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케팅의 폐허 이젠 그만하고 싶어
'온라인 마케팅'에서 '옛날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지난여름부터 지금까지 줄곧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면, 직접 관리하는 리뷰일 테다. 한때 이런 말이 떠돌기도 했었다. '네이버 리뷰보다 다음 리뷰가 더 솔직해'
아마 네이버 블로그가 오래전부터 체험단이다 광고다 뭐다 하면서 신뢰도를 잃어버린 뒤 생겨난 이해일 테다. 나로서도 소비자 측면에서 봤을 때 네이버 지도는 100번 중에 한 번 켜서 크로스 체크할 때 외엔 사용하지 않았다. 관리자가 된 뒤엔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오는 평점과 블로그와 한 줄 리뷰까지 포함한 리뷰를 체크하기 위해 매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제 다음 리뷰를 말할 차례다.
네이버 리뷰와 다음 리뷰의 차이가 뭔지 아는가.
바로 '영수증' 확인 문제다. 실제 결제를 했는지. 이전 상황과 이후 상황이 기록되지 않은 단순 실물 영수증. 이 영수증이 있다면 조금 더 신뢰도는 높아지겠지만, 실제 문제는 '영수증 없는 리뷰'에 있다.
석 달.. 아니 넉 달.. 어쩌면 그보다 전에 내가 관리하는 매장에 소위 말하는 악성 고객이 다녀갔다. 악성 고객은 입장부터 쎄했으나, 매장 관리주는 쎄함은 그저 자신의 감이려니 생각하고, 한 푼이 아쉬운 자영업자로서 그리고 책임감으로 손님으로 받았다고 한다. 고객은 서비스 처음부터 중간까지 계속해서 불만을 쏟아냈다고 한다. 매장 관리주가 그간 쌓아온 성실도는 물론 책임감과 인생을 건 자존감까지 깎아먹는 말들을 마구 뱉어냈다. 매장 관리주는 더 이상 해당 고객에게 서비스를 지급할 용기가 나지 않아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비스 중단과 보상을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불만스러운 서비스를 받는 고객도, 시술하는 자신도 맞지 않는다면 이 이상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은 양측에게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고객은 수긍했고, 매장 관리주는 돈을 받지 않고 되례 다른 곳에 가서 시술받을 것을 권유하며 몇만 원을 쥐어 보냈다고 했다.
며칠 후 다음 리뷰에 악성 리뷰가 달렸다. 해당 매장 관리자의 실력을 비하하며 자신이 다녀와 봤는데, 특정 시술은 불가능하니 가지 말라는 리뷰였다. 작성자는 끝머리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작성자의 다른 리뷰를 보니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집밥 맛이 난다며 직접 수제로 모든 걸 하는 것 같다는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리뷰와 최근 방문한 가게에 대한 리뷰가 보였다. 최근 리뷰는 수제 식당 가게 리뷰였다.수제 식당 가게는 재료소진으로 인해 마감한 것에 관해 거짓말하는 것 같다며 멀리서 왔는데, 마감되어 있어서 불쾌하다는 리뷰였다. 재료소진이 손님을 받지 않으려는 거짓말이라 스스로 판단하고 불쾌하다며 리뷰를 단 것이다.
여기서 불쾌한 리뷰의 공통점은 지불하거나, 직접적인 서비스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리뷰 작성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된 리뷰는 추측한 내용들과 뒤섞여 진실성을 만들고 있었다.
해당 고객이 떠나간 뒤로 매장 관리주는 앓아누웠다. 자신의 인생과 직업 정신을 직접 해한 고객으로 인한 아픔이 찾아온 것이다. 매일 컨디션을 체크하며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 말엔 매장주는 결국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책과 '고객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사이 불만족 리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도 그랬다'며 언제 시술받은 지도 확실치 않은 리뷰가 연이어 달리고 있었다.
그간 매장을 오픈하고 온라인 시장으로 진출한 이래로 받는 첫 악성 리뷰 사례였다. 그간의 리뷰들은 평점이 낮아도, 높아도 시술받았다는 영수증이나 카카오와 같은 온라인 매개 사이트를 통해 리뷰를 받아 진솔한 대응을 해왔었다. 시술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리뷰엔 해당 매장 관리주와의 이야기를 우선하여 해당 내용에 관한 사실 확인과 더불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묻고, 좀 더 나은 대응책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매장주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대응책을 세워두었다. 그럴 때마다 매장주는 항상 당신의 잘못이니, 솔직하게 사과하는 쪽을 택해왔다. 개인적으로도 그편이 좀 더 직접 매장에 찾아온 손님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달랐다.
매장주에게 직접적인 인신공격성에 가까운 말을 한 악성 고객은 인터넷상에서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했다. 서비스에 대한 환불 및 보상까지 받은 이후로 이뤄지지 않은 용역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밑도 끝도 없는 악성 리뷰였다. 이후로 계속해서 영수증 없이 서비스가 이뤄졌는지도 모를 이들의 악성 리뷰가 이어졌다.
리뷰에 작성된 추측된 몇 개월간의 시술 이력을 보아도 찾을 수 없는 서비스를 받았다며 그들은 악성 리뷰를 이어 나갔다.
급히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직접적인 조치 방법 조언을 구함과 동시에 고객센터에 문의하여 확실하지 않은 리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물었다. 또한 최후의 수단으로 동종업계 사람들이 속한 네이버 카페에 물어가며 다른 사업주들의 의견을 듣고 앞으로 어떻게 대책 마련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기 미노출'을 택했다. 취합한 의견과 매장주의 소견을 토대로 공지사항을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직접 장문의 대댓글도 남겼지만, 해당 악성 고객이 이미 알고 있는 오프라인 장소와 더불어 추후 악성 고객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후의 행동들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간의 긍정적인 리뷰들까지 미노출된다는 것은 안타까웠지만, 해당 리뷰들은 보관토록 하고 현재에 집중하여 매장주의 안전 확보 및 정신적 건강이 차츰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오프라인의 입소문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온라인에서의 입소문은 확산 속도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 나는 최대한 매장주를 보호하고,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불명확한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2주에서 한 달을 거듭한 해당 사건을 겪으며 나는 '온라인'. 즉 소셜 미디어에 신물이 났다. 밤낮으로 리뷰를 관리하는 것도 모자라 어떠한 위협적인 행동들이 이뤄질지 모르는 사항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건 어지간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간 지원해 온 '온라인 홍보'를 위해 마련한 인스타그램의 소셜 미디어 계정엔 이미 더 지쳤었다. 많은 팔로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난 옛날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전화와 문자메시지만으로도 안부를 주고받던 시절로 돌아가기를.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마음 아프지만 오해를 사 끊어진 관계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이 망가졌다는 건 작년서부터 알게 됐지만, 알고리즘과 해시태그의 시스템의 무분별함을 깨달은 건 올해 초부터였다. 유튜브 운영 방식도 적용해 보았다. 최대한 내가 활동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하루에 못 해도 스토리와 피드를 올리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나는 지인들에게 'SNS에 입증받기 위한 안달이 난 사람'으로 비쳤을 뿐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숏폼 콘텐츠에 강세를 두면서 무질서하고 저급한 숏폼 콘텐츠의 노출 빈도는 올라가고, 양질의 콘텐츠들은 선택받기에 급급했다. 사용자들 또한 숏폼 콘텐츠의 1분이란 시간에 적응되어 이제는 30초, 15초, 그마저도 길다고 느껴 5초 이하의 콘텐츠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기이한 현상도 포착되었다.
대체 소셜 미디어란 뭘까.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망했다. 광고로 뒤범벅된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사용자 위주의 게시글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몇 년 전부터 검색 탭에서 '최신순'도 사라지고, 내가 좋아할 법한 게시글을 보여준다는 이유로 탐색 탭을 만든 것부터 시작했다고 봐도 무색하다.
해시태그로 범벅이 되어야지만 간신히 노출되고 '좋아요'를 많이 받던 과거도 이젠 소용없어졌다. 해시태그로 인한 노출성은 극도로 떨어졌고, 이제는 탐색 탭도 광고도 내가 원치 않고 잔인하고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게시글이 넘쳐난다. 피드의 질은 급속도로 저하됐다. '스레드'란 글 기반의 대응책이라면 대응책이 생겼지만, 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한 파급력과 방향성은 아직까진 모호하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던 곳에서 이제는 안부보다는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다 뭐다 하면서 팔로워의 양만 많으면 질은 더 이상 유의미해지지도 않는 듯하다.
친구들과 사진첩을 넘기듯 보며 꺄르르 웃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1인 1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범람으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배워야 할 정도로 경계가 무너졌다. '꾸준함'이 덕목으로 통하던 온라인 매체도 이제는 '결과'가 더 중요한 사회로 편입되었다. 사람들의 문해력은 점차 떨어졌고, 한 단어에만 매몰되어 서로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커뮤니티의 글의 확산 속도와 세력들은 더 강자가 됐다.
실제 경험한 사례도 그러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혐오 게시글을 포털로 검색해 보면 거의 엇비슷한 시간대에 유명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댓글은 더 이상 토론의 장이 아닌, 막댓(마지막 댓글) 사수까지 하며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길 바라는 욕심으로 가득해졌다.
이젠 나도 오프라인 인간이 되고 싶다. 앞서 말한 '옛날 인간'이란 말과 같다. '그러려니' 하며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울타리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차단'이란 입막음이 아닌 서로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세상을 꿈꾼다.
나는 그간 취업 시장에 뛰어들며 '온라인 홍보' 또는 '온라인 마케팅' 분야를 지원하는데 2~3년을 꼬라박았다. 지원 분야는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온라인 마케팅이란 직무를 놓지 않았다. 창작자들과 기획 의도와 세부적인 내용까지 관찰하고 이야기 나누며 어떻게든 그들의 세상이 빛나길 바랐다. 그냥 그저 그런 질문들이 아닌 좀 더 깊은 질문들과 때론 가벼울지라도 여러 방향의 콘텐츠를 도모하며 온라인 세상에서의 확산도를 이용하여 주목받지 못하는 콘텐츠가 한 사람에게라도 닿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다. 이 일에 신물이 난다.
이게 바로 젊은 세대의 네이버 블로그로의 회귀인가.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가 글쓰기마저도 AI를 도입했다. AI를 구축하기 위한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런 베이스 구축의 일환이 되기도 이제는 겁이 난다. '온라인, 온라인, 온라인….'만 외치던 세상에서 나는 이제 대면의 기쁨을 찾는다.
요즘엔 음악에 빠져있다. 배우가 선율에 자신의 해석을 덧입힌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하고, 연주자들이 악기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 하면, 괜히 '좌금우서'란 말이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을 한다.
사색의 시간마저 불필요하고 아웃풋마저 세상에 내보이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에 도착한 지금. 소중한 인연마저 오해를 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소중했던 시간들에게 안녕을 고하지도 못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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