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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May 15. 2022

의류 쇼핑몰의 방향성

의류 쇼핑몰을 운영한지도 1년이 넘었다. 한 계절은 제대로 한 바퀴 돌았다고 봐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출이 늘면 사람이 게을러진다. CS와 배송 처리만으로도 하루가 훅 가기 때문일까. 나는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일까.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여성의류 MD인 덕분에 쇼핑몰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수치로만 봤을 때는 긍정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 있는가 냉정하게 되돌아봤다. 진지하게 쇼핑몰을 임시 중단할까 고민했던 마음을 다시 바로 잡았기에 그 과정을 가감 없이 기록해보고자 한다.


회사를 다니며 쇼핑몰을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요즘 업데이트가 지나치게 뜸한 이유는 이직 준비와 MBA 준비 때문이다. 내 목표와 MBA 과정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둘 중 하나라도 나의 쇼핑몰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대학원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결정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업데이트는 점점 뜨문뜨문 되었고 쇼핑몰의 핵심인 신상 업데이트가 되질 않다 보니 매출은 당연히 줄어들었다. 확실히 쇼핑몰은 내가 한 만큼 매출로 보이는 것 같다. 특히 요즘 스마트 스토어 알고리즘이 신상 업데이트를 얼마나 부지런히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끔 바뀐 것 같다. 또 의류 특성상 두 달만에 상품의 생명력이 끝나버리는 것도 지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한 번 촬영을 하고 나면 업데이트까지 어언 한 달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상품이 종료되어 버리니,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내 탓이요, 답답할 노릇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한 달에 5개 내외의 상품 업데이트로 매출을 내려면 나는 사실 커다란 마케팅 채널을 만든 뒤 출발했어야 했다. 스마트 스토어로 블로그 마켓 형태의 SKU를 운영하려 했다니. 또 이번 중국 봉쇄령 문제도 겪고, 사입 삼촌과 문제도 생기고, 스마트 스토어 한 개의 채널에만 의존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 등등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유튜브에 '의류 쇼핑몰 하지 마세요' 영상을 보며 크게 공감했다. 세금 떼고 반품 교환 처리하면 남는 게 없는 구조, 10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옷에는 물가 상승이 적용 안된 점,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보세 옷들, 빠르게 변해가는 유행과 유행을 크게 좇는 우리나라의 패션문화, 설령 쇼핑몰이 커진다 해도 만만찮게 드는 인건비와 고정비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대형 쇼핑몰조차 버티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여름옷을 사입하러 시장에 나갔는데 정말 지루하리만치 도매 옷들이 다 똑같았다. 제작이 답인데 제작 없이 쇼핑몰을 해보고 싶고 하겠다는 근자감은 어디에서 왔던 걸까 현타가 왔다. 아는 사장님이 아이폰 액세서리 류로 로켓 배송도 하고 빅파워 등급을 단 것을 보며 내가 설정한 콘셉트가 맞았나 의구심이 들었다. 최소 재고로 운영을 해도 거실 한 켠에는 재고가 잔뜩 쌓여있고, 핑크색 소품샵으로 새로 오픈할까 진지하게 고민이 됐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마케팅 채널 운영에 관한 고민

내가 잘하는 건 CS다. 이걸 살리려면 저렴한 옷은 팔면 안 된다. 반품 한 두 번에 마진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돈 벌려고 하는 장산데 자원봉사 형태가 되어버리면 나도 인간인지라 친절해질 수가 없다. 쇼핑몰을 홍보할 수단으로 마케팅 채널을 운영해야 하는데 유튜브와 인스타 중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채널과 주제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다음 내가 잘하는 게 말하는 거라서, 말하는 콘텐츠로 할까 고민 중에 있다. 2030대 직장인의 일과 사랑에 관해 1-4분 이내로 자유롭게 떠드는 그런 콘텐츠 제작을 고민 중에 있다. 그다음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호기심이 많은 성향 때문에 이와 관련한 정보를 카드 뉴스 형태로 인스타에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분명한 건 둘 다는 절대 못한다는 거다. 반드시 하나만 해야 하는데 언제 할 거냐 이 말이다.


채널 확장의 필요성

이번 주의 목표는 쿠팡 상품 등록이다. 원래는 쿠팡 패션이 연령대가 높고 반품률이 높다고 들어서 들어갈 생각을 안 했는데 나처럼 상품 단위 판매를 희망하는 판매자에게는 네이버, 쿠팡 같은 유통 채널을 잘 활용해야겠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쿠팡 패션 퀄리티가 정말 떨어진다. 나의 베스트 상품의 평균 구매 연령층이 어리지 않기도 하고 여러모로 쿠팡과 잘 맞는 콘셉트의 상품이라고 느껴진다. 우리 엄마가 맨날 쿠팡에서 이상한 옷을 많이 사서 여기도 잘 구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주에 1개의 상품을 꼭 업로드해봐야겠다.


다시 잡는 컨셉, 초심으로 돌아가기

편안하고 프로페셔널한 직장인을 위한 룩, 이 다른 쇼핑몰과 차별화되는 요인이 없고 너무 모호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경쟁사가 너무 많은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나는 부티크샵의 의미처럼 이 가게에서만 찾을 수 있는 독특하고 특색 있는 옷을 판매하고 싶었다. 많은 양의 옷을 팔진 않아도 살 게 없더라도 매 달 와서 구경하고 싶어지는 그런 쇼핑몰을 구상했다. 옷을 가져올 때 유행하는 스타일이어도 아주 약간의 차별점이 있는 상품을 골라서 선보였다. 단순 오피스룩이 아니라 강남역 직장인처럼 복장 규정이없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했다. 가격대도 2-3만 원이 아닌 평균 5만 원 이상은 넘어가는 '쇼핑몰 치고는' 비싼 옷만 가져올 생각이었다. 오프라인이나 브랜드 매장에서 사면 20~30만 원은 족히 주 고살 옷을 5~10만 원대에 파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내가 골반이 좁으니 골반이 좁은 여성을 위한 옷으로 컨셉을 바꿔볼까 고민하다 그만뒀다. 대다수 여자들의 체형 고민은 상체 비만, 하체 비만에서 끝나버린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은 키작녀 정도. 내 콘셉트를 유지하되 상품으로써 다시 한번 제대로 각인시키고 마케팅, 유통채널을 늘리는 것으로 6개월만 더해보자. 유행하는 옷들 단순하게 사지 말고, 베이직 아이템은 다른 곳에서 구매하고 여기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옷을 골라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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