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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Jan 13. 2024

Just Walk Holland-일상을 만들어 가는 것

두 달간의 정착기-2 사람들은 선하다.

YOU ARE KIND OF YOU

네덜란드에서 사람을 만날 일이라곤 슈퍼에 가게나 카페에 갈 때뿐이다.

감사하게도 일상에서 만난 더치들은 선하고 친절하다. 영어로 물어봐도 친절히 알려주고 뭘 몰라 멍하니 있으면 날 조금 살피다 무슨 일인지 물어본다 (주로 내가 먼저 물어보지만). 어디에나 친절한 사람 or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지만 불친절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나와 상대방이 그런 상황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마을에 하나씩 있다는 풍차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느낌은 백화점에서 경험하는 돈을 지불함에서 오늘 친절 서비스가 아니라, 타인 그리고 외국인인 내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동네 사람 만난 듯 편안함을 준다는 점이다. 물론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웃고 있고 물어볼 때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는 점에서 더욱 친절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몰랐던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점을 30대 중반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는데,

그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Holland에서 만난 더치들에게서 발견한다. 서로 간에 편해지기 위해선 내가 상대방을 편하게 느끼고, 그 편안함은 내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ORDINARY PEOPLE, ORDINARY LIFE

새로운 곳에 와서 나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출퇴근과 사무실 밖에서의 일상이 내 삶을 더욱 의미 있고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카푸치노 우유 거품 위 시나몬 가루 같은 효과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전거를 가방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가방이 없으면 옷 주머니에 넣어도 되니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방을 갖고 나가면 휴대폰, 지갑, 물건을 담을 수 있어 인생이 편리해진다.

지금 내 일상이 불편한 가장 주요 이유는 이동 수단이다. 풍차로 물을 끌어올리고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바람이 세게 부는 네덜란드에서 특히 1월 날씨는 나의 걷기 일상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이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교통비가 비싸기도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시골 마을처럼 동네 중심가로 가는 버스가 없어 40분을 걸어야 카페를 올 수 있는 경우라면 자전거가 필수품이다.

운하에 앉아 있던 백로인가?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니 날라가 버렸다. 백로의 일상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했다. 운하에 흐르는 물이 얼 정도인데 꽃은 벌써 피기 시작했다.


걷는 것이 일상인 나는 걸을 때마다 보이는 집과 상점은 걸으며 얻는 보상이다.

오늘의 외출은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도서관 가기 전 마음에 두었던 카페를 들릴 계획이었다.

새해 혹시나 열었나 해서 왔었지만 닫아서 돌아갔었던 베이커리 카페. 커피와 유리창이 서로 아름답다.

카페에 들어가니 유리창에 자리가 있었다.

노트북을 꺼내놓고 글을 조금 쓸 심산이었기 때문에 2인용 테이블이 아닌 창가에 앉았다.

갑자기 Latte Macchiato가 생각이 안 나 우유 듬뿍 들어가는 커피 주세요 하니,

영어가 서툰 주인레이디가 Latte Macchiato 컵을 보여 주시며 이거라고 알려주셨다.

작은 쿠키와 함께 나온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이 순간이 행복하고,

토요일의 일상 하나가 추가되어 행복하다.


계산하러 일어나니 옆 테이블의 커플은 핫초코를 마시고 있었다.

다음 주에는 아침을 먹지 않고 와서 Breakfast set를 시켜봐야지.


YOU KNOW KIM PHIL? KIM FEEL?

구글 지도에서 이 작은 시골 마을에도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운영 시간을 보니 평일은 올 수가 없고 일요일은 문을 닫으니 토요일만 올 수가 있는데, 크리스마스와 연휴가 겹쳐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5번째 토요일이 되어서야 드디어 우리 동네 도서관을 오게 되었다.


카페를 나와 오늘의 목적지인 동네 도서관을 향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길에서 번호를 따(?)였다.


난 걸으며 '토요일에는 여기가 그래도 사람들이 시내로 다 나오고 하니 번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계속 두리번거리거나 상점 유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머리 뒤통수에서 누군가 "Can I help you?" 하고 말을 건네 왔다.

뒤돌아보니 머리 하얀 더치 할머니가 계셔서 난 내가 Can you help me?라고 들은 거라 착각한 줄 알고, "Oh. How may I help you?"라고 하니 그게 아니라 내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신 거였다.


그래서 "그냥 동네 구경 중이에요. 물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니 그때부터 질문과 질문으로 이어지는 대화가 시작되었다. 어느 나라든 할머니들의 의사소통 능력은 인종과 세대를 초월한다.


Anja 할머니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바로 휴대폰 바탕화면의 어떤 검은 머리의 아시아인을 보여 주시더니 나보고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물어보셨다. 난 BTS는 고유명사처럼 알고 있지만 얼굴도 모르는데 난감했다. 할머니는 이 사람이 김필이라는 가수인데 너무 좋아해서 휴대폰 바탕화면에까지 해 놓았으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존댓말이라는 것이 있지 않니, 연령에 따라 다른 말을 하는 것이 한국어는 어려운 것 같더라, 어제는 김치를 드셨고, 1월에 네덜란드에서 한국 가수들이 공연한다는 것까지 알려주셨다. 그리고는 혹시 네덜란드에서 살면서 뭔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면서 네일샾 예약 시간이 다 되어 이제 가야 하니 내 전화번호를 교환해 가셨다.

네덜란드어 책인데 Romans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한켠에 Engels 책이 조금 있다.


얼떨떨한 느낌으로 도서관에 도착했다.

Ground 층에 있는 동네 도서관은 가지런한 책, 아이들이 숙제할 수 있는 공간, 컴퓨터 전용 공간까지 한국의 우리 동네 도서관보다 규모만 작지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사람 목소리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그룹 숙제를 하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같이 온 부모님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일찍 와서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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