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가보겠지' 하며 저장해둔 사진이 하드를 뚫고 나올 지경이다. 당장 갈 수 있는 가까운 곳부터 비행기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는 갈 수 없는 지구 반대편까지.
작년 이맘때쯤이었을까, 성당을 시리즈로 그려보겠다고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 지역에 가도 있고 비슷한 듯 다른 구조는 건물을 공부하고 싶은 나에게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덤으로 열혈 천주교인인 엄마에게 효도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성당부터 동네의 작은 성당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작은 공소들까지 많은 성당의 이미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렸다. 큰 스케치북부터 명함만 한 종이까지 골고루 그려보다가 명함 사이즈 종이에 스무 장 정도 그렸을 때 백장을 모아서 전시를 해볼까 생각도 했었다. 물론 백장은 채우지 못했다.
오랜만에 사진첩을 뒤지다가 헬싱키에 있는 예쁜 성당을 발견했다. 몇 번이나 그려볼까 하다가 쉽게 손 이 가지 않던 성당. 내심 직접 가서 그려야지 하고 미뤄뒀던 것 같기도 하다. 핑계 삼아 또 한 번의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점점 심해져 마스크 없이는 집 앞을 나서는 것도 망설여지는 요즘, 이번 생에 해외여행을 다시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