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프 여행기 1
올랜도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캐나다 캘거리로 떠났다. 트렁크에서 여름옷들을 빼고 한겨울 옷들로 다시 채워 넣고서. 올해 남은 휴가 일수가 모자라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카고에 남아 며칠 더 출근을 했다.
추석이나 구정 연휴 같은 정말 긴 연휴의 달콤한 맛을 보지 못한 미국 사람들은 '토, 일, 월' 이렇게 3일 붙어있는 공휴일을 Long Weekend라고 부른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내가 충격을 받은 일 중의 하나이다. 어떻게 월요일 하루 쉬는 걸 ‘롱~’하다고 할 수 있지? 내 휴가를 요리조리 앞뒤로 붙여 이름 붙은 연휴엔 2주씩 멀리 유럽이나 미국으로 여행을 다녔던 나는 미국 직장인들은 참 착하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여기선 어쩔 수 없는 미국 직장인. 월요일 하루만 쉬어가는 날도 달력에 동그라미 특별 대우를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은 특별한 날들이 많다. 특히 올해는 25일 크리스마스도, 1월 1일 새해도 월요일이었다. 나는 원래 내년으로 넘기려던 내 소중한 휴가 3일을 올인해서 롱위켄드에 붙여서 쓰기로 했다. 이번엔 올랜도와는 정 반대의 도시, 춥디 추운 캐나다 밴프로.
시카고에서 밴프를 가려면 우선 캘거리로 가야 된다. 비행기타고 서쪽으로 4시간이다. 캐나다는 예전에 동생이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곳이라 대학시절 내내 방학 때마다 가던 곳이다. 토론토 근교의 작은 도시였는데, 겨울에 가면 하루 걸러 snow day가 있을 정도로 눈이 많이 오고 추웠던 기억뿐이다. 그래서 남편이 밴프에 스키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나는 반대올시다!'를 한참 동안 외쳤다.
나보다 며칠 먼저 도착한 남편은 수시로 아이들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줬다. '이래도 안 오고 싶어?' 암묵의 메시지와 함께. 하필 여행 다녀온 후 감기에 걸린 나는 며칠 골골거리다가 나 없이 추운 데서 극기훈련 하고 있을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고 보고 싶어서 캘거리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제, 시작합니다. 캐나다 밴프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