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김소현
1999년 6월 4일생. 아슬아슬하게(!) 90년대에 태어난 김소현 배우는 2008년 <전설의 고향> ‘아가야 청산가자’ 편으로 데뷔한 이래, 아역부터 성인 역할, 특별 출연부터 주연까지 다양한 역할로 총 33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KBS <조선 로코-녹두전>(2019)까지 나오는 김소현을 보고 있자면, “와, 진짜 성실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12년 연기 인생 동안 드라마 33편이라는 수치가 그걸 증명한다. 성공적인 배우로 자라난 또래들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물론 영화까지 포함하면 딱 잘라 누가 더 성실했다 말할 수 없을 뿐더러 성실함이 배우의 능력치를 온전히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김소현이 성실한 우등생 같은 배우라는 것, 그 점이 김소현만의 강점이라는 것은 확실히 부정할 수 없다.
주목하는 아역의 탄생, <해를 품은 달(2012)> <보고싶다(2012)>
아역과 성인역의 갭으로, 해 대신 수많은 조롱을 품었지만 마지막화 시청률 42.2%를 달성하며 성공작으로 남은 <해품달>. 그곳에 김소현이 있었다. 다들 어린 연우와 이훤의 애달픔에 눈물 흘리는 동안 권덕의 눈을 사로잡은 건 악역 윤보경의 아역 김소현. 따뜻한 성품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원망과 질투, 권력욕을 마음에 품은 윤보경 역을 연기하기란 아역이고 성인 역이고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악역은 자고로 주연에게만 주어지는 인간적인 매력을 스스로 장착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내고 째려보는 것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짬바 뽐내며 마음 찢어지는 이별을 연기한 김유정과 여진구 사이에서 김소현은 제 역할을 해냈다. 무엇보다 대체로 선해 보이는 강아지상의 김유정과 달리 새초롬하고 야물딱지게 생긴 김소현의 인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요때까지는.)
놀라운 점은 김소현의 다음 작품이 <보고싶다>라는 것이다. 김소현은 다소 얄미웠던 해품달에서의 인상을 완전히 지우고, 가정폭력 피해자이자 살인자의 딸로 세상에 기죽어 사는 15살 소녀에 빙의했다. 그전엔 분명 못된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마음 아리게 하는 애가 어디 있나 싶게 서러운 얼굴이었다. 연기만으로 캐릭터를 완벽 소화한 것도 놀랍지만 악역에 이어 성폭력 희생자 역을, 이제 막 떠오르는 아역 배우가 도전했다는 점은 대단하다. 그 자체로 김소현이 배우로서 얼마나 야망이 있는지, 얼마나 성실한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다. 권덕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아, 이 님은 찐배우다. 분명 성공한다.
성실한 학생 배우, <후아유 - 학교 2015(2015)> <페이지 터너(2016)> <싸우자 귀신아(2016)>
아역 배우의 성장 과정에는 성인이 될 때까지 ‘잘' 자라야 한다는 것 외에도 어릴 때부터 쌓아온 내공으로 연기를 대체로 잘해야 한다는 점, 어린 이미지를 벗고 성인 역할에 무사히 안착해야 한다는 점 등 아주 많은 미션이 주어진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성인이 된 아역 배우가 성인 역할에 잘 스며드냐는 것인데, 아무리 연기로 날고 긴다 한들 누군가의 아역이던 배우가 (시청자 입장에서) 갑자기 떡하니 ‘자, 이제 얘는 성인이야.’ 하고 나오는 게 어색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미성년자 시절의 배우 김소현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바로 착실하게 학생 역할을 맡은 것. 더 이상 누군가의 아역을 하기에는 짬도, 나이도 애매하다. 이럴 때 억지로 성인(스러운) 역할을 맡는 무리수를 두기보다 딱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학생이 중심인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으니 절로 주연의 자질을 어필할 수 있었고, 시청자들을 어색하게 만들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때 김소현이 쌓은 캐릭터 경험은 아주 풍부했다. <후아유>에서는 정반대 성격의 2역을, <페이지 터너>에서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피아노 천재’ 역을,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교복을 입은 19살의 미스터리 학생 귀신 역까지 소화했다. 연기력이 받쳐주니 가능했지만 제 나이에서(만) 제일 잘할 수 있는 역할로 아주 착실히 필모를 쌓았다는 점, 그게 김소현의 무기가 되었다.
이제 성인입니다, <라디오 로맨스(2018)> <좋아하면 울리는(2019)>
김소현의 첫 성인 역 작품은 <라디오 로맨스>였다. 권덕은 기대감으로 내적 흥분이 가득했는데, 당시 지상파의 암담함과 비례해 시청률은 처참했다. (마지막회 기준 3.1%. 과거 지상파에서는 조기종영할 수도 있는 수준이지만 당시 지상파는 답이 없었다.) ‘방송국 라디오국에서 펼쳐지는 톱스타와의 로맨스’라는-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기획이 있었고 배우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생략). 그래서 객관적으로 김소현이 성인 역에 잘 스며들었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았다. 적어도 김소현이 라디오 작가 역할에 안 어울리지는 않았다 정도? 뭔가 어색했다면 그건 김소현의 연기와 역할이 어색했다기 보다는 드라마의 흐름이 (생략). 아쉽지만 <라디오 로맨스>를 뒤로 하고 차기작을 기다렸고… 나왔다. 좋알람[조알람].
<좋아하면 울리는>은 주인공들의 고등학생 시절에서 으른 시절까지 이어지는 대하 웹툰으로, 넷플릭스에서 시즌제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이다. 고등학생 역할은 김소현에게는 (조금 오바해서) 누워서 떡 먹기 수준이었을 테고, 자연스레 성인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은 성인 배우로서의 자질을 보여줄 최고의 기회였을 것이다. 실제로 김소현은 사연 많은 고등학생 조조에 빙의해 주었고 성인이 된 대학생 조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여자 주인공 (서사) 다루기에 천부적으로 무능력한 한국드라마의 특성은 <녹두전>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 배우님은 개의치 않긔. 연기로 서사를 만드니까. 위에서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출연작을 거치며 김소현은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물론 아직 학생 같은 어린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김소현 배우는 2020년 기준, 이제야 22살 배우다. 지금까지의 김소현의 필모를 보면 절로 알 수 있듯 김소현은 앞으로도 성실하게 작품을 해낼 것이고 연기력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낼 것이다. 나중에는 학생 역할 하고 싶어도 못할 거고, 권덕은 학생 역의 김소현을 그리워하며 과거작을 주행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써놓고 보니 김소현 소속사 홍보팀에서 쓴 글 아니냐 싶을 정도로 찬양하는 글이다. 어쩔 수 없다. 권덕은 김소현의 위대함을 발견했고 칭찬은 많을 수록 좋다. 덕후가 그렇다.
2019년 11월 17일
by 권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