만 빠져도 이미 오염된 물이니까요.


초기에는 순대와 소시지 껍질 재료로만 만들었다면, 이제는 감자와 옥수수에서 추출한 성분을 더해 강도도 높였어요. 신장률과 강도를 일반 종량제 봉투의 90~95% 수준까지 끌어올렸죠. 5L 봉투 기준으로 8kg의 물건을 담아도 찢어지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환경표지인증(EL724)은 물론 까다롭다는 유럽 퇴비화 인증(EN13432)도 취득했습니다. 또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실을 짜내 배수구 거름망에 씌울 수 있는 ‘애기쓰봉’도 만들었고요.


친환경 생분해 봉투의 한계점으로 꼽히는 게 ‘사용 가능 기간’인데요, 쓰봉은 이 기간이 길어 유통 과정과 판매, 이용 시간을 버틸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에요. 일부 친환경 봉투는 사용 기간이 수개월 밖에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요. 그냥 공기 중에 놔둬도 분해돼 없어지는 거죠. 그런데 쓰봉은 상온에 뒀을 때 1~2년 동안 기존 형태를 유지합니다. 다만 침이나 물이 닿으면 90일 안에 녹아 사라져요. 매립할 경우엔 30일 내 분해되도록 설계했죠.



Q.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10억 원을 올렸는데,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현재 기준 쓰봉은 일종의 ‘편리미엄’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편리하지만 그만큼 돈을 더 지불해야하는 상품이죠. 보통 비닐봉지 한 장에 몇십 원이면 사는데, 쓰봉은 장당 160원~270원 수준이에요. 단가로만 따지면 10배 이상인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건 그만큼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번거롭고 불편했다는 방증 아닐까 싶습니다.


쓰봉을 쓰면 ‘위생’, ‘불편함’, ‘환경 보호’라는 3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먼저 여름이면 구더기와 냄새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열기가 꺼려지는데요, 쓰봉에 담아 버리면 봉지째 버리다 보니 냄새와 벌레가 차단돼요. 또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 비닐에 담아 나가서 음식물을 버리고 난 뒤 비닐봉지는 다시 종량제 봉투에 넣는데요, 이 과정에서 손은 물론 옷에까지 오염물이 묻고 합성수지 비닐도 쓰게 되죠. 그런데 쓰봉을 쓰면 손에 묻는 것도 없고 환경오염 주범인 합성수지 비닐 사용도 줄일 수 있어요. 이 같은 이점을 기반으로 불법 투기나 혼합 배출도 감소할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버리기 편하니까요.



Q.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내부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의 시선에서 지금의 위치를 더 냉철히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쓰봉은 지난 한 해 큰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거래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현재는 자체 판매와 카카오메이커스에서만 판매 중인데, 새 플랫폼에서 거래 요청이 들어왔죠. 전화해서 현재 갖고 있는 물량이 얼마나 되냐고 묻는 곳도 있었어요. 이런 것들을 보면 품질과 상품력이 담보되는 제품이 됐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늘어나는 상품 라인업도 성장을 체감케 하는 요소 중 하납니다. 처음에는 3.5ℓ음식물쓰레기 봉투 단일 제품이었다면, 이제 용량도 다양해졌고 싱크대 거름망에 씌울 수 있는 애기쓰봉도 태어났어요. 친환경 빨대도 있고요. 인력이 모자라서 진행이 더딘데, 일회용 비닐 장갑 등도 개발 중입니다. 상품이 늘어가니까 굵직한 곳에서 협력 요청도 와요. 지난 해에는 캐나다 소재 스타벅스 에이전트에서 친환경 빨대 샘플을 의뢰하기도 했죠.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 앞서 말한 거래 요청 기업 대부분과 거래하지 못했거든요. 물량이 받쳐주지 않아서죠. 대형 플랫폼에서 원하는 물량을 당장 생산해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기업인 거에요. 큰 빚을 지지 않고 차근차근 사업을 진행하려는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회사의 규모, 성장과 직결되죠. 이제 ‘스케일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Q. 스케일업 말고 또 넘어야할 산이 있을까요?


A. 이건 쓰봉만의 문제라기보단 음식물 쓰레기 전반에 대한 문제인데요, 그 무엇보다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일반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을 함께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귀찮아서 혹은 쓰레기봉투를 빨리 채워 버리기 위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죠. 그러나 돌아오는 결과는 하나에요. 바로 더 큰 환경오염입니다. 재활용품의 분리 배출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아시지만,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서는 왜 분리해서 버려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반 종량제에 담아 버리는 폐기물의 경우 대부분 소각하게 되는데요, 음식물은 태우면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이 생성돼요. 환경 오염이 더 심해지는 거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게 힘들다면 제대로 분리 배출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 이유죠. 이러한 문화 정착에 쓰봉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최근 1용량을 출시했는데, 용량이 적아서 금방금방 차요.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수 있죠.



Q. 앞으로 쓰봉을 어떻게 키워나갈 계획이신가요?


A. 1차적으로는 모든 종량제 봉투를, 궁극적으로는 모든 비닐류를 대체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쓰봉의 신장률과 강도를 현재 사용되는 종량제 봉투의 9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해요. 가로는 95% 이상이 됐는데, 세로가 91% 수준이라 산업계, 학계 박사들과 연구개발 중이죠. 


쓰봉은 음식물쓰레기 뿐만 아니라 일반 쓰레기봉투로도 적합해요. 일반 비닐봉지에 비해 발열량이 절반이어서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매립을 하더라도 미세플라스틱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요. 다만 조금 비싸다는 게 문젭니다. 하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6조 원 규모의 환경부담금을 지원금으로 활용하면 소비자는 가격 변화 없이 친환경 쓰레기봉투를 사용할 수 있어요.


우리가 무심코 쓰고있는 종량제 봉투만 한 해에 10억 장입니다. 이것들이 분해되는 데는 각각 500년 이상이 걸리고요. 이것만 줄여도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동식물에 덜 미안할 수 있지 않을까요? 후손들에게 더 나은 미래도 물려줄 수 있고요.



담아서 그대로 버리는 '쓰봉' 보러 가기>

https://makers.kakao.com/items/100005134?f=br_story_item_1000053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