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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08. 2023

파크하얏트에 사는 Ms.Parker 이야기

유기견에서 호텔 레지던트가 된 강아지 Parker

지난 연말 제가 사는 시카고에는 정말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엄청난 추위가 찾아왔어요. 전 세계 탑뉴스로 나올 정도였죠.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 한파가 이 쪽 지역까지 내려온 거죠. 정말로 어디 추위 테스트 실험실에 들어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깥에 잠시 서있는 것도 힘든 그런 추위였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정말 웬만해서는 쉬는 법이 없는 곳인데, 이 추위가 찾아온 주의 이틀간은 사무실 문을 닫고 재택근무로 전환을 했어요. 그 정도로 추웠죠.



두 아이는 모두 방학이고, 아이들이 원래 아빠랑 가려고 했던 박물관과 스키장도 모두 날씨 때문에 문을 닫고, 저는 갑자기 재택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저희는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시카고에서 처음으로 호캉스를 해보기로 했어요. 제가 방에서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수영장에 가서 수영도 하고, 또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도 하고요. 한국에서라면 크리스마스에 갈 호텔로 고민하지 않고 크리스마스 라이팅이 가장 아름다운 남산 그랜드 하얏트를 갔을 텐데, 시카고에는 그렇게 아름다운 조명을 한 호텔은 아쉽게도 없더라고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시카고의 5th Avenue라고 할 수 있는 미시간 애비뉴 중심부의 파크 하얏트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미국에 살면 한국에서처럼 호텔을 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물론 여행을 할 때 제외하고요. 생각해보니 시카고에 5년 살면서 좋은 호텔을 가본 적은 처음인 것 같더라고요.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 회사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나름 하루 숙박을 위해 트렁크를 챙겨 짐을 싸고 있으니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설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진 반짝반짝 호텔 로비를 들어갔는데,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웬 스웨터 입은 퍼그 강아지 한 마리가 호텔 로비를 돌아다니고 있었거든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저희 집 두 아이들은 신이 나서 강아지 뒤를 쫓아다녔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호텔에 매일 출근하는 링컨파크(시카고 부촌)사는 할머니의 애지중지 강아지인 줄로만 알았어요. 입고 있는 옷도 아이비리그 프레피 스타일 룩이었거든요.


Park Hyatt에 사는 강아지 Ms. Parker


그런데 잠시 후에 우린 이 팔자 좋아 보이는 강아지가, 이 파크 하얏트 시카고의 특별 주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강아지는 호텔에서 입양을 한 유기견이었던 거죠.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유기견 센터인 PAWS Chicago에서요. 자세히 보니 이 퍼그 강아지가 입고 있는 옷에는 자기 이름이 쓰여있었는데 바로 'Parker'. 'Parker'는 한쪽 눈을 잃은 강아지였어요. 나이도 많고, 눈도 한쪽이 감겨 있으니 절뚝절뚝 걸으며 로비를 돌아다니고 있었죠. 호텔의 모든 직원들이 강아지를 부르며 알뜰살뜰 챙겨주고 있었어요. 그제야 호텔 로비 곳곳에 위치한 'Parker'의 침대며, 소파가 보였지요. 로비에 있던 호텔 직원이 Parker가 호텔에 입양 온 지 6~7년 정도 되었고, 지금은 아주 나이 많은 할머니 강아지라고 얘기해 주었죠.


이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호텔 로비에서 강아지를 키운다'하면, 아마도 가장 아름답고 출신도 남다른 그런 강아지를 선택할 것 같은데, 한쪽 눈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절뚝거리며 걷는 유기견이라니요. 나중에 찾아보니 이 감동적인 스토리는 몇 년 전에 People 매거진에도 소개가 될 정도로 Parker는 유명 스타였고, 호텔의 인스타그램에도 종종 등장하는 호텔의 사랑스러운 마스코트였죠. 아이들은 방에서 로비에 내려갈 때마다 Parker를 찾았고, 만나면 반갑게 이름 불러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신나 했습니다. 산타할아버지에게 올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바로 강아지였거든요.



강아지를 갖고 싶다는 아이들의 올해 크리스마스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어요. 하지만 언젠가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그때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강아지가 아니라 Parker처럼 버림받은 강아지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Parker처럼 가장 예쁜 스웨터도 입혀주고 사랑을 듬뿍 주려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최고로 좋은 것들을 다 모아놓은 호텔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호텔 로비에서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또 미소를 짓게 하는 멋쟁이 유기견 강아지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겠죠?


Ms. Parker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우리집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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