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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Dec 14. 2020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장사꾼들

장사하는 사장님들을 보면 사람 좋아 보여도 이면에 지독스러움이 보이곤 해 장사하는 사람들은 통상 독하지 않으면 못하겠다는 인식이 있었다. 직접 해보니 장사하면 갑자기 돈이 많아지는 것도 아닌데 유독 사기꾼들이 들러붙는다. 사기꾼을 발견할 때마다 아찔해지며 정말 착하고 순진한 사람은 결코 장사해선 안된다는 걸 느낀다.



'셀러오션'이라는 사업가들의 정보 공유 카페가 있다. 장사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 사람들을 상대로 또 장사하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서는 네임드(닉네임 고정하여 활동하는 사람)로 활발히 운영(이라 하고 영업이라 읽는)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은 그 네임드 회원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왔는데 내용인즉슨 빠른 정산을 요구했다는 사유로 그 네임드 분이 반말을 비롯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는 거다. 그 게시물에는 욕설 장본인이 명예훼손이라며 댓글로 공방을 펼쳤고 많은 사람들이 글쓴이의 편을 들어줬다. 평소에 친절하고 상냥한 댓글을 달던 모습과 사뭇 달라 나 역시도 당황했다. 아무리 고객이 불만족스럽다한들 (심지어 진상도 아니었음) 다짜고짜 반말과 욕설을 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욕설하는 것도 비난받는 마당에 판매자가 욕설이라니?


나 역시도 이 카페에서 사기당한 경험이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활성화에 애를 먹던 시기라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던 와중 누군가의 홍보글이 너무 자연스러워 이용해 보게 됐다. 만원 정도만 충전해두고  2천 원 정도 사용한 뒤, 때에 맞춰 다시 잔액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로그인하니 없는 아이디로 나왔다. 아이디 찾기 메뉴도 없고 메일로 문의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카페 쪽지를 찾아보려고 하니 시간이 지난 탓인지 찾을 수 없었다. 원글은 사라졌다. 만 원만 충전하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후에 보니 다른 아이디로 똑같은 시나리오의 인스타 홍보 사이트 사기 글이 올라와 있었다. 캡처해서 보여주려고 뒤적거렸는데 지금 또다시 흔적도 없이 글이 사라졌다. 이런 소액 사기는 되찾기가 어려운데 그걸 노리고 쓴 글인 듯했다. 8천 원의 사기로 값진 경험을 했다.


비단 이런데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자영업자의 돈을 노리는 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스마트 스토어 유튜버들이 하나의 시장처럼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도 조심해야 할 대상 중 하나다. 처음에는 나에게 도움을 줄 것처럼 접근한다. 다양한 꿀팁을 주고 걔 중에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인기를 끌다 보면 결국 본인이 아는 지식을 장사하려고 든다. 마치 팔로워가 조금 늘면 판매를 시작하는 팔이피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한 편으로는 이 시대를 가장 잘 활용해 장사하는 장사꾼으로도 보인다. 연매출 수십억을 올렸으며 모든 사업을 자동화시켜 현재는 가만히 있어도 수익을 올린다는 유명 유튜버는 80만 원에 육박하는 강의를 열었다. 킬링 포인트는 이 강의를 다른 사람에게 홍보해서 그가 수강하면 10%의 리워드를 주며 오히려 지불한 값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 완벽한 다단계였다. 그녀는 개인 블로그에 매출 인증도 했으며 평소 깊이 있는 내용으로 나 역시도 꽤나 많은 도움을 얻었고 유용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매출 인증이 어떤 방식으로 벌린 돈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심지어 그녀는 얼굴이나 이름조차 공개하질 않고 있고, 악플 하나에도 민감할 만큼 인간관계에 예민해 전원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력 관리 방법'을 최고 수준으로 가르친다고 영업한다. 사기 같지만 사기 같지 않은,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난도 요리조리 피해 갈 수 있는 그녀는 완벽한 장사꾼이다. 사기와 장사는 한 끝 차이가 뭔지 실감 나게 해 준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나 지칠 때, 이야기 나눌 상대가 없을 때 이런 유튜버들의 팁들은 분명 도움이 된다. 그리고 틀린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얘기해준 것은 웬만한 장사꾼들이 알고 있으며 말해준 대로 한다고 해서 장밋빛 길이 펼쳐지지 않는다. 막상 시도해보면 여러 문제가 발생되거나 추가적인 궁금증이 생기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망만을 준다. 만약 이에 대해 비난하면 '나는 숟가락 잡는 법을 알려주는 거지 밥까지 먹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하라.'라고 하면 그만이다. 심플하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구분하고 나한테 도움되는 것만 쏙쏙 뽑아가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순수한 사유로 내게 도움 주는 사람은 가족뿐이란 걸 잊지 말자. (통상적 가족이라는 개념이라는 기준 하에) 내 열정에 감동해서? 온라인에서 본 사람들이 날 보지도 못했는데 무슨 감동? '저도 처음 할 때 너무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자리를 잡았고, 저도 그 답답함을 알기에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뻔한 레퍼토리다. 사람이 절박하면 멍청한 선택을 하고 그 멍청한 선택들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명해지고 싶은 그들의 욕망을 적당히 이용하고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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