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하는 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근데 멀미가 심했던 내가 차를 타지 않고는 쉽게 올 수 없는 능내역을 3번이나 올 줄이야
첫 방문은 한창 4대강 국토종주에 빠져서 7단짜리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몸을 혹사시켜가며 왔었던 2013년도였다. '내 친구의 형'의 친구들과 왔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무슨 인연인지.
그 당시엔 춘천까지 가는 일정 중에 잠깐 들르는 인증센터 정도로 여겨졌지만 폐역이라는 걸 처음 봤던 때라 꽤 신기했었다.
두 번째 방문은 작년 여름, 타는 줄도 모르고 어반 스케치에 빠져서 열심히 쏘다니며 그림 그리던 때였다.
몰스킨 워터컬러 저널 재질을 어려워하며 그리는 족족 얼룩지고 번지며 좌절했던 시기였는데, 능내역은 꽤 채색이 잘되어서 나름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제, 원래는 저녁에 여행 드로잉 2주 차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고 밤을 새 가며 수업 준비를 해야 했기에 가지 않아야 당연했던 일정이었지만 극한으로 밀어붙여야 생산성이 나온다는 걸 깨달은 게으른 나에게 벌 같은 유흥이었다.
날씨가 습해 산더스 버킹포드가 워터포드처럼 느껴졌던 하루였고 점심으로 먹었던 김치전, 도토리묵, 콩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특히 도토리묵은 왜 만원씩이나 하는지 궁금해서 시켰는데 한입 먹고 바로 수긍하게 되었다.
다음번에 능내역에 또 갈 일이 있을지, 그때는 내가 또 어떤 모습으로 찾아가게 될지 많이 궁금하다.
능내역 2020.08
paper : Bockingford
pen : preppy 만년필 F 촉
watercolor : fchmincke 24 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