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양 프로그램 추천 <스토리봇에게 물어보세요!>, <후 워즈 쇼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론치가 얼마 남지 않았다.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시리즈와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가장 큰 강점은 역시 키즈 콘텐츠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은 정말로 많은 타깃을 커버하며 (디즈니 영화를 한 편도 안 본 현대인이 있을까!) 지금도 어린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다. 디즈니 플러스의 상륙을 앞두고 국내 서비스들도 나름의 대비를 하는 모양새다. 왓챠는 지난달 키즈 프로필을 개편해 키즈 전용 모드로 로그인할 수 있게 했고 키즈 프로필을 활용해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도 기존 100여편에서 1000여편으로 10배 이상 늘렸다. 쿠팡플레이도 키즈모드에 아동, 청소년 전용 콘텐츠를 갖췄다. 통신사 OTT 서비스들도 마찬가지다. 엘지유플러스의 아이들나라, 케이티의 키즈랜드, 비티비의 젬키즈는 잉글리시 에그, 웅진 북클럽, 윤선생 영어 등 교육 서비스와의 협업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스크린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양육자 시청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며 어필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론치 이후 국내 OTT 업계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졌던 키즈 콘텐츠의 보유 역량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이용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이용 의향이 꽤 높지 않을까?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1~2년 간 넷플릭스와 국내 OTT 업체에 제공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을 순차적으로 제외시켰고 그 결과 현재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방법은 구글 플레이나 네이버 시리즈 등을 통한 단편 구매 및 대여가 유일하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은 오래된 작품일지라도 구매 가격이 5,000원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키즈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면에서 디즈니플러스와 경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넷플릭스 키즈 콘텐츠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다양한 장르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키즈에는 애니메이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소개했던 <베스트 탐정단>을 비롯해 <오즈 스쿼드>와 같은 어린이 드라마부터 <에밀리의 유쾌한 실험실>, <브레인 차일드 : 이런 것도 과학이야?>와 같은 과학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어린이가 직접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키즈만의 차별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힐다>나 <스피릿>, <달려라 멍멍아>처럼 캐릭터나 관계성, 서사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훌륭한 애니메이션들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 키즈 프로그램은 단순히 흥미 위주의 키즈 콘텐츠를 넘어 더 다양한 메시지를, 다양한 장르에 담아내고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어린이 시청자를 위해 만들어진 교양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토리봇에게 물어보세요!>는 제목 그대로 궁금한 것이 있는 어린이들의 질문에 스토리봇들이 설명을 해주는 구성의 지식 교양 프로그램이다. 주로 “화산은 어떻게 생기는지?”, “꽃은 어떻게 피는지”와 같은 자연현상의 원리부터 “귀는 소리를 어떻게 듣는지”, “감기는 왜 걸리는지”와 같은 “왜 과자만 먹으면 안되는지!”처럼 아이들이 정말 궁금할 만한 내용들을 다룬다.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공중인 <신나는 스쿨버스>와 비슷한 주제들을 다루는데 담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난이도에 있어서 <스토리봇에게 물어보세요!>는 미취학 어린이들에게 조금 더 적합하다. 러닝타임 내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기 보다는 중간중간 다양한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어린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보도록 유도하는 형식이다.
이를테면 “화산은 어떻게 생기나요?”와 같은 에피소드에서는 화산이 폭발하는 과정을 그냥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화석들이 ‘쇼’를 준비한다는 컨셉으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풀어낸다. 그렇다고 기초 개념들을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아주 꼼꼼하고 상세한데 어린이들의 원활한 이해를 위해 적절한 비유를 활용한다. 지구를 이루는 세 부분인 핵, 맨틀, 지각을 각각 뮤지컬 형식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또한, 실제 자료를 활용하되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챈트나 음악으로 풀어내고 맨 마지막에는 스토리봇들이 오늘의 내용과 기초 개념들을 짧게 요약하고 끝맺음한다.
한 에피소드 당 25분 내외로 5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까지 재미있게 볼 만한 주제를 너무 어렵지 않게 다루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인물 시리즈 <후 워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매 회 학교에서 학생들이 위인을 캐스팅해 쇼를 만든다는 포맷이다.
<후 워즈? 쇼> 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한 에피소드 당 두 명의 위인이 등장하는데 이 위인들을 각각 다루는 것이 아니라 둘의 교차점을 만들어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위인들을 연결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뉴턴과 아멜리아는 두 위인이 현존했던 당대의 관습에 맞섰다는 공통점으로 한 쇼에 캐스팅된다. 이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각자의 업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역사와는 다른 새로운 에피소드나 결말들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위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나의 쇼를 만든다는 포맷의 특성 상 상상력과 나름대로의 해석이 가미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위인을 다루는 태도가 지나치게 근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통적인 개념의 위인이라하면 엄청난 역경을 견디고 자신의 뜻을 쟁취하거나, 아주 어려서부터 범인과는 다른 천재성을 발휘하는 타입이 많다보니 이를 다루는 시각도 어딘지 모르게 엄숙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후 워즈? 쇼>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쾌활하고 익살스럽다. 위인의 천재적 면모나 비범한 특성만 다루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만든 천재이기도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특허국 직원으로 일했던 경력,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취미 등 업적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조망한다. 그렇다고 진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세대에 살지 않았던 위인들을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고 또 그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과거의 인물과 업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에 대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는 편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여성 위인의 비율이 너무 낮다는 점. 총 26명의 위인 중 8명만이 여성이다.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훌륭한 여성 위인들을 더 많이 섭외해줬으면 한다.
한 에피소드 당 25분 내외, 초등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볼 만한 주제들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북마크 : 세상에 울려 퍼지는 블랙 보이스>는 그림책과 이야기의 힘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프로그램이다. 인종차별과 혐오로 인한 다양한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에 이런 이야기는 양육자들이 어린이들에게 진정으로 들려주길 원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럴 때 많은 이들이 ‘그림책’을 경유하듯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북마크>는 그런 고전적인 방식에 영향력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더했다.
매 에피소드마다 한 권의 그림책을 선정하고 작가, 운동선수, 배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흑인 셀럽이 이를 낭독한다. 쇼의 맨 처음에는 이 쇼의 총괄 프로듀서이기도 한 말리 다이어스가 책과 읽는 사람을 간략히 소개하고 이후에는 낭독가가 책을 읽는다. 선정된 그림책들의 주제는 조금씩은 다르지만 크게 “자아존중”, “자기긍정”, “인종차별”, “다양성”과 같은 굵직한 메시지들이다.
그 중에서도 마세이 마틴이 읽는 <나를 닮은 위대한 여성 ABC> 에피소드는 특별히 강렬하다. “미셸 오바마, 최초의 흑인 퍼스트 레이디! 나와 같은 여성!”같은 식으로 여러 여성 위인을 언급하며 “나와 같은 여성!”이라고 유쾌하게 외칠 때면 이 프로그램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에피소드당 10분 이내.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 저학년생이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한 프로그램. 유튜브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https://youtu.be/a_l4jeZH84k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