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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리플렉팅 Jul 07. 2022

살기 위해 내뱉은 <한숨>

우리는  최선을 다해 상대를 최대로 오해하면서 자신을 이해한다.

"도원 씨는 주말에 뭐해요?"

"드라마 봐요. 이번에 유명하다는 드라마 분석하면서 볼 게 있어요."

"좋겠다. 나는 독박 육아해야 하는데…."

"아. 네…. (내가 지금 '분석'하면서 봐야 하는 건 '일' 영역 중에 하나인데 '육아'란 말이 왜 대답으로 나오지?")


며칠 후 평일 어느 때, 저녁에 팀 단톡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온다.


"사회 밖에선 늘 '누구누구의 엄마'였지만, 이곳에선 제 이름으로 불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건 한숨이었다. 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살기 위해서 그냥 나한테 한숨을 내뱉었을 뿐이다. 그냥 장소가 퇴근하는 길에 마주친 화장실이었을 뿐이다. 답답해서 내뱉는 건 신세한탄만 있다는 게 아닌 걸 너무 늦게 알았다.


며칠  도원은 선배들이 줄줄이 계약이 만료되는  몰랐다는 걸 알게됐다. 팀장  입장에선 일주일 안에  달만에 마음을 열고 ' 사람들이다' 품었을 사람들 3명이나 보내야 헸다.


"도원 씨도 오늘 야근하지 않아요?"

"아니요...?"


그날은 우리 팀의 오래된 비정규직 계약직 사원이 만료되는 시점이었고, 그날 떠날 사람 셋을 두고 팀장님은 오늘 시간 괜찮냐고 일일이 묻고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날 팀장 님에게 울면서 바득바득 대들었다.


"절 대체 왜 뽑으신 거예요? 대체 전 얼마나 하지 말아야 짓을 하고 있던 거예요? 전 뭐예요?"라며….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의 원인이 되어서, 사수가 잘못 전달했다 한들, 나는 회사의 문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점심에 나지막이 오래된 선생님께서 "도원 씨, 점심 잘 먹어요."라고 하고, 나를 다독이기 위해서 차장님과 사수가 토닥여 주고, 미안함을 느꼈다던 디자이너 님과 얘기하는 동안 밖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나갈 때 쯔음엔 비가 그쳤다. 나는 꼭 오늘의 마음과 일어난 일들과 같아서. 내가 하고 싶던 방송계에서 폭력을 보고 그만둔 그날,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말도 못 할 비가 내리다가 내리던 시점에 비가 거짓말처럼 그친 게 생각이 났다. 와중에 오래된 나의 정서적 지지를 일부 담당하는 PD님이 때마침 보내주신 DM에 길거리에서 개같이 울었다. 그러고선 다음날 후회하는 것이다. "그렇게 3명을 보내셨어야 하셨는데…. 알았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최선을 다해 상대를 최대로 오해하면서 자신을 이해한다.


때론 한숨이 그냥 한숨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프롤로그)

뒤늦게 나머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선배님이 오셨을 때 얘기했다. "너무 마음이 안 좋았어요. 더 많이 이름 말씀드릴 걸…."


입사했을 때. 먼저 나서서 챙겨주었던 선배님이셨다. 일부였을 뿐이다. 단지 ‘독박 육아'는 한숨이라는 걸 너무 뒤늦게 알았다. 그녀에게 이름을 불러 줄 기회가 이렇게 적은 줄 알았더라면, 그 탄식을 좀 더 들을 걸 그랬다. 살고 싶어서 내쉬는 한숨이란 걸 너무나도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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