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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 Mar 30. 2021

기후위기 시대, 어린이와 보기 좋은 넷플릭스 콘텐츠

<이지의 코알라 월드>를 중심으로


 넷플릭스 키즈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는 다양한 시대변화와 이슈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위기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공존' 중요한 화두가 됐다. 그런데 환경, 생태, 동식물 등은 사실 어린이 콘텐츠의 단골 소재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약간 억지스러울 정도로 보이기도 했고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니  넣는  아닌가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아이를 키워보니 알게됐다. 자연에 대해 아이들이 정말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얼마간 아끼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르겠지만.


 그런데 가끔 아이와 환경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때면 다른 어떤 이슈에 대해 이야기  때보다도 민망해지곤 한다.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플라스틱 빨대와 병뚜껑이 바닷가에 몰려와 바다생물들을 아프게 하는 그림책을  때면 아이는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빨대는 쓰지 말아야겠다! 그러면 되잖아! 그냥 컵으로 쓰면 되잖아?"라고 선언한다.(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한다. 어쩌다가 빨대를 써야  때면 "지구야 미안해 ㅜㅜ"라고 하면서 말이다.)

 큰 산불이 나서 코알라가   있는 나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말에는 "그럼 나무를 심어야겠다!! 우리 코알라를 위해서 나무를 심자!!!"라고 간명하게 대답한다.  속절없는 낙관과 대책없는 믿음 사이에서 나는 조금 부끄러워진다. 그렇게 간단한 것을 우리는, 그러니까 어른들은 왜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거기에 붙이는 어떤 이유들이 아이들에겐 어떻게 비춰질까? 우리가 그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고 치부하며 맞바꾸고 있는 것은 과연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이번화에서는 그런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이지의 코알라 월드


<이지의 코알라 월드>는 호주 마그네틱섬에서 코알라들을 돌보는 이지네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지의 엄마는 코알라를 구조하고 돌보는 야생동물 수의사이고 이지는 그런 엄마를 도와 아프고 다친 코알라들을 보살핀다. 시즌 1에서는 이지가 보살피는 다섯 마리의 코알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스타워즈의 레아공주의 이름을 딴!) 레아와 이지의 이야기다.


 레아는 다른 코알라들보다 조금  특별하다. 다른 코알라들은 어느 정도 야생 생활을 하다가 이지네 병원에 오게 됐지만 레아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여기서 지낸 코알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지와 레이는 각별하다. 하지만 이지의 치료가 끝나가고 이지와 레아에게도 이별이 다가온다. 레아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려는 노력과  과정을 담은 시즌 1 마지막  회차는 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레아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지만 이지는 레아가 가야  곳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레아를 위해 해줄  있는  중에 최고의 "이라며 이지를 격려해주고 레아가 지낼만한 적당한 나무를 함께 알아봐주는 이지의 부모님도  이별 여정에 멋진 조력자로 함께한다.  

 

 드디어  날이 오고 레아는 이지의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 나무 위로 느리게 천천히 올라간다. 난생 처음  속의 나무에 올라   풍광을   쓰윽 돌아보는 이지의 얼굴에서 어떤 불안과 기대같은 것을 읽는다면 그것 또한 오만일까? 하지만  옆의 여섯살 아이도 천천히 잡힌  장면을 보면서 숨을 참고 입술을  다문채로  긴장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가장 멋진 장면들은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데 레아는  나무에서는 더 올라가지 못하고 결국 이지의 도움을 받아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이지는 거기에 어떤 실망이나 걱정을 표하지 않는다. 아주 의연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준다. " 나무가 너무 커서 그런가봐요. 괜찮아 레아, 내가  좋은 나무 찾아줄게!"  커서 아이를 키우는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지는 정말이지 레아를 돌보면서 레아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을 얻게  것처럼 보였다. 어찌나 멋지던지, 마음 속으로 박수를 얼마나 쳤는지 모른다. 믿어주는 , 함께하는 , 과업에 도움을 주는 , 그리고 나의 걱정이나 불안을 드러내지 않는 . 그토록 단단한 사랑과 돌봄 덕분에 레아는  번째 나무에서는 드디어 레아의 곁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조금씩 낯선 세계를 관찰하고 탐험하면서, 레아는 나무 위로 폴짝폴짝 뛰어올라 마침내  보이지 않는다.


 며칠  이지는 레아를 올려보냈던 나무를 다시 찾는다. 이지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레아, 다시 보러 올게!"라고 했던 약속을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망원경을 동원해도 레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내심 레아가 어디로 사라져버렸구나, 싶어 나조차 걱정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면서 이지가 얼마나 서운할까 싶었는데 웬걸, 이지눈 활짝 웃고 있었다! ", 레아가 이제 다른 곳으로도 떠났나봐요. 두려워 하는  아니라 용기를 냈다는 거죠. 레아가 무척 보고 싶을 테지만 병원에서 계속 지내는 것보단 훨씬 좋은 일이잖아요. 스스로 살아나갈 방법을 찾은 거니까요."

 세상에, 나는  어린이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돌본다는 , 사랑한다는 , 그리고 자연을 돕는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영원한 보호나 우리 세계로의 편입, 적응이 아닌 그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충분히 살아갈  있도록 하는 . 그것이 진정 사랑하는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지의 코알라 월드> 공존과 공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주는 프로그램이다.


 (시즌 1  8 에피소드,  20 내외, 4 20 시즌 2 공개가 예정되어 있다. 유아부터 초등생 어린이까지 모두 재밌게 볼  있는 프로그램이다.)





함께 보면 좋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중에는 어린이가 보기에도 괜찮은 작품들많다. 공존과 공생의 관점에서 생태계와 지구의 다양한 생물들에 대해 다룬 아래 프로그램들을 함께 추천드린다.


우리의 지구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 다큐멘터리.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미지의 자연을 바라보는 장대한 여정에 함께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안의 생명체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로 없는 것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다큐멘터리.   

https://www.netflix.com/title/80049832


지구의 밤

밤의 지구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가 잠들듯이 동물들도 모두 잠들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던 우리집 여섯살이 아주 좋아했던 다큐멘터리다. 캄캄하지 않은 밤이 동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짚어준다. 아무래도 배경이 밤이기 때문에 화면이 내내 캄캄해서 조금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https://www.netflix.com/title/81168505


새들과 춤을

사실 나는 새를 아주 무서워하기 때문에 아직 이 다큐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집 어린이는 길을 가다가 새를 보면 한참을 쳐다보는 편이고 재작년 캘리포니아 여행 때 머물던 집에서 벌새를 본 후로 새들은 아름다운 무엇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곧 이것도 보게 되지 않을까?

https://www.netflix.com/title/80186796


나의 문어 아저씨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많았지만  생명체가 야생 왜문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마지막에 가서는 정말로 나조차도  모르겠는 어떤 감정이 밀려오는  느낄  있는데 그것이 결국 우리가 하나의 생명체로서 나와 똑같이 살아있는 생명체에 느끼는 어떤 동질감이나 연민, 존경심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https://www.netflix.com/title/81045007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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