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프 여행기 2
캐나다 캘거리 공항에 도착한 첫날, 아이들과 남편이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 이미 나보다 며칠 캘거리에 도착해 지역 조사를 마친 식구들은 근처 맛있는 한식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시카고에서 며칠을 혼자 앓다가 와서 그런지, 뜨끈하고 매콤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역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캐나다라서 그런지 도시는 작지만 시카고보다 훨씬 시설도 넓고 깔끔했다. 매콤하게 양념된 불고기 전골을 먹으니 연말 징검다리 출근으로 며칠 긴장했던 것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밴프로 출발하기로 해서 푹 쉬고 싶었다. 하지만 야외 활동하기 좋아하는 남편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미 해는 져서 깜깜한데 변두리 어느 작은 마을 호수로 스케이트를 타러 가자고 했다. 그렇다. 사실 이번 밴프 여행의 시작은 바로 김연아 선수의 캐나다 관광청 홍보 동영상 때문이었다. 꽁꽁 언 레이크 루이스에서 아이스 스케이팅을 타는 영상을 본 남편. "아빠가 우리 윤서, 연우도 여기서 스케이트 태워줘야지!" 그렇게 해서 우리의 캐나다 여행은 시작되었다.
자주 타는 항공사가 아니라 짐을 많이 부칠 수 없는데도, 이 와중에 우리 가족 넷 스케이트를 다 챙겨 왔다. 하필 렌트한 차도 트렁크가 작아서 스키복에 스케이트까지 넣으려니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그래도 캐나다는 스케이트만 들고 다니면 꽁꽁 언 호수 어디서든 탈 수 있다고 하면서 남편은 고집스레 그 무거운 스케이트를 이고 지고 왔다.
그렇게 도착한 한 호수.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곳인지 깜깜한 밤인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하던 만화 영화 '찰리 브라운'이 어쩌면 여기 캐나다 작은 마을 출신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만화를 보면 깜깜한 밤에 야외 호수에서 친구들과 스케이트 타는 게 나온다. 미국에서는 본 적 없는, 상상도 못 할 장면이다. 호수 주변의 나무들은 크리스마스 조명을 장식해 놔서 마치 옛날 미국 영화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호수에서의 스케이트는 멀리서 보는 것과 실제로 타는 건 많이 다르다. 한 번도 이런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본 적 없는 우리들은 처음에 울퉁불퉁한 얼음 표면에 뒤뚱거리면서 넘어지기도 했다. 중간중간 표면이 갈라져있기도 하고, 또 물결이 그대로 얼었는지 어떤 곳은 경사가 지기도 했다. 이런 데서 스케이트를 태운다고 툴툴댔지만, 또 낭만적인 그 분위기가 사실은 참 좋았다.
캐나다 밴프 겨울 여행하면 다들 오로라나 스키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난 거기에 하나 더, 꽁꽁 언 호수에서의 아이스 스케이팅을 더하고 싶다. 진짜 캐나다 로컬 사람들이 어떻게 이 긴긴 겨울을 보내는지 볼 수 있는 아마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