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덕X최덕 Dec 12. 2019

공중파, 케이블에게
노잼의 자리를 물려주다

케이블 드라마는 언제부터 ‘1화는 참신한데 2화부터 노잼’이 되었는가

2016~2018년은 케이블 드라마의 전성시대였다. 

 <도깨비>, <또 오해영>, <미스터 썬샤인>, <품위있는 그녀> 등의 대작이 케이블에서 연일 히트를 친 것이 바로 이 시기다. 그 시기 최덕은 tvN에서 수목, 금토, 토일 드라마를 거의 챙겨보았으며 당시 군소 케이블 채널들에서 편성하는 '잘 나가는 케이블 드라마 몰아보기'로 하루를 순삭한 적이 정말 많았다.

 물론, 그 시기에도 공중파 드라마들이 시청률에서는 탑이었다. KBS에게는 시청률 효자인 주말 드라마가 있었고 (2017년 <황금빛 내 인생>은 무려 40%의 시청률을 찍었다.) SBS에게는 화제성은 떨어지지만 매니아층을 양성하는 느와르 액션 드라마가 있었다. 실제 2017년 시청률 1위부터 3위는 KBS와 SBS의 차지였다. (1위 KBS <황금빛 내 인생>, 2위 KBS <아버지가 이상해>, 3위 SBS <피고인>)


 그러나 화제성이라는 측면에서 공중파는 이 시기에 케이블에게 완전히 자리를 내어주었다. 젊은 시청층이 좋아하는 콘텐츠들이 케이블에서 쏟아졌고 패러디되는 명대사 따위는 전부 tvN, JTBC 드라마들에서 나왔다. 유튜브에는 케이블 드라마를 분석하고 감상하는 영상들이 쏟아졌고 멜론 차트에서는 연일 케이블 드라마의 OST가 상위권을 찍었다. 뿐만 아니다. 시청률도 주말드라마에서 밀릴 뿐이지 <도깨비>는 20%를, <미스터 썬샤인>은 18%를 찍어 10%가 상한선이라던 케이블의 역사를 다시 썼다.


 JTBC가 개국한 것은 겨우 2011년의 일. tvN의 개국은 1997년이지만 tvN이 제대로 된 자체 드라마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이다. (<로맨스가 필요해>가 2011년 작이다.) 이 말도 안되는 연타석 홈런의 주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최덕은 그 요인을 스타 작가에게서 찾는다.


 공중파에서 편성을 받을 수 있는 드라마의 개수는 한정적이다. 아무리 스타 작가라고 해도 매해 작품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 드라마 작가에게는 늘 공백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tvN, JTBC의 자체 드라마들이었다. 자유로운 편성이 가능한 케이블이 스타 작가들을 본격적으로 채가기 시작한 것이 2016년부터 2018년의 일이다. <도깨비>를 낳은 김은숙, <호텔 델루나>를 쓴 홍자매, <또 오해영>을 쓴 박해영 등의 작가군은 케이블이 새롭게 발견한 신인 작가가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 덕후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들, 소위 스타 작가 군이  2016~2018년의 케이블 드라마를 이끈 것이다. 초반의 케이블 드라마가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또는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도전적인 기획을 내놓는, 드라마판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예능 PD, 작가군이 이끌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9년 스타 작가들이 만들어준 케이블의 전성시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연초엔 메가 히트작 <스카이 캐슬>이 종영을 했고 <호텔 델루나> 역시 큰 이슈가 되었다.(홍자매의 자기 복제라는 말은 피할 수 없었지만.) 그러나 대작 <도깨비>와 <미스터 썬샤인>의 사이에서 소소한 재미를 이끌어냈던 <식샤를 합시다> 시리즈, 공중파가 시도하지 못한 파격적인 소재를 그린 <밀회> 같은 드라마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케이블 드라마의 현실이다.

 2019년 하반기 케이블 드라마의 성적표를 보라. 특이한 소재로 눈길을 끌었으나 서사가 엉망으로 치닫고 있는 <날 녹여주오>, 혜리가 나온다는 것 외에 내용을 아무도 모르는 <청일전자 미쓰리> 같은 작품들이 케이블 드라마의 위기론을 이끌고 있다. 최덕은 그럼에도 케이블이 곧 또다른 스타 작가, PD의 영입으로 대박 작품을 내놓을 것이라 예상한다. 


 분명 드라마 산업이란 원래 흥행을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로또와 같은 것이니 분명 그럼 또 지금의 위기론은 쑥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힌 케이블은 작품의 질이 ‘복불복’이다라는 이미지가 사라질까? 드라마 산업은 원래 복불복이다. 그러므로 더욱 중요한 건 복일 때와 불복일 때의 갭 차이를 줄이는 것이 아닌가. KBS가 크고 작은 시청률의 폭 변화는 있어도 여전히 주말 드라마의 아성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다름 아닌 KBS의 탄탄한 PD군, 작가군, 그리고 제작 경험에서 오는 시스템이 아니겠는가. 대박은 칠 수 없어도 ‘개노잼’이라는 말만은 피해가는 품질 관리 시스템말이다.


 2019년 현재의 히트작 <동백꽃 필 무렵>, <녹두전>, <어쩌다 만난 하루>를 보라. 이 세 드라마는 지금 화제성 탑을 달리는 작품들이다. 또한 공중파의 작품들이기도 하다. 공중파는 지금 본인들의 오래된 노하우를 이용한 클래식한 <동백꽃 필 무렵> 같은 드라마뿐 아니라 웹드라마, 웹툰 등의 신선한 콘텐츠가 가미된 <어쩌다 만난 하루>와 같은 드라마까지 내놓으며 화제성까지 탈환하여 버렸다. 3줄 요약된 줄거리만 봐도 '아! 이건 봐야 돼!' 라고 무릎을 치던, 서사 그 자체로 승부한다는 케이블의 콘텐츠들이 점점 스타 작가의 브랜드 값에 의존해 빛을 잃어가는 동안 KBS와 MBC는 꾸준한 질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밀어붙이고 있던 것이다.


 케이블이 공중파에 비해 시스템의 역사가 짧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점 때문에 케이블은 공중파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젊다’는 이미지 또한 선점하고 있다. 스타 작가, 스타 PD 등의 힘에 의존하는 콘텐츠들을 조금 더 서사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바꾸고 내부적으로 피드백 등을 통해 자체 품질 관리에 집중한다면 ‘1화는 참신한데 2화부터 노잼’, ‘오 재밌어 보이는데 안 봤어.’ 등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2019년 11월 17일

by 최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