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이주(移住)기
결국 한인 이사업체와 계약을 했다.
시장이 좁으니 한인업체는 빤했고, 그 중 네 곳의 한인업체와 연락을 주고 받고 두 곳은 직접 찾아와 둘러 보고 갔다. 다른 두 곳은 첫 연락 이후로 감감 무소식.. 다녀간 업체 중 한 곳은 엄두가 안나는지 카톡도 씹히고 연락 자체가 두절. 비교 견적이라도 봐아 보려면 최소 두 곳은 받아야 하는데...
그래서 한 곳으로 부터 나온 금액은 대략 4,000 유로 정도.. 한국 돈으로 치면 500 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 또한 전문 이사업체가 아니라, 주변의 시간되는 한인(당시엔 팬데믹으로 인해 일자리를 찾는 학생이나 쉬고있는 직장인들이 많았다)들을 모아 알바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아무튼..모..
그들은 물량이 많아며 이사 기간도 이틀을 잡았다. 개인이 아닌 업체가 움직이는 것이니 그런가 여겼다. 그렇지만 정작 이사할 날짜나 장소도 잡지 못한 상태다 보니 내가 굽힐 수 밖에 없는 처지. 비용이나 방식의 문제보다 더 큰 당면가 불투명했으니... 요행히 6월 30일 이전에 새 집을 구해 들어간다면 이걸로라도 끝이겠지만, 만약 창고로 가게 된다면 창고 비용(최소 3개월)에다 새 집을 얻으면 또 다시 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이중고에 이중의 비용을 치뤄야 할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거기에다 짐은 창고로 간다지만, 나는 대체 어디가서 기숙을 해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
독일의 이사 방식 또한 대략 세 가지..
한국처럼 완전 포장이사 방식, 우리가 알 듯이 업체에서 알아서 포장하고, 알아서 다 옮겨준다. 다른 방식은 포장을 내가 다 해놓으면 그들이 짐만 옮겨주는(반포장 방식이라 불렀다) 방식, 마지막은 전혀 업체 도움없이 본인이 다 알아서 하는 방식.(한국과 확연하게 다른 독일이사 방식은 사다리차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사다리 차가 보편화 되어있지만 아직 한번도 독일에서 사다리 차로 이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 방식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비용이나 안전, 허가 문제가 관건인 듯)
첫 방식와 두번째 방식의 비용 차이는 반 값의 차이가 났다. 인건비 비싼 독일의 한 단면이다. 결국은 나의 선택은 반 포장이사. 어떻게든 전부 내가 포장해 두면 그 짐만 옮겨 주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늘 하던대로 부동산에다 이메일만 마구마구 날리면서 짐들을 싸기 시작했다.
우선 침대를 하루에 2~3개 씩 분해하고 침구류들을 정리해 나갔다. 우와~~ 우리집에 이렇게나 침구류가 많았던거야. 새삼 깜놀!!
33개의 침대에서 쏟아져 나온 침구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일단 큰 부피의 메트리스, 40 여개의 여름과 겨울 이불 솜과 이불 커버, 베게와 베게 커버, 수십개의 쿠션.. 메트리스 패딩, 메트리스 커버, 그 중에서도 수건의 양이 가장 많았다. 사용하던 수건들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 기름 내음 물씬 풍기며 비닐에 싸여있는 새 수건들.. 이것들을 이사전용 종이박스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다 박스비용만 수십만원이 들어갈 상황... 주변 잡화점을 돌면서,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패킹할 방법이 뭘지 강구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