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백마리와 바꾼 장난감
“형아가 메뚜기 백 마리 잡아줄게”
서진이 손에 든 고양이 장난감을 지성이가 주지 않자, 지성이가 협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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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이 얼마나 큰 숫자인지 모르는 서진이는 고사리 손으로 다섯 마리를 잡아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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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섯 마리 잡아줄게~!”
“여셧마리나 잡아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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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흔쾌히 장난감을 형에게 건넸는데
던져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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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던지지 말고 다시 줘!”
“형아가 던지니까 나도 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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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을 키우면 좀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둘이 몸으로 말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니
왜 우리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손녀(나)의 인터뷰에서 형제지간에 우애 있게 살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간다. 외할머니는 육 남매를 키우셨고 삼촌과 이모들은 그 어느 집보다 우애지내셨지만 다툰 날도 숱하다. 그 여섯도 얼마나 같으면서도 다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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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보다 그 수가 늘어나면
기본적으로 기저귀를 갈고 모유수유를 하고
목욕을 하는 등 육아 스킬은 좀 더 엉성해지면서
좀 더 힘을 빼는 법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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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꼼꼼하고 덜 철저해지면서 편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두 아이가 성장하면서
형성되는 삶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는 고추장 된장 같아서 다루는 법도 다르고 먹는 법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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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에 올려진 고추장과 된장이 다른 맛과 빛을 내듯 놀이터에서 뛰노는 다른 두 아이의 존재가 마냥 사랑스럽다. 그 다른 점이 나를 때론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 다름이 내는 빛깔이 아름답다. 이 빛깔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상의 엄마들이라면 모두 지니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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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궁에서 태어났어도
얼마나 우리는 다르게 태어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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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다시 바라본다.
다르다는 것은 아름다운 거겠지
너무 다른 두 아들의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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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가 밥을 먹다가
“앗 떨어뜨렸다!”
하길래-
“뭐를?” 하고 물었는데
지성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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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그리고 같이 식사하던 친척들에게 나는 말했다.
“우리 지성이 마음 좀 주워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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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성이는 시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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