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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Oct 15. 2018

일본 소도시 여행, 시마바라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가득한 시골마을


시마바라 여행의 모든 것!


시마바라 반도 서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시마바라. 나가사키에서 동쪽으로 달려 운젠산을 넘으면 만나게 되는 곳이다. 큰 볼거리나 명소가 있는 곳이 아니라 여행자의 발걸음이 뜸하지만, 한가로운 일본 소도시 여행을 즐기기 제격이다. 뜨거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오바마, 운젠에 머문다면 반나절 정도 시마바라를 찾아보자.


시마바라를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렌터카를 빌려 나가사키에서 운젠을 거쳐 시마바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시마바라까지 기찻길도 깔려 있어 기차로도 갈 수 있지만, 운젠을 돌아보고 넘어가려면 렌터카가 정답이다. 시마바라로 가는 방법 또 하는 아리아케 해를 가로지르는 페리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구마모토에서 출발한 페리가 시마바라 반도까지 이어지므로 구마모토에서 페리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시마바라를 돌아다닐 때는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된다. 시마바라 성에서부터 시작해 무사 마을,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까지 도보로 다 돌아볼 수 있다.




시마바라 성, 島原城


시마바라 난의 원인이 된 과분한 성


시마바라의 대표 유적지인 시마바라 성. 에도막부 시대 시마바라의 번주였던 마츠쿠라 시게마사(松倉重政, 1574~ 1630)에 의해 1618년부터 7년 동안 축성되었다. 시마바라와 같은 소도시에 지어진 성 치고 상당한 규모다. 성 외곽의 해자(垓字)와 커다란 벽돌로 쌓은 높은 성벽, 그리고 5층 높이의 천수각까지 작은 도시에 이렇게 큰 성이 있다는 게 놀랍다. 시마바라 성으로 들어가는 언덕길을 지나 천수각 앞 주차장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곤니치와(こんにちは)”라고 외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에도 시대 전통 복장을 한 직원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인사다. 성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올 때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든다. 다소 시골스러운 접대 같지만 인사 소리를 들으니 시마바라를 찾길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시마바라 성은 메이지 시대인 1876년에 해체되었다가 1964년 다시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천수각 입구에는 당시 무사들이 입었던 갑옷이 놓여 있다. 직접 입어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천수각 내에는 시마바라와 관련된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다. 1층에는 시마바라 난과 당시 기독교인(키리시탄)과 관련된 유물이 있다. 눈에 띄는 유물은 마리아 관음상(マリア観音)이다. 기독교가 박해 받던 당시, 시마바라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관음보살의 모습을 한 마리아상을 모셔 놓고 신앙을 이어갔다고 한다. 마리아 관음상 뒤에는 성경구절이 적혀 있기도 하다. 2층에는 시마바라 영주와 시마바라 성과 관련된 향토 역사 자료들이 비치되어 있고, 3층에는 시미바라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다. 마지막 천수각 꼭대기인 5층에는 시마바라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시마바라 성은 일본의 100대 성 중에 하나로 꼽히며, 규슈 지역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이름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성을 짓기 위해 동원되었을 시마바라 주민들의 고생 역시 짐작된다. 실제 축성 당시 시마바라 주민들에게는 극한 노역과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시마바라 난이 일어났다. 1637년에 일어난 시마바라 난은 에도 시대 말기에 일어난 대규모 난으로 시마바라·아마쿠사의 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난은 에도막부로부터 탄압을 받던 키리시탄(기독교도)의 주도로 일어났다. 여기에 과도한 세금과 노역 그리고 수년에 걸친 흉작으로 고통 받던 시마바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약 3만 7천 명이 난에 가담해 시마바라 남부 하라 성(原城)을 점령했지만, 12만 명에 이르는 토벌군에 의해 4개월 만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당시 15살이었던 아마쿠사 시로(天草四郞)가 봉기 지도자 겸 총대장으로 나서 싸웠는데, 마지막까지 싸우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에도막부는 난을 일으킨 3만 7천 명의 주민들을 모두 몰살하였고, 이후 기독교에 대한 탄압도 더욱 극심해졌다. 다만 시마바라 주민들에게 부과되던 과도한 세금은 경감되었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마쿠사 시로는 이후 기적의 소년으로 평가되어 현재 시마바라 성 뒤편에 그의 동상이 우뚝 서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5U1642qiy6o



히메마츠야 혼텐, 姫松屋 本店


시마바라의 향토 음식 구조니


시마바라의 대표 향토 음식인 구조니 (具雑煮)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시마바라 성 바로 앞에 있다. 시마바라 성과 주변 관광지를 구경하고 찾아보자. 구조니라는 음식은 1637년 시마바라 난을 겪으며 탄생했다. 시마바라 난 당시 봉기군은 군량을 쌀이 아닌 떡의 형태로 저장해 먹었는데, 육수에 떡과 여러 채소를 함께 넣고 끓여 먹었다고 전해진다. 시마바라 난에 참여한 봉기군은 모두 몰살되었지만, 항쟁을 하며 먹었던 음식은 이렇게 후세에 전해졌다. 1813년 히메마츠야의 창업자가 처음 구조니를 내놓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제는 시마바라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소문나 있다.



구조니(980엔)는 가다랑어와 다시마를 우린 국물에 세 종류의 어묵과 붕장어, 우엉, 계란, 표고버섯, 연근, 쑥갓, 닭고기, 두부 등 13가지의 재료를 넣고 끓인 요리로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모양새는 우리나라의 떡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떡이 매우 찰지고 입에 달라붙기까지 한다. 국물 또한 가다랑어와 다시마를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시원하다. 오뎅에 찰떡과 채소를 더해 끓인 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은 시마바라를 방문하는 단체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식당인 만큼 규모가 꽤 크다. 1층은 테이블 석이 넓게 있고, 2층은 다다미방으로 주로 단체 손님들이 찾는다. 가게 뒤편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구조니 외에도 회 정식, 튀김 정식, 생강 구이 정식, 돈가스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 음식들이 많이 있어 입맛대로 골라 주문할 수 있다. 가게 앞에 음식 모형을 전시해놓았다. 가게에 들어서기 전 미리 어떤 메뉴를 시킬지 골라보자.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JvQ3gZaBdSH2



부케야시키, 武家屋敷


무사들이 모여 살던 주택가


시마바라 성에서 내려와 해자(垓字)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부케야시키 (무가 주택터)로 향하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과거 시마바라 성 축성 시기 (1618~1624년) 하급 무사들이 머물던 주택가로 현재 세 채의 집이 보존되어 무료로 개방 중이다. 부케야시키에 들어서면 길 정중앙을 관통하는 수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현재 남아 있는 수로의 길이는 406.8m로, 과거 마을의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수로를 길 한가운데 만들었다고 한다. 수로가 중앙선처럼 쭉 뻗어 있고, 양쪽에는 오래된 돌담이 쌓여 있어 과거 마을의 모습이 어땠을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돌담 뒤로는 현재 시마바라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변에 학교들이 밀집해 있어 등하교 시간이 되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나가는 낯선 외국인에게도 “곤니치와”라며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집집마다 담벼락이 있지만 과거 부케야시키 내에 위치한 집들 사이에는 담벼락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하급 무사들이 사용하던 화승총인 뎃포(鉄砲)가 있다고 해서 뎃포초(鉄砲町)라고 불리기도 했다.


부케야시키에 보존되어 있는 주택은 야마모토 저택(山本邸), 시노즈카 저택 (篠塚邸), 토리다 저택(鳥田邸)으로 집집마다 마네킹까지 설치해놓고 당시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급 무사의 집들이라 규모가 작지만 당시 무사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잘 볼 수 있다. 모두 무료 개방이며 신발을 벗고 들어가 집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부케야시키는 과거에는 무사들이 살던 주택가였지만, 현재는 시마바라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해 관광지라는 느낌보다는 잘 보존된 과거의 길을 걷는 기분을 내게 한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BxLeYTrymN82



코이노오요구마치, 鯉の泳ぐまち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시마바라 성에서 나와 시마바라 시내 아케이드 상점가를 지나 약 1km (약 10분) 정도 걸으면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코이노오요구마치에 도착한다. 언뜻 이름만 듣고는 잉어가 어디서 헤엄친다는 걸까, 잉어와 관련된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을 호수에 잉어가 많은 걸까 등등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았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니 놀랍게도 도로 옆 수로에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옛날부터 물이 풍부하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시마바라는 하루에만 1만 톤이 넘는 지하수가 솟아나고 있다. 이렇게 풍부한 샘물을 이용해 1978년부터 마을 수로에 잉어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시마바라의 깨끗한 물을 알리고 마을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수로에 있는 잉어는 비단잉어로 몸에 알록달록한 무늬와 색깔이 있어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는 종류다. 얼마나 오랫동안 마을 수로에서 자랐는지 모든 잉어가 성인 팔뚝만 한 크기를 자랑한다. 수로가 좁게 느껴질 정도.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마을 수로에 이렇게 커다란 잉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헤엄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잉어가 헤엄치는 수로의 길이는 약 100m 정도다. 가볍게 산책 삼아 수로를 따라 걸으며 정감이 느껴지는 일본 시골 마을의 주택과 돌담을 둘러보자. 코이노오요구마치 내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용수정원 시메이소(湧水庭園 四明荘)와 시마바라 용수관(しまばら湧水館)이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r5hNWyuYwtv



시메이소, 四明荘


물이 샘솟는 정원


‘물이 샘솟는 정원(湧水庭園, 용수정원)’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시메이소. 코이노오요구마치(鯉の泳ぐまち) 내에 있다. 코이노오요구마치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휴식처 같은 곳으로 시마바라의 차분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이곳은 메이지 시대 후기에 지어진 별장으로 세 개의 연못과 정원으로 둘러싸인 일본 전통 가옥이다. 시메이소(사명장, 四明荘)라는 이름은 사방의 전망이 뛰어나다고 해 붙었다.


대문을 지나 별장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비단잉어들이 헤엄치고 있는 맑은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는 툇마루가 보인다.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편한 자리에 앉으라며 차도 내준다.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이처럼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앉을 자리와 차를 준비해준다. 뜻밖의 대접에 감동하면서 천천히 별장 안을 둘러본다.


집 뒤편에 커다란 연못이 또 하나 있고 그곳에도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며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다다미방과 목조 툇마루,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과 연못까지 모든 것이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하다. 가장 명당자리라고 할 수 있는 입구 쪽 연못을 바라볼 수 있는 툇마루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부려보자. 시미바라에서의 여행은 이처럼 느릿느릿 고요하게 흘러가는 게 매력이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n24G9B5V79S2



야마노우에노 카페 가든, 山の上のカフェ Garden


동화 속에 나올 듯한 카페


야마노우에노 카페 가든은 운젠을 넘어 시마바라 시내로 접어들기 전 언덕에 위치한 카페다. 시마바라 시내와 시마바라 앞 아리아케 해(有明海)를 내려다보고 있다. 외관은 숲 속 펜션을 떠올리게 하며 아기자기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다. 실내는 꽤 깔끔하며 세련된 분위기다. 여섯 개 정도 되는 테이블과 카운터 석이 있고, 화장실 쪽 문을 열고 나가면 넓은 테라스가 나온다. 덥지만 않다면 테라스 석에 앉아 시마바라 시내와 아리아케 해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겨보자. 점심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주말에는 현지 주민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있을 수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2주마다 바뀌는 런치 메뉴다. 방문 당시에는 구운 마늘 소스를 곁들인 돈가스에 구운 단호박 그리고 신선한 샐러드를 맛보았다. 카페 페이스북에 2주마다 런치 메뉴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런치 메뉴에는 기본적으로 후식과 음료가 함께 제공되며 가격도 1,000엔으로 합리적이다. 만약 야마노우에노 카페 가든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페이스북에서 그 주의 런치 메뉴를 확인해보도록 하자. 식사를 하지 않고 커피와 케이크 등 디저트만 즐길 수도 있다. 운젠에서 시마바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시마바라의 풍경을 바라보며 쉬어 가기 좋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vqY7A68jk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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