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이주(移住)기
덧없이 두 달이 흐른 5월말경..
작금의 루틴대로 눈 뜨면 부동산 사이트를 뒤져 이메일을 돌렸고, 한편으론 이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단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한내 집을 구하지 못할 경우 변두리 창고에 짐만이라도 넣어두자, 그럴려면 창고도 예약해야 하고, 내가 머물 집도 구해야 할 상황이었다. 기숙할 집을 구하는 것도, 게스트하우스를 구하는 프로세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 아.. 진짜 한국으로 돌아 갈까.. 그런데 한국가면 또 뭘해야 하지..
찬밥, 따신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예전에 맘에 들지 않았던, 층고가 낮고 평면이 별로였던 그 집이 여전히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기에 지금도 임대가 가능한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했다. 계약을 해야 이사 날짜잡고, 그래야만 이사업체와도 계약을 할 수가 있으니까..
만약 그곳을 임대하면 최소 10년은 머물 것이며(집 주인은 당연 장기 계약을 선호한다), 최소한의 공사만 할 것이고 그 비용또한 내가 부담하겠다. 또한 우리가 그 곳을 나갈 때는 원상복구 하겠다는 내용과 개략적인 스케치 도면을 보냈다(변경은 화장실과 샤워실 하나 추가하는 정도)
그런데 집주인이 휴가를 가서 담주 월요일에나 오기 때문에 그 때 답을 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역시 독일이야... 다시 기다림.. 다시 월요일이 오고 가능 여부를 다시 문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건물 주인이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의 공동 명의라 동의가 필요하다 한다. 다시 기다림..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로 맥없이 2~3주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집을 비워줘야 할 기간도 한 달 여 밖에 남지 않았다. 내일까지 답을 주지 않으면,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날리니 다음날에서야 확실한 답이 왔다. 불가하다고..
도리없이 한인 이사업체와 만약 6월말까지 집을 못 구할 경우, 모든 짐들은 창고로 간다는 전제를 깔고 구두로만 계약을 해야 했다. 이사는 한국에서 보편화된 포장 이사를 할 경우 금액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독일에선 무엇을 하던 대부분 세가지 부류로 나뉜다. 독일업체, 한인업체, 동유럽등의 제 3국 업체.. 비용도 대략 순서대로 나온다. 독일업체와 동유럽 국가간의 가격 갭은 심하면 절반 정도의 차이가 난다. 그 차이는 그만큼의 가치 차이를 주는지는 모르나, 심적 안정감 차이는 확실하다. 독일업체는 비싸지만 확실하고 철저하다. 발생할 리스크에 대한 대책도 빵빵한 반면에 동유럽 업체의 경우 거칠고 모든게 확실하지가 않다. 몇 명이 오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파손/분실에 대한 대책은 뭔지… 그런 이유로 나처럼, 독일어에 장애가 있는 한국인 개인인 경우는 한인업체와 계약을 하게 된다. 비용도 그 둘의 중간 정도 수준이지만, 일단 의사 소통이 자유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