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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현 Aug 14. 2020

공관 야시장의 낮

여행하며 그리는 삶

여행 드로잉을 하다 보면 빠지는 딜레마가 있다.

'내가 보는 풍경이 예뻐서 그리는 건지 , 그리고 싶어서 예쁜 풍경을 찾는 건지' 사실 뭐가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때그때 다르겠지.


이 사진을 찾아서 그리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후자였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사진첩을 뒤지기 시작했다. 대만 드로잉 여행 폴더 속을 한참 헤매다가 발견한 한 장의 사진. 예쁜 풍경이다라고 보긴 힘들지만 적당히 그리기가 좋았던 것 같았다. 수채 패드를 펼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분석적으로 건물의 라인들을 훑어보는 동안 그날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만 여행 마지막 날.

여행 내내 흐렸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하노이에서 만난 인연으로 연락했던 타이중 어반스케쳐 Jie가 타이베이까지 놀러 왔고 보장암 국제 예술촌에서 오전에 그림을 같이 그렸다. 점심에는 Jie의 추천으로 대만로컬푸드를 먹었고 그다음에 바로(?) 추천 버블티를 먹으러 가려는 그 순간 일행 중 한 명이 담배를 피우러 길 건너편으로 건너갔고, 빨간 옷을 입고 파란 건물 앞에 선 모습이 재밌게 느껴졌는지 사진으로 남겼었다.


소소한 기억 속의 사진 한 장.

그리는 동안 정확히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그렸던 것 같다. 찾아보니 공관 야시장의 낮 풍경. 그제야 사진 속 상점들이 닫혀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사진 속 그림자보다 이상하게 진하게 칠하고 싶었는데, 완성 후 생각해보니 그날의 덥고 쨍쨍했던 맑은 날씨가 본능적으로 각인되어있었나 보다.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는 대만, 그림으로 다시 한번 추억해본다.




공관야시장의 낮 2020.08



paper :  canson heritage cold press 300g

pen : preppy F촉(렉싱턴그레이) / unipinfineliner 0.1mm

watercolor : fchmincke 24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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