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이주(移住)기
집 알아보며, 짐 꾸리며 준비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었다.
계약이 되면 우선적으로 건축행위(용도변경)를 해야하고, 이런 '건축행위'는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가 있다. 나는 한국에서는 97년에 라이센스를 취득한 건축사지만 독일에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 이런 절차를 밟기 위해선 독일 건축사 라이센스를 가진 이를 섭외해야만 했다. 26년간 한국에서 건축을 하면서도 이런 '용도변경'은 해 보질 않았다. 난이도가 낮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와꾸? 자체가 나오지 않는 일로서 대부분 소규모 건축사무실에서 도맡아 처리를 한다.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속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기에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다. 이 일도 마찬가지로 독일인, 한국인, 제 3국인 건축사 세가지 방법이 있는데...
우선은 조금 알고 지내던 한국인 젊은 건축가에게 연락해서 두 세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무엇 하나 정해지지 않은 가능성만으로는 진행할 수가 없었고, 서로 인연도 닿지 않아 일찌기 갈라섰다. 막연히 '건축설계'란 교집합과 인연으로 알고 지내던 관계가, 서로의 맨살에 직접 닿는 민생의 문제가 되니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아 더 나빠지기 전에 조용히 접었다. 윗층이 독일인이 운영하는 건축사무실이었기에 그를 만나 상담과 문의를 했고, 그로 부터 대략적인 시세도 감을 잡았다. 여차저차 저차여차해서 운좋게 독일인/한국인 부부건축사를 알게 되어 그들과 일단 가계약을 맺었다.
다시 새집 이야기로 돌아와서..
집 보고온 뒤 일주일 가량의 시간을 집주인 회신만 기다리며, 부동산에 독촉성을 띤 연락을 하니 우리말고 두 팀이 더 노미네이터 된 상황이라고 알려줬다. 이러면 다시 나는 불리해지는 상황. 그들 중 누군가가 집 전체를 다 임대하겠다고 나선다면 나는 완전히 탈락일테니까.. 더 이상 연락도 못하고 조바심과 불안함으로 처분만 기다리려야 할 신세로 전락했다. 그리고 며칠 뒤 마침내 답이 왔다. 맘에 드는 넓은 부분만 분활하여 우리랑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야호! 와우~~
즉각 건축사에게 연락을 보냈고, 계약전 미리 검토할 내용에 대하여 서둘러 달라고 전했다.(비록 집 주인이 허락은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도시가 정한 이 지역/건물에 숙박시설이 들어 올 수 있는지에 대한 '베플란_Bau und Planung' 검토를 해야는데, 한국에선 '도시계획확인원'을 발급받아 확인을 한다) 이제 집주인과 약속을 잡고 계약서에 싸인만 하면 일단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 마침 집이 비어있으니 짐도 여기로 다 옮기고 난 여기서 지내면 되니까..^^
계약일 이틀전, 건축사에게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이 집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이 지역은 W60으로 규제가 되어있어 건물의 60 % 이상의 면적이 Wohnung_주거시설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현재 맨 꼭대기 층만 주거이고, 나머지 다섯 개 층은 오피스, 식당등의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인데 60 % 이상이 주거여야 한다니.. 하지만 이 지역에서만 오래동안 일해 온 독일 건축사였기에 그 말을 믿었다.
급하게 이 사실을 부동산에 알렸고, 부동산도 검토에 들어갔다. 그리고 집주인은 이 내용을 자기네 전담 건축사에게 확인 하겠다며 모레있을 약속은 일단 취소를 하게 되었다.
또 다시 난관...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건물의 60 %가 주거여야 한다니.. 그럼 예전 '탈출게임방'은 어떻게 운영을 해 온거지.. 그리고 지금 아래층 사무실과 식당들은 어떻게 운영을 해오고 있지? 그래서 이전 세입자가 쫓기듯 나가게 된건가? 아니면 새롭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이 규정을 받는건가.. 그렇다면 이 블록은 60 % 이상이 주거여야 하는데.. 옆 건물도, 옆옆 건물도 이곳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데.. 오만가지 생각들이 다 들었다.
꼼꼼하게 자료를 들여다 보았다. 전문용어들이 많아 번역기를 돌려가며 문서에 나온 문장 하나하나 확인을 했다. 그리고 온종일 맴돌던 나의 의문점을 일축해 줄 단서 하나를 발견했다.
다음날 곧바로 건축사에게 그 내용을 보냈더니 이러한 답변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