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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Oct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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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것이 곧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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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처럼 출근길에 텀블러를 챙겼다. (잊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전철역으로 가는 길, 중간 즈음에 카페에서 모닝커피 할인을 해준다. 기적처럼 텀블러를 챙기는 날에는 이 카페에 들른다.

맛있는 아이스커피가 3,000원인 점도 매력적이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인사를 하며 카운터에 가면, '안녕하세요- 늘 드시던 걸로 준비해 드릴까요'라는 말과 함께 텀블러를 가져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과 함께 텀블러를 건넨다. 출근길이 따뜻한 햇살로 가득 찬 기분이다. 


무척 정신없는 하루였다. 나는 늘 일을 할 때, 저글링을 한다고 생각한다. 

3개 이상의 공을 받고 던지고, 실수란 없어야 한다. 공을 떨어뜨리면 모든 밸런스가 무너지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런 감각으로 모든 일을 굴리듯이 실수 없이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오늘은 공이 한 10개는 되는 것만 같았다.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화면 가득 띄워놓은 여러 창들을 오고 가며 텍스트를 가득 쳤고, 회신해야 할 메일에 답신을 했다. 오전 9시 반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오후 5시 즈음이 되자 식은땀이 났다. 오늘 하루 목표한 일을 마치자마자, 배가 너무 아팠다. 티셔츠가 젖을 정도로 땀이 뚝뚝 흘렀다. 배탈은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자 잠잠해졌지만, 정신이 살짝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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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일에 집중을 하자의 마음이었다. 속 시끄러운 일이 많은 요즘이다. 매해 최악을 갱신하는 내 인생도 참 신기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나도 정말 대단하다. 생각해 보면 살아가는 힘은 나를 감싼 사람들과 꾸준히 해나가는 무언가에서 받는다. 친구들 덕분에 이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고, 그럼에도 힘들 때는 춤이 나를 위로해 준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힘은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일상을 지지해 주는 큰 버팀목이다. 


목요일은 개인 연습을 한다. 오랜만에 가는 춤 연습실이었는데, 바닥이 뻑뻑해서 요즘 내가 하는 스텝과 롤링이 턱턱 걸렸다. 힘이 배 이상은 들어가는 기분이었고, 실제로 움직임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어라, 하루 사이에 이렇게 움직임이 안될 리가 없는데. 바닥 탓을 해본다. 사실 바닥도 바닥인데, 오늘은 지칠 대로 지쳐서, 그저 일찍 마무리하고 먹을 족발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춤친구와 나는 연습실에 들어선 지 40분 만에 연습실을 탈출했다. (다시는 여기 오지 말자고 이야기하며) 족발은 맛있었다.


오늘의 노래는 퇴근길에 탁 걸린 이 곡 <Arms Of A Woman> - Amos Lee

https://youtu.be/Th4SwSpaRWU?si=KuFgueOGZPS1xkKm 

데미안 라이스의 홈인가 그 노래를 들었을 때의 먹먹함이 있었다... 가사는 모르겠고 목소리가 구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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