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근교 Get Away 캠핑
벌써 1년 3개월이 되어가네요.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을 못 간 지도요. 예전에는 미국에 와서 산다 해도 일 년에 적어도 두 번, 그것도 몇 달씩 길게 갔었는데 말이죠. 첫째가 초등학교를 입학한 것도 있고, 또 무엇보다 제가 일을 시작한 이후로 이제 긴 한국행 여행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제가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즐거움이지만, 또 매번 한국을 다녀온 이후에는 몇 달 만에 다시 어색해진 시카고 생활에 익숙해지느라 마음 헛헛한 시간을 안 보내도 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모두 다 가질 순 없겠죠. 그냥 제가 놓쳐버린 건,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건 길게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제 긴 가족 여행은 못하는 대신 우리는 시카고 주변, 혹은 미국 안에서 할 수 있는 짧은 주말여행들을 해보고 있어요. 사실 동부, 서부와는 다르게, 제가 살고 있는 시카고가 속해있는 미드 웨스트 지역은 어디 멀리서 굳이 여행을 찾아올만한 유명한 명소는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추운 겨울엔 말이죠. 그래서 아이들이 방학하고, 또 가족들이 유일하게 같이 긴 시간 보낼 수 있는 12월 연말에 시카고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멕시코나 하와이 등 따뜻한 곳으로 휴가를 많이 가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가격이 비싸지죠)
12월 말에는 긴 휴가를 주는 남편 회사와는 달리, 제가 다니는 회사는 얄짤없이 크리스마스 당일 딱 하루, 그날만 쉬기 때문에 어디 따뜻한 곳으로 가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회사를 가지요) 어디를 갈까 찾아보다가, 문득 친구가 예전에 다녀와서 인스타에 올렸던 멋진 장소가 생각났어요. 바로 숲 속의 글램핑, Get Away였지요. Get Away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참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요), '캠핑계의 애플'이라고나 할까요. 그 콘셉트가 참 재밌어요.
Get Away는 도시 근교의 한적하면서도 풍광이 좋은 곳에 만들어둔 캠핑장이에요. 컨테이너 같이 생긴 아주아주 작은 집 안에는 침대, 부엌, 식탁, 샤워시설, 그리고 모든 식기류, 책, 오디오, 수건, S'more 재료까지 모두 다 준비가 되어있죠. 따뜻한 난방과 물은 물론이고요. 여기의 하이라이트는 한 쪽 면이 유리로 뻥 뚫려 있어요. 그래서 마치 숲 속 야외에서 잠을 자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고, 단풍 질 때나, 눈이 올 때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Get Away가 재밌는 건, 출발하기 며칠 전까지 이곳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요. 숙소 예약을 할 때 어느 지역의 Get Away를 갈 것인지만 정할 수 있고, 자세한 주소나 몇 번 컨테이너를 가게 될지는 알 수 없어요. 시카고 지역에는 총 2개 Get Away가 있는데, 저희는 그중 새로 생겼다는 Starved Rock 캠핑장을 신청했어요. 시카고에서 한 시간 반쯤 떨어진 곳에 있는 State Park인데 예전에도 두세 번 드라이브 삼아 간 적이 있는 곳이었죠.
Get Away는 따로 체크인이나 체크아웃을 할 필요가 없어요. 문자로 자세한 안내 사항이 오는데, 비밀 번호를 열고 들어가면 운영자가 미리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방을 따뜻하게 해 두고 불을 다 켜두기 때문에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죠. 그러니까 이곳에 와서 원한다면,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어요. 컨테이너들은 숲 속 여러 군데 뚝뚝 떨어져 있고 또 서로 안 보이게 잘 위치하고 있어서 프라이빗하게 지낼 수 있죠. 하지만 난방에 문제가 생기거나, 수건이 더 필요하다든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운영자에게 문자를 보내서 질문을 하거나 호출을 할 수 있어요. 저도 처음 배정받은 방에 문제가 생겨서 문자를 보냈는데 5분도 안돼서 슈퍼우먼처럼 직원이 나타나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줬답니다. 그러니까 캠핑 초보자도 아무런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는 곳이죠.
이미 여러 번 캠핑을 해본 적 있는 아이들은, 그 어떤 캠핑장보다 여기가 더 좋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따뜻한 방 침대에서 잘 수 있으니까요. 또 마침 저희가 갔던 크리스마스 연휴는 한국 뉴스에도 나올 만큼 미국에 엄청난 북극 추위가 찾아온 그다음 날이었는데, 정말 춥긴 했지만, 눈이 너무 예쁘게 펑펑 내려서 마치 스노볼 안에 들어온 것만 같았어요. 눈이 펑펑 오는 날, 크리스마스 캐럴 들으며 컨테이너 앞에 있는 캠프 파이어에서 불도 피우고, 마시멜로도 구워 먹으니, 어디 멀리 안 가도 이게 행복이구나, 생각이 들었죠.
아마도 저희 가족은 또 새로운 계절이 오면, Get Away 숲 속 오두막으로 떠나볼 생각이에요. 눈이 녹고 봄이 오는 소리도 들어보고, 꽃이 피는 모습도 보고, 녹음이 짙은 여름 숲, 눈부신 가을, 그리고 다시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 올 때 즈음, 다시 찾아가려고요. 그 때는 눈에 덮여 보지 못했던 새로운 숲 속의 재미난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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