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했다
여느 평소처럼, 늦게 자지 말고 지금 빨리 누우라고 재촉하는 통에 보던 인강을 닫고 옆에 누웠다. 둘이 좁은 방에 놓인 슈퍼 싱글 침대에서 꼭 붙어 자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넓은 방에 무려 퀸 사이즈의 침대에서 잔다. 근데도 매일 그러듯 또 가까이 붙어 서로 다리를 포개고 팔을 각자의 가슴에 올렸다 내렸다 장난을 치다 가까이 안았다가 얼굴을 마주 보고 장난을 쳤다가 또 갑자기 밀치며 멀어졌다 한다.
평소와 같다. 결혼식을 마쳤고 10일의 긴 여행-인데 이제 신혼여행이라 불리는-을 마치고 돌아왔다. 우리 둘도, 둘의 집도 그대로다. 결혼 전의 우리와 결혼식과 결혼 후의 우리가 마치 길게 이어진 연대기표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뚝뚝 잘라낸 것처럼, 자른 다음 그 사이 결혼식을 빼고 이어 붙어도 모를 정도로. 여느 날처럼 평소와 같다. 쩨끔 다른 게 있다면 ‘남자친구’라 지칭하는 내 말에 ‘이제 남자친구 아니잖아요ㅎ’ 라던 동료의 말 정도? 또는 또 하나의 가족 카톡방이 생긴 것?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 다른 큰 변화가 하나 생각난다. 바로 이혼이다. 사실 9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몇 년 째부터는 헤어짐이라는 게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이미 반은 부부 같았던 걸까. 그 덕에 불필요한 감정 소모나 스트레스가 없었다. 그럼에도 연인은 늘 헤어짐이 가능하다는 걸 우리 모두 안다.
남.. 편..(?????우웩)의 발에 내 발을 포개며 생각한다. 부부도 헤어질 수 있다. 다만 이제는 헤어짐뿐 아니라 이혼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붙는다. 과연 헤어짐에서 이혼으로 바뀐 그것은 이혼이기에 더 어려울까? 글쎄다. 헤어짐도 합의 헤어짐이 있고 일방적인 헤어짐이 있듯 이혼도 합의 이혼이 있고 이혼 소송이 있는 거겠지. 안 해봐서 어려운지 안 어려운진 모르지만 그래도 헤어짐보다야 지난하고 복잡하겠지.
아무튼 이 제도에 빌어 우리의 헤어짐이 한층 어려워진 것에 약간 감사하기로 했다. 쓰고 나니 약간 미저리 같지만 어떤 이들은 이러한 제도의 그물망을 위해 결혼하는 게 또 아니겠나. 모로 누운 반려인을 꼭 껴안으며, 아무튼 우리는 평소와 같지만 그래도 결혼하길 잘했다고. 너도 나도 집도 주변도 모든 게 그대로지만 그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