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목소리 정하기
카카오메이커스를 처음 접한 고객이 꼭 한 번은 내뱉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거 다 누가 쓰는 거예요?”
메이커스에 진입한 고객을 처음 맞이하는 건 그날의 톱 제품과 제품을 설명하는 문장들입니다. 호기심이 생겨 카드를 누르면 더 많은 글이 이어지죠. 그 흔한 ‘할인’, ‘특가’ 문구 없이 묵묵하게 설명을 이어갑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할인’, ‘혜택’, ’특가’, ‘파격 세일’만 넣으면 이 지난한 과정이 생략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저도 동일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메이커스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커머스 콘텐츠의 지름길을 한사코 거부하는 메이커스만의 스타일은 도대체 어떤 연유로 탄생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메이커스다운 문장을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제작한 <메이커스 보이스앤톤 가이드라인>는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입니다.
“이번에는 구수한 맛으로 입맛을 한껏 살려 줄 묵은지를 준비했어요. 배추를 종가집만의 양념장에 골고루 버무린 뒤, 오랜 시간 알맞게 숙성해 만들었지요. 국산 농산물만을 사용해 깔끔하게 담궜기에 더욱 만족스럽답니다.”
“무게가 다소 느껴지는 특유의 핸들 디자인이 중심을 잡아줘 안정적일 뿐 아니라 편안한 그립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독창적인 식기 브랜드 패브릭포터리.”
눈치채셨나요? 첫 번째 인용문은 마켓컬리, 두 번째는 29CM입니다. 제품에 서비스만의 목소리를 불어넣는 주요 플레이어들이죠. 만약 위의 문장만 보고도 어떤 서비스에서 발췌했는지 알 수 있다면, 이들이 제대로 보이스앤톤을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어려운 점은 서비스에서 펜대를 쥐는 사람이 많을수록 스타일이 난삽해질 여지도 많아진다는 거겠죠. 메이커스는 보이스앤톤 가이드라인의 골격을 잡으며, 이 책이 복잡한 협업 과정에서도 일관된 목소리를 유지할 방향키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그렇다면 메이커스 콘텐츠를 메이커스답게 만드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먼저 과거로 떠나보았습니다. 카카오메이커스가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란 이름으로 불리던 2016년 2월로요.
서비스 히스토리를 톺아보던 중, 메이커스 콘텐츠가 간결한 이유는 제조업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려는 서비스 비전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자가 신제품을 선보이는 플랫폼으로 출범한 만큼 신선함도 중요한 포인트겠죠.
2016년 2월 카카오의 소셜 임팩트 조직으로 첫발을 내디딘 메이커스. 소셜 임팩트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며 재무적 성과 또한 놓치지 않는 CSR 방법론입니다. 메이커스의 숙제는 바로 제조업의 발목을 잡는 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 필요한 만큼만 만드는 주문제작이었습니다.
생산 비용의 낭비를 최소화해 제작자가 양질의 신제품을 더 많이 선보이는 선순환 구조. 외적인 혜택이 아닌 제품에 집중해 말을 건네는 메이커스의 화술은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졌죠.
메이커스다움은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인정하겠습니다. 카피라이팅에 참고하기엔 사뭇 추상적이죠?
메이커스 크루 모두가 소속을 막론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려면 좀 더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했습니다. 세상 수많은 단어 중 메이커스의 비전을 담은 5가지 관형어는 그래서 등장했죠.
믿을 만한, 신선한, 간결한,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이 단어들은 메이커스다움 캠페인 포스터로 발전해 사무실 구석구석에 붙었습니다.
무엇이 메이커스다운지 헷갈릴 때마다 고개를 들면 문득 발견할 수 있게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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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재는 메이커스 글쓰기 원칙 (상)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