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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06. 2023

3살 스키 신동 발굴기

시카고 근교 스키 여행

바야흐로 동계 스포츠 시즌입니다. 어디 연말이라고 멀리 여행 갈 수 없는 우리 가족은 2022년의 마지막을 시카고 근처에 있는 스키장에서 보내기로 했어요. 가까운 친구네 가족 몇 집과 스키장 근처에 에어비앤비를 빌려 스키를 타기로 했죠. 운동 감각이 좋아 웬만한 스포츠 종목은 몇 번 가르치면 얼추 따라 하는 첫째는 올해 스키 장비를 사줬습니다. 그리고 진중한 성격(aka 엉덩이가 무거운)의 둘째는 어차피 타지 못할 건 알지만, 그래도 언니 따라 겸사겸사 한 세트 얻어 갖게 됐습니다.


저희가 간 곳은 Chesnut Mountain Resort, 시카고에서 두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일리노이주의 끝에 있는 스키장이에요. 근처에 Galena라는 작은 호수 마을이 있는데, 시카고 사람들이 여름에 많이 놀러 가는 작은 휴양지기도 하죠. 미국의 미드웨스트 지역은 높고 깊은 산이 없기 때문에 아주 멋진 스키장은 찾을 수 없어요. 제대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은 그래서 Colorado의 Aspen이나 Vail 같은 스키 마을로 여행을 가죠.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이긴 하지만, 어디 3살짜리 둘째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에 저희에겐 머나먼 이야기 같은 곳이죠.




* 언젠가 가보고 싶은, 미국 스키장 리스트 (Outside 매거진)

https://www.skimag.com/ski-resort-life/the-best-ski-resorts-in-the-u-s/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 스키장은 어린이 프로그램이 참 잘 되어있어요. 첫째 같은 경우는 6살에 반나절 스키 스쿨을 두세 번 가더니, 이제는 혼자서 중급 코스는 어렵지 않게 내려오더라고요. 또 좋은 점이 아이들을 스키 스쿨에 보내놓으면 따로 중간에 부모가 안 챙겨줘도 선생님들이 필요한 것들 다 도와주시고, 중간 휴식시간에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서 핫초코도 마실 수 있게 하니 그 시간 동안은 엄마, 아빠도 따로 스키를 즐길 수 있어요.


3살 둘째는 연말 스키 여행 가기 며칠 전에 아빠 따라서 집에서 가까운 스키장에 가서 스키 그룹 레슨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아침에 보내온 사진을 보면 부츠도 제대로 못 신어서 낑낑대고 있는 유아들이 선생님 주변에 빙그르 둘러서 있었죠. '오늘 하루 다 지나도 부츠도 제대로 못 신을 것 같아 ㅠㅠ'란 메시지와 함께 말이죠. 그런데 웬일! 두 시간 뒤에 다시 보내온 동영상에서는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 혼자 매직 카펫이란 리프트도 타고 올라가고, 버니힐이라고 불리는 아주 나지막한 언덕도 혼자 스르르 내려오고 있었어요. 너무 신기해서 보고, 보고, 또 봤죠. 엉덩이가 하도 무거워 체육은 그냥 패스하고, 앉아서 하는 첼로나 가르쳐야겠다, 생각했던 그 둘째가 혼자 스키를 타고 쭉 내려오다니 말이죠!



그렇게 예상외로 스키 신동 같은 모습을 보여준 둘째는 이번 Chesnut Mountain 스키 여행에서도 제일 열심히 스키를 탔습니다. 물론 멜빵 가방 같은 걸 매고 아빠랑 연결돼서 같이 타는 거였지만, 신기하게도 겁먹지 않고, 지치지도 않고 스키를 즐기더라고요. 너무 재밌다고 하면서 말이죠. 사실 아빠한테 매달려 가는 것이기 때문에 소질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스포츠는 무조건 싫어하고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정말 빗나간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예체능을 전공시킬 건 아니지만, 아이가 어릴 때 이것저것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내년 겨울엔 콜로라도 가족 스키 여행을 갈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스키 연습을 좀 더 해야 될 것 같아요. 8살 때부터 거의 35년 동안 스키를 타긴 했지만, 겁 많고 운동 신경 없기로 유명한 저는 여전히 초보 신세거든요. 기저귀 차고도 용감하게 언덕을 내려가는 우리 집 3살 스키 선수를 보면서 저도 올해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https://www.chestnutm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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