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이사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 마음뿐이겠지 )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사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이 했다. 20대 후반에 독립하면서 혼자만의 이사가 시작되었고, 수 많은 이사 후 마침내 이사를 쉴 수 있게 되었다. 이유는 나의 특기인 최고점 매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집을 샀다는 이야기다. ( 이젠 거지가 되었... )
집을 산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더 이상 이사하고 싶지 않다.'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과연 내 인생에 이사가 없을까? 아닌 거 같다. 또 하겠지. 그래도 이왕 집을 샀으니 인테리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테리어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도 아니고 결정 사항들이 너무 많아서 어머니와 형의 집을 인테리어 할 때도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이사를 최대한 하지 않고 오랫동안 한 곳에서 살려면 새집, 내가 살고 싶은집처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테리어를 결심했다.
이 집은 기둥식 아파트이기 때문에 구조변경이 나름 가능한 집이었다. 예전부터 로망은 방이 없는 큰 거실에서 생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든 벽을 다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인테리어 대표님께서 두 번인가 확인을 하셨던 거 같다. '고객님 괜찮으시겠어요? 나중에 집이 안 팔릴 수 있어요. 아니면 원복 해서 매도를 하셔야 할 수 도 있습니다.'라고 걱정을 해주셨다. 난 당분간 팔 생각이 없기도 했고, 그냥 계속 살 생각이어서 고민은 그때 가서 하기로 하고 최대한 넓은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다. (뭐 또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ㅎㅎ) 그렇게 인테리어는 시작되었고, 함께 많은 고민에 선택 수정 고민 수정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 인테리어 회사는 카민디자인입니다. )
4년밖에 안된 아파트이지만 내가 원한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완벽한 철거가 필요했다. 멀쩡한 집을 다 부수는 것이 뭔가 좀 거시기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오래오래 살 거다.'라고 마음다짐을 했던 것 같다.
두둥....
다뿌셔!
첫 번째는 구조를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
기존 도면을 보면 알겠지만 거실 1 방 3 화장실 2개의 평범한 구조의 아파트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아파트 및 빌라는 작은방을 여러 개 만드는 게 항상 불만이었다. 그래서 나는 제거할 수 있는 벽은 모두 제거해달라고 말씀드렸고, 그 과정에서 그래도 방은 하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잠을 잘 수 있는 방은 분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은 전부 개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집의 메인은 거실 및 주방이다. 아마 모든 집의 메인은 거실과 주방일 것이다. 이 집도 마찬가지로 거실과 주방 그리고 드레스룸 및 서재가 연결되는 구조가 가장 큰 콘셉트이다. 이 집은 남서향 집이고, 뷰가 좋은 집이라 어디서든 뷰를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였다. 집에 끝쪽인 서재에 앉아 있어도 뷰를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책상에 앉아서 멀리 있는 창을 볼 수 있도록 천장에는 뭔가 메달려 있는게 싫었다. 그래서 후드가 필요 없는 후드 일체형 인덕션의 선택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아직 성능은 알 수 없다. 집에서 요리를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재의 통일감을 위해 아일랜드 상판은 스테인레스 마감으로 진행을 했다. 관리가 힘든 부분이 있다고는 했지만 디자인 통일감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고 결정을 했고 현재 보기에는 좋아 보인다. 아마도 살면서 장단점이 나올 것 같다. 아일랜드 주방을 설계할 때 다이닝 테이블 높이를 아일랜드 주방가구 높이와 맞추려고 했다. 이유는 단순하게 디자인상 이뻐 보일 것 같아서였다. 만약 생각한 높이대로 제작을 했다면 바 타입 의자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고민 끝에 일반 테이블 높이로 결정하고 제작을 하지 않고 기성품을 구매하였다. 이유는 가끔 어머니가 오실 것 같은데 식사하실 때 불편할 것 같아서였다. 결정하고 생활해보니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실이 있었지만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이였다.
거실의 TV 위치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아파트 구조상 TV 위치는 큰 벽 쪽에 위치시키는 구조이긴 했지만 동쪽 방향으로 TV를 두면 앉아서 보는 뷰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편이 서쪽 방향 기둥에 TV를 위치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벽의 길이가 짧아서 큰 TV를 두면 돌출(?) 뒤는 부분이 있어서 파티션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파티션을 설치하면 그만큼의 뷰 손실(?)이 있기 때문에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분과 많은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린 것은 유리 파티션이었다. 공간의 분리도 하고 벽의 기능 그리고 시야를 가리지 않는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TV는 거거 익선! ( 디자이너님 감사합니다! )
또한 나는 풀업을 매일 해야 하는 사람이라 풀업 바를 설치하길 원했다. 물론 무광 스틸로! 위치는 바로 TV 뒤에 풀업 바를 설치해서 언제든지 매달릴 수(?) 있게 하였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4번 정도는 풀업을 하루에 100개씩 꾸준하게 하고 있다.
이런 디자인 피드백들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서 문서로 만들어서 설명도 드리고 만나서 직접 설명을 드리는 과정을 매우 많이 반복했던 것 같다. 아래는 중간 피드백 문서
그리고
결과물.
그리고 서재 끝에 붙박이장 마감을 거울로 한 것. 집을 더 넓게 보이게 하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뷰가 반복되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거울로 부탁드렸다. 현재까지는 매우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뷰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물론 내 모습을 보는 건 그다지 즐겁지 않다. (?)
침실과 화장실
유일한 방인 침실. 나는 참고로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내고 잠만 방에서 자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에는 침대만 있으면 된다. 다른 건 필요 없는 라이프 스타일인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방을 굉장히 작게 해도 되겠다 싶었지만 좀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적당한 사이즈로 침실을 구성했다. 가구는 딱 2개. 침대, 책장. 거의 10년 이상을 사용하던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이번 기회에 교체했다. 어떤 가구를 해야 할지 몰랐는데 매우 좋은 형이 좋은 가구를 소개해줘서 제품을 주문 제작했다. ( 봉진이형 선물 감사해요! ). 참고로 나는 좋은 나무가 무엇인지 좋은 가구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가구를 사용해본 사람에게 추천받으면 나에게 그 가구는 좋은 가구다. 물론 사용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어떤 게 좋은지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색상과 생김새 모두 마음에 들고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나와 함께 생활할 가구들 일 것 같다.
30평대 아파트는 대부분 2개의 화장실을 보유(?)하고 있다. 거실에 있는 게스트용과 침실에 있는 개인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2개의 화장실은 나름 사용에 장점이 있지만 작다라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화장실을 1개로 크게 크게 사용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집에서 욕조 사용 빈도수가 아주 적기 때문에 널찍한 세면대와 샤워부스만을 원했다. 큰 타일과 유리. 그리고 조명이 끝인 아주 깔끔한 화장실인 것이다. 수납은 상단 수납과 하단 수납으로 넉넉하게 구성하였고 기교 없이 단순한 구조로 구성을 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바닥의 단차이다. 방과 거실과 화장실의 바닥 높이를 같도록 구성하고 싶었는데 이 부분을 까먹고 있었다는... 물론 나는 화장실을 건식으로 사용한다. 건식의 장점은 관리가 너무 편하다는 점! 미쿡 서타일.
두 번째는 디테일.
인테리어를 하면서 몇 가지 강조드렸던 것은 그리드, 간격이었다. 예를 들어 천정의 조명 그리드 및 스위치와 보일러 컨트롤러의 간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천장은 소방 관련 그리고 통풍 관련 때문에 조명 그리드를 아무리 잘 맞춰도 깨질 수밖에 없었다. 스위치나 천정조명은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정쩡한 간격 그리고 어긋난 그리드로 구성되어 있다면 영원히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작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조했던 것은 색상과 머터리얼의 단조로움이었다. wood / metal / glass를 메인 콘셉트로 구성하였고, 다른 콘셉트가 겹치지 않도록 단조롭게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그리고 단조로운 구성이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조건은 내가 가진 물품을 더 많이 버리는 것. 이 부분은 좀 어렵다. 추억이 있는 물건을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 내서 지금도 매일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추억은 가슴으로 그리고 기억으로 남기는 걸로 생각하고 말이다.
사실 나는 인테리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물론 가구도 이케아 외에 브랜드는 잘 모르기도 했었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사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가구 브랜드를 찾아봤고 여러 매장에 돌아다녀 봤다. 재미반 귀찮음 반이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도 큰 감흥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다짐(?)
가구를 보러 가봤던 매장들은 아래와 같다.
이노메싸
HPIX
보블릭
a.tempo
두오모앤코
레어로우
스탠다드에이
원오디너리맨션
오드플랫
델라보테가
HAY
Knoll
Vitra
그리고 무수히 많은 온라인 사이트.
나름 물어도 보고 찾아도 보고 직접 만져도 보면서 괜찮은 가구, 조명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런 가구에 관심이 없었던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너무 비싸.... 뭐 이리 비싸.... -_- 뭐 어쨌든 어울리고 필요한 가구 중심으로 구매를 했고, 아직도 제작 및 배송 중인 가구들이 많다. 코로나 때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배송기간이 4-6개월 걸리기 때문이다.
별다른 물건을 집에 두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뭔가를 두어 집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계속해서 집을 비우는 것이다.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다 보면 나와 집만 남아 온전하게 내 집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채우고 버리고를 반복하겠지만 채우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을 더 늘리려고 한다.
무엇을 채워야 할지 무엇을 비워야 할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마 여기 사는 동안 계속 반복될 것 같다. 성향상 한번 정리되면 배치를 잘 바꾸지도 않고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사용하지 못할 때까지 쓰는 성격이라 아마 현재의 구조와 정리된 가구들이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것 같다.
1차적으로 어느정도는 완성되었다. 아마 당분간은 큰변화 없이 내가 이집에 적응하면서 살 것 같다. 칠성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적응중인 것 같다. 잘 적응해서 오래오래 같이 행복하게 살자 칠성아. :)
잘 적응중인 칠성이.
질리지
않는
창밖의
풍경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2년동안
정들었던
추억의 집.
안녕 -
글을 마치며
약 20년동안 한 분야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살고 있다. 나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을 스스로에게 주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때까지는 꾸준하게 해보려고 한다. 빠른 은퇴를 위해 더 열심히!
또한 인테리어공사 잘 진행해주신 카민디자인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