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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Nov 19. 2024

한 번 해봤습니다. 워킹맘의 편입 도전기

내가 사실 올해 하나 도전해서 성공했다가, 스르르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져 버린 일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대학 편입. 정확히는, 한국의 사이버 대학교 3학년에 편입을 했(었)다. 이번 주에는 나의 또 다른 학위 도전 실패기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한다. 혹시나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방향이 되기를 바라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이 일, 50이 되어서도 하고 싶을까?


미국에 와서 아이 키우며 4년 정도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 마흔이 넘어 어렵게 일자리를 찾았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엔 이런 질문을 안고 산다.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하고 살 수 있을까?'


올해부터는 회사에서 유연근무제도가 생기면서 출퇴근 시간에 조금 유동성이 생겼지만, 사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9시부터 5시까지 일을 하는 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하루 쳐내는 기분으로 숨 가쁘게 살아온 지 이제 3년,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특히 아이들의 여름 방학이 되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1년에 15일 주어지는 휴가는, 아이들 학교 공백, 짧은 가족 여행, 그리고 아플 때를 대비하고 나면, 정작 한국을 갈 수 있는 날은 손에 꼽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도 할 수 있는 일,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덜 받으면서도, 엄마로서, 직업인으로서 내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벌써 이 건물에서 3번째로 만나는 크리스마스 트리





우선 나이가 들어도 좋은 직업은, 사실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점점 새로운 기술은 나오고 젊은 세대들이 그 자리를 경쟁적으로 차지할 테니까. 그러다가 문득 내가 지난 몇 년, 힘든 시간 동안 큰 도움을 받았던 '심리상담'을 떠올리게 되었다.


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심리상담사를 찾을 때 젊고 아름답고 엄청 좋은 학교를 나온 심리상담사를 찾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내가 겪고 있는 문제, 고통을 이미 한 번 겪어냈거나, 그렇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삶의 지혜와 연륜, 그리고 횡설수설하는 내 불안전한 모습마저도 받아줄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선생님을 찾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내가 찾던 정답에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과연 내가 뭘 할 때 즐거운가 생각해 봤다. 항상 나는 '미술'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예전에 홍보 일을 할 때도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 가장 행복했었고, 언젠가 그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PR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왔었다.


BMW 시절 가장 좋아했던 일을 돌이켜보면 단연 아트콜라보 프로젝트가 1등


그리고 앞에서 얘기한 심리상담 관련된 공부를 찾다가 '미술심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그 미술심리사 말이다. (나중에 찾아봤지만, 재밌는 건 UIC(일리노이 주립대 시카고 캠퍼스)에는 미술심리 전공이 없다.) 어쨌든, 내 흥미 분야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분야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팍 들었다.


생각보다 높은 미술 심리 대학 문턱  


미술 심리 상담사라면 왠지 희망이 안 보이는 쳇바퀴 같은 이 삶에서 나를 구원해 줄 달콤한 내 미래의 평생 직업이 되어줄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시카고의 미술심리 대학원을 찾아봤다. 하지만, 검색을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 돼 두 가지 난관을 발견했다.


첫째,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서는 회사를 관둬야 했다. 낮에도 수업이 있고 공부량이 많기 때문에 병행이 불가능했다.


둘째는 학비와 지원 과정의 벽이었다. 미국 대학원 학비 '한 번 해볼까?'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MBA나 로스쿨 같이 졸업 후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되는 전공이 아니라 더 그랬다.


또 지원을 위해서는 GRE나 토플 시험도 준비를 해야 되고, 무엇보다 이 심리상담이라는 일이 나한테 맞을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기에, 무모하게 내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Plan A가 안되면, 고민 말고 Plan B로  


현실적으로 학교에 입학하자는 계획은 어렵겠다 싶던 중, 문득 예전에 들어본 '사이버 대학교~'란 라디오 광고 생각이 났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는데, 정말 있었다. 그것도 미술심리 전공이 있는 사이버 대학교가 두세 군대 있었다.


그중에서 '한양 사이버 대학교'가 가장 마음에 들어왔다. 교육 프로그램도, 또 교수진 왠지 끌렸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이 아니라 녹화된 영상을 미국 시간에 맞춰 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부담 없는 학비도 마음에 들었다. 중간에 실패를 하더라도 크게 후회는 안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지난 3월, 난 대학교 3학년 편입생이 되었다. 사실 사이버 대학이라는 것이 지원도, 합격도, 수강신청도 다 온라인에서 혼자 하는 것이다 보니 우리 가족 아무도 몰랐다. 그래도 괜히 그 3월은 작년 3월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작은 도전이었지만, 변화를 향해 내디딘 내 첫걸음이었다.




다음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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