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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리플렉팅 Nov 01. 2022

현실의 저열함에 포효하다 - 펜타곤 <바스키아>

선택받기 보단 차라리 이단아가 되겠어.

씨앗 하나로 꽃을 피운 나이기에 세상이란 던전 날 이곳에 던져 샜지 수많은 밤 숨 막힌 밤 Breathe / 난 새로운 바스키아.
- 펜타곤 <Basquiat> 중에서


이 시대의 저열함에 굴복하는 일
난 그깟 건 괜찮아
많은 탄식과 기믹의 방식 그리고 당신의 무관심이 날 미치게 만들어 놔
- 펜타곤 <Basquiat(바스키아)> 중에서


작정하고 2등이 되기로 한 다짐이 있다면 난 감히 <로드 투 킹덤>의 <펜타곤>의 마지막 무대를 떠올린다. 이토록 용감한 무대가 있을까. 예쁘고 멋지게 꾸며져 선택받아야 하는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에서 철저한 이단아가 되기로 한 펜타곤. 누군가는 1등으로 선택받아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이 모든 것들이 '기믹'이라고 서바이벌의 처절함과 저열함을 말한 이들을 누군가는 멍청하다는 평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들의 결심이 아티스트로서 필모그라피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한다. 펜타곤의 <Basquiat(바스키아)>는 서바이벌은 저열한 거짓과 기믹의 싸움이라며 솔직하게 말하고, 현실을 받아들인다. 동시에 그룹이면서 동시에 각 개인으로 존재하며 노래한다. 누구의 선택에 들지 않고 자신들 스스로 일어서는 걸 증명한 이들.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가 없어진 추세라고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멋짐과 청량미로 가득 갖춰져 선택받는 아이돌의 세상에서 펜타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가사로 풀어냈다.


<로드 투 킹덤>에서 애초에 자신들의 캐릭터로 승부한 건 세 팀이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던진 온앤오프, 그리고 <VERIVERY>와 <펜타곤>이다. 베리베리는 <Beautiful-x>로 무겁고 어두운 무대 대신 자신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청량미의 무대를 보여줬다. 과연 영리한 전략이었다. 자신들의 팬들을 향한 메시지로 가득한 무대를 꾸민 베리베리의 무대는 과연 서바이벌 무대에서 선택받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베리베리만이 할 수 있는 무대로 보여주었다. 같은 맥락에서 펜타곤의 <Basquiat(바스키아)>는 대놓고 누군가는 패배하고 살아남는 서바이벌 세계에서 궁리한다. 대중의 선택받아야지만 인정받는 현실에 처절하고 반복해야 하는 고통을 토하듯 노래했다.


의미 없는 왕관 빛이 보이다. 내려놔.
난 새로운 바스키아.
이 시대의 저열함에 굴복하는 일. 난 그깟 건 괜찮아.
많은 탄식과 기믹의 방식 그리고 당신의 무관심이 날 미치게 만들어 놔.
우리들을 봐. 끝없는 Survive.
빛나지 않던 게 빛나는 순간. 나는 꿈을 꿔. 또 난 불을 켜. Lights On.
- 펜타곤 <Basquiat(바스키아)> 중에서

베리베리(VERIVERY) ⓒ 엠넷
무거운 음악과 웅장함만 가득한 무대 사이에서 유일한 청량함이란 카드를 선보인 베리베리 ⓒ 엠넷

경쟁하고 경쟁해서 데뷔를 하고 많은 사랑을 받아도, 결국 대중들의 선택이라는 아이러니한 '기믹'과도 같은 굴레의 경쟁. 선택받기 좋은 비주얼을 하고 태도를 하고, 서사를 만들어내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야지만 선택받는 서바이벌. '예능'이란 좋은 포맷의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은 결국 사슬이 된다.


자신들을 지켜보는 팬들을 더 모으기 위해 철저히 오픈되어야 하는 서비스 이상의 기믹들은 아이돌 세계에서 기이하게 존재한다. 총량 따위 없는 애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믹들의 기믹을 만들어내는 서사에 올라타고야 마는 서바이벌 예능에서 펜타곤은 웅장한 퍼포먼스 대신 본질을 택했다. 선택받는 대신,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 엠넷


밉보여서 좋을  없는 서바이벌 예능에서 그들은 선택받아야지만 살아남는다는 끝없는 서바이벌이 지긋지긋해졌음을 외쳤다.  시대는 저열함을.  모든 무대들은 '기믹' 의해 만들어졌음을. 시청자들의 기준이 되지 못한, 사표가  이들은 무관심으로 치환했다. '왕관' 빛은 덧없음을 말했다. 그리고 되레 다른 팀을 응원하듯 본인들과 콜라보한 온앤오프의 'Lights On'이란 구호로서 기믹으로 만들어진 저열함들이 콘텐츠란 이름으로 메워진 프로그램무대에서 긍정의 빛을 속삭였다.



현실에서의 기믹은 여전하다. 자아실현은 욕심이라 하는 현실. 무대 밖 현실에서도 펜타곤의 서바이벌의 기믹에 관한 비판처럼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온한 소속감을 벗어나 철저한 경쟁사회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며 하루하루가 선택받기 위한 기믹의 삶 자체를 살아가며,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이들에게 펜타곤은 무너지듯 외친다.


'시대의 저열함에 굴복하는 일. 그깟 건 괜찮아.' 


빛나지 않던 게 빛나는 순간
난 꿈을 꿔 또 난 불을 켜
Lights On


빛나지 않던 게 빛나는 순간 난 꿈을 꿔 또 난 불을 켜 Lights on ⓒ 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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