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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r 24. 2023

마흔에 다시 시작한 내 두 번째 직업

KOTRA 해외 무역관 현지 직원이 하는 일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은데요, 오늘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한 번 써볼까 해요. 아마 제 블로그를 예전부터 보셨던 분들이나, 이전 티스토리 블로그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3년 차 꼬꼬마 PR 에이전시 AE' 때부터 어엿한 10년 차 자동차 브랜드 홍보팀 브랜드 매니저로 지냈던 시절까지, 제가 하던 업무들을 소개했던 글들을 보셨을 거예요. 네, 전 대학 졸업한 때부터 아기 엄마가 될 때까지 10년 넘게 PR 업계에서 쭉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유학생 남편을 따라 한 살 짜리 아기를 데리고 미국에 오게 되었죠.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4년 정도 전업맘으로 지내게 되었구요. 물론 그 사이에도 간간히 원래 하던 일인 보도자료, 기획 자료 등을 쓰는 프리랜서 일을 하긴 했었지만, 딱히 직업이라고까지 보긴 어려웠구요. 2021년 10월, 다시 전 두 번째 직업을 갖게 되습니다. 예전에 하던 일과는 완전 다른 일이었지요.


제 두 번째 직업은 KOTRA 시카고 무역관의 마케팅 담당입니다. 사실 말이 마케팅이지, 제가 예전에 했던 진짜 마케팅과는 완전 다른 업무예요. 전 한국의 유망 중소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지원하는 업무는 다양한데요, 한국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장 조사를 하고, 마케팅 자료를 만드는 것을 돕고, 해외 전시 참여 기업이 있으면 현장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한국 기업 제품에 맞는 미국 유통 업체 타깃을 정하고, 바이어들에게 정기적으로 연락해서 수요 발굴을 하는 거에요. 무역관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담당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7~9개 정도 됩니다. 바이어에게 제 담당 한국 기업들 제품을 소개하고 관심이 있으면 미팅을 주선하고 실제 성약을 만들어 수출이 이뤄지기까지 전반적인 수출 흐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일즈+마케팅+무역의 짬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매년 3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가장 큰 가정용품쇼에 제 담당 기업 '헤슬바흐'가 참가를 했었죠.


사실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는, 다른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10년 넘게 제가 일했던 분야였던 '홍보' 업무를 이곳에선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이 되어서 선택한 현실적인 차선책이에요. 홍보란 업무는 말과 글, 그리고 사람 간의 관계로 그 기업과 브랜드를 대중에 알리고, 막아야 될 기사는 막는 역할이거든요. 영어가 외국어인 제게 그런 역할을 줄리 만무하고, 설령 준다고 하더라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예전처럼 그 무엇보다 회사 일이 우선이 되어야 되는 홍보일을 해낼 자신이 없었죠. 실제로 저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교포 친구가 미국에 와서 직접 PR 업계에서 일해보며 들려준 얘기가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어요. '미국에서 PR 하려면 말 잘하는 백인 여자거나, Ivy를 나왔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엄청난 글발을 갖고 있어야돼(당연히 영어로!)'. 이 중에 제가 해당되는 건 단 하나도 없었죠. 그래서 전 제가 못가진 것에 끙끙대지 말고, 쉬운거라도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럼 내가 미국 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고민도 많이 해보고, 이력서를 넣어둔 곳들에서 서류 통과가 안됐다는 답장을 받고 한동안은 '난 절대로 이 집 밖에 나가서 돈 한 푼 벌지 못할거야!'란 좌절감에도 빠져있다가, 결국 시간이 흘러흘러 이 일을 찾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해온 일, 분위기와는 다르기도 하지만, 그냥 과거의 기억은 싹 잊고 새로 변화한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배워보겠단 생각으로 시작했죠. 지금 저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니까요. 아, 그리고 이건 저도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인데, 제가 20년 전에 무역일을 배워보려고 몇 달 동안 한국 무역 협회 '무역 아카데미'를 다녔었거든요. 저희 아빠도 평생을 무역일을 하고 계시고요. 그런 거 보면 또 제가 이 직업을 택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시카고 한 중간에 있는 위치 하나는 정말 맘에 쏙.


앞으로 종종 제가 하는 일 중에 재미난 일들은 어떤 게 있는지 소개해볼께요. 또 혹시 제 블로그를 보시는 분 중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어떻게 KOTRA를 활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도 공유해 볼게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제 두 번째 직업 소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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