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 주변에 누군가가 쇼핑몰을 오픈한다고 한다면 응원해줄 마음은 충분하지만 잘 될 거라고 장담하진 못한다. 덧붙여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체력적, 정신적 부담이 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애써 꾹 눌러 담게 된다. (반짝이는 눈빛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유튜브와 코로나, 청년 실업률 증가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부업 열풍이 불면서 가장 만만한(?) 스마트스토어 창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개미만 한 직장인 월급으로 집 사는 건 꿈도 꿀 수 없으니 가장 적은 리스크로 최대의 효율을 뽑을지도 모르는(?) 일에 기대를 거는 건 당연하다. 로또를 사면서도 꿈자리가 좋았다며 '혹시'하는 마음을 갖는 게 사람 아니었던가. 나는 대단한 기대감 없이 나만의 신념을 갖고 움직였다. 반 년정도 됐을까. 나름대로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무렵 '잘 모르는 사람들'의 오지랖이 시작됐다.
큰 꿈을 갖고 시작한 것은 맞다. 하지만 직장인 월급만큼 벌게 되더라도 자영업의 삶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개인적인 자아실현의 욕구에서 시작하기도 했다. 유명 모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오픈한 쇼핑몰이 의외로 근 2년 간 손에 쥐는 돈이 없다고 한다. 지나가는 행인 1 수준인 나의 평범함과 2020년 도라는 쇼핑몰 초초포화 시대에 시작한 나는, 2~3년은 수입이 거의 없을지 모른다는 각오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나의 손실액에 대해 크게 느끼지 못했다. 힘들다고 매번 느끼지만 그만둘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내 돈이 하찮거나 '잃는 건 당연해'라는 마음 때문은 아니다. 그런 생각이었으면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주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방법에 안주했을 것이다.
나는 그럭저럭 평온한데 (그래도 요새 밤에 통 잠들지 못하는데 어느 정도 신경 쓰여 그런 듯하다. 매일 밤 셀러오션 인기글을 보다가 잠이 든다.) 내 주변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집에 하나둘 옷이 쌓이기 시작하니 이 옷은 언제 파냐, 주문은 안 들어오냐, 스튜디오 가는 비용 아깝지 않냐, 네가 전문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스튜디오냐, 어디 누구는 택배가 쌓였다는데 가뭄에 콩 나듯 주문 들어와서 언제 돈 좀 만져보냐, 누가 너보고 이렇게 고생스러운 일을 하라고 했느냐, 남들처럼 편하게 시집이나 갈 것이지 사서 고생은 왜 하느냐 등등등. 아르바이트생을 쓸 여력이 없으니 주변 지인이나 남자 친구, 가족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데 안쓰러워하면서도 눈칫밥을 엄청 준다. 내가 지금 연애를 할 때가 아닌가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가끔은 울컥해서 내가 많이 벌게 되면 나에게 조금이라도 눈치를 준 사람들에게 절대 베풀지 않으리라고 결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정적인 발언들은 나에게 큰 독이다. 마냥 희망찬 이야기로 희망 고문하는 현실감 동떨어지는 탁상공론형도 안될 말이지만 이보다 더 피해야 할 유형은 알지도 못하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나는 시작하기로 했고, 한지 오래된 것도 아닌 이제 출발 지점이고, 수입이 없어 남에게 돈을 벌릴 처지도 아니다. 마치 모의고사 성적이 늘 하위권인 고3 3월 시기에 너는 지금 수준이 이러하니 앞으로도 가능성이 없으므로 포기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는 것과 같다. 더 기분 나쁜 것은 대놓고 핀잔주면서 은근히 도와주는 사람이 아닌, 겉으론 도와주면서 속으로는 '과연 쟤가 잘 될까' 걱정을 가장해 비웃고 있는 사람들이다. 놀랍게도 아주 가까이에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본인들은 티 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겉으로 다 티가 난다.
만약 비슷한 상황을 겪는 쇼핑몰 창업자가 있다면 이런 이들은 과감히 쳐내라고 권장하고 싶다. 같이 고민하고 행동해주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아닌 깔짝거리면서 말은 청산유수인 같잖은 사람들은 멀리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사소한 말들이 쌓여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 아무리 소액이더라도 쇼핑몰 운영은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이다. 단돈 십만 원도 내가 투자하고 성과를 분석하고 다른 도전을 해야 한다. 방법이 있는 듯하면서도 나만의 룰을 찾아가야 하는 온라인 쇼핑몰 창업은 결국 버티는 자만이 이긴다는 암묵적 법칙이 있다. 믿음과 고집을 갖고 밀고 나가도 수십 번 흔들린다. 쉽게 시작한 만큼 쉽게 그만둬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소소한 용기와 끈기가 필요한 이 일에 매번 딴지를 거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사람들은 잘 되더라도 본인 덕분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