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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시rain Dec 17. 2021

'이제 말할 수도 있다 07'

게스트하우스 이주(移住)기

집 주인은 내가 보낸 메일 속에 링크 걸어둔 예전 '제이시앤블루'를 둘러봤고, 우리의 컨셉을 맘에 들어했다고 부동산은 전했다고 이곳을 임대해 들어온다면 어떤 식으로 운영을 할건지 집주인이 요구했다고 말했다. 건축가는 말보다는 눈으로 보여 주는 것, 글로 설명하기 보다 눈으로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 부동산에게서 받은 평면도를 살펴보고 두어 시간 만에 후다닥 대략적인 평면 스케치를 보내 주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게하를 운영해 온지도 만 5년..

이 도시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략 감은 잡았고, 한국에서 건축을 한 덕분에 어느 집이든 기본 도면만 봐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이대로도 문제가 없을지, 어디를 고쳐야 할지, 얼마나 고쳐야 할지, 누구를 타겟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무조건, 어떻게든 반드시 성사를 시켜야만 할 계약이기에 집을 보러갈 때 독일어에 능통한 지인과 동행했다. 예전엔 혼자 이 곳의 문 앞까지만 둘러보고 돌아서야 했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저 '그림의 떡'이라고만 여겼었지만, 지금은 내 수중에 쌀이 들어 오려는 상황까지는 왔다고 여겼다.



사진으로 이미 두어달 전 부터 수 백번도 더 봤던 집이라 둘러보는 것은 상상을 확인만 하는 절차였다. 내부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정보 사진속에 드러나지 않던 속살까지 속속들이 보여졌다. 마치 감춰둔 묘령의 여인네 속것이 드러나는 순간처럼.. 여태껏 봤던 봐오던 깨끗한 집들과는 달리, 겉만 정리되어 있었고 어떤 방은 불에 그을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전체면적은 대략 300 평. 작지 않은 면적이다. 그전 집은 85평이었으니 그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넓어진 셈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출입문을 들어서면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이전 세입자는 두 곳 모두 사용했었다. 듀얼 시스템으로 운영을 했는지 '방탈출 게임방'으로 기능은 같았고, 두 곳은 면적에서만 차이가 났다. 한 쪽은 200 평(A)과 다른 한 쪽은 100 평(B)의 규모.. 메인 공용 공간은 당연히 A에 있었고 그 곳이 뷰나 공간의 쓰임새, 그리고 숙박시설로 갖춰야 할 피난/방재 시스템에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부동산에 치워지지 않은, 내부에 정리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조치 그리고 전체가 아닌 A부분만 분활로도 임대가 가능한지를 물어봤다. 첫번째 부분은 당연 임대 계약이 이뤄지면 당장 정리해 줄 것이고, 두번째는 집주인에게 의향을 물어 답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임대료는 예전에 비해 올라가지만, 더 넓어진 면적에다 무엇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교할 수 없는 장소적인 가치의 차이는, 상승되는 차액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숙박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위치이고, 가장 첫번째 고려해야 할 사항이 위치이니까.



또 다시 집주인의 답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왔다. 칼자루는 이미 그들이 쥐고 있었고, 이 달내로 어떤 곳이든 집을 구해야 하는 급박한 내가 가진 빈틈을 그들에게 드러내지 않으려 독촉도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했다. 만약 전체를 다 임대해야 한다면, B부분에 대한 방안도 고민해야만 했다. 그곳을 우리 시설로 들이려면 엄청난 비용적인 출혈을 각오해야 했다. 건물 외벽에 지상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 상황.



무더운 유월.. 혼자서 짐 싸는 일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향으로 일은 더뎠지만 눈만 뜨면 짐을 싸고 짐 싸다가 잠이 들었다. 그렇게 종일 땀범벅이 되도록 짐을 꾸리다 저물녁이면 마치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샤워를 마치고 그 집이 잘 보이는 곳을 찾아갔다. 자주 가다보니 앉아서 오래 볼 수 있는 나 만의 지정석도 만들었다. 제발.. 제발.. 이번만은 이 간절함이 이뤄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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