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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시rain Dec 13. 2021

'이제 말할 수도 있다 02'

게스트하우스 이주(移住)기

입주 당시 어느 방의 실내 모습

독일의 부동산 시스템이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먼저 찍은 사람이 선순위가 아니란 점이다. 쉽게 말하면 임차인으로 '노미네이터'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집을 둘러본 후 맘에 들면 부동산에 이메일을 보낸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회신을 받고 집 내부를 구경할 기회를 얻게 되면 일단 10 %의 가능성은 열린 셈이다. 이러 저런, 알 수 없는 이유로 쌩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용도변경 허용'이란 조건을 내 걸었으니 회신을 받기가 더 더욱 힘들었다.)


다음 단계, 집보기.. 한국처럼 1:1로 만나 둘러보는 경우가 있고, 일정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면 희망자들이 우르르 가서 집을 보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조건이 좋은 곳일 수록 후자인 경우가 많다. 결론은 내가 맘에 드는 집이면 다른 사람들도 맘에 드는 법.



최종 임차 의사를 밝힌 희망자들에게 부동산은 서류(지난 석달 급여 명세서나 지난 해 세금납부 증명서, 범죄사실 확인서 기타등등)를 요청하고 검토하는 역활과 업무를 한다. 그 검토 결과를 집 주인에게 보고하는데, 그 중에서 임차인을 집주인이 낙점을 하는 방식이 된다. 여기까지 가는 과정의 기한이 정해진 것도 없고 알 수도 없다. 마냥 기다려야만 한다.


흔히 말하는 복비도 월 임대료의 석달치가 관례이기에, 한 건을 성사 시키면 그 금액이 만만치가 않다. 예를 들어 월 임대료가 500 만원이라면 복비는 1,500 만원. 이렇게 비교하면 한국 복비는 저렴한 편이다. 이런 복비도 집주인이 전부 내기도 하고, 임차인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에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집을 옮기기로 마음을 먹고 집 주인에게 해지 통보를 한 것이 계약일 석달전인 지난 3월이었고(독일에선 계약일 석달 전 해지 통지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 연장되는 빼박임), 집을 비워야 할 데드라인은 6월 30일이었다.


앞으로 석 달이면 충분히 새 집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지만, 이러한 지난한 과정들을 거치는 상황에, 간택? 조차 받지를 못하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마음만 초조해져 왔다. 이런 상황이면 차라리 시장성이 더 나은 베를린이나 뮌헨으로 옮기자 하는 생각도 들어 그곳도 알아 보기 시작했다. 지인을 통해 부탁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알아도 보았다. 하지만 그 곳도 독일이고, 베를린은 게하를 열 만한 곳도 없었고, 뮌헨은 독일에서 가장 지가나 임대료가 비싼 곳이라 더 더욱 엄두가 나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 곳에 살아 보질 않았으니 숙박업소로서 갖춰야 할 90 %의 조건인 장소성에 대하여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하루에도 수십번 차라리 한국이나 갈까하는 생각만 파고든다. 그런데 한국가면 뭘하지..


락다운으로 인해 이미 게스트의 발길이 끊어진지 두 달이 지났고, 매일 부동산 사이트를 뒤적였고, 매주 한차례씩 똑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반복적으로 돌렸다. 할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었으니까.. 락다운으로 인해 부동산 사무실은 패쇄된 상태로 재택근무로 전환 운영하던 때라 찾아 갈 수도 없었다.


그러던 4월경 내 조건에 부합되는 매물이 있다는 연락을 부동산으로 부터 받았다. 오래전부터 인터넷에 떠있던 곳이라 눈여겨 보던 곳이었다. 위치도 이 근처라 좋고, 지금은 비어 있으니 입주 시기도 문제없었지만, 집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 건물과 비교해 보면, 비슷한 건물 높이를 가졌음에도 이 곳은 다른 집보다 한 개층이 더 많았다. 기준 층고를 다른 곳보다 줄여 한개층을 더 넣으면서 임대 면적을 높인 건물인 셈이다. 건물 전체가 오피스 용도였으니 층고 2.4 미터로도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을 터.. 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눈은 다 비슷비슷.. 층고가 낮으니 볼품도 없어 보이고 화장실도 겨우 하나에 샤워실은 아예 없고.. 한번 입주하게 되면 최소 5년, 10년은 머물러야 하는데 그걸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이 집은 잠시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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