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크몽이 싫다. 어떤 종류의 디자인이든 영상 제작이든 간에 단 돈 몇만 원이면 어느 정도 해결되는, 몇십만 원 대로 넘어가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로 그 원숭이 녀석이 싫다. 물론 안다. 이게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과도 같은 거대 플랫폼의 등장으로 배달시장의 흐름이 한 큐에 바뀌지 않았는가? 다들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배민에 가입해 주문을 넣고 배민을 통해 주문을 받고 배민을 통해 콜을 접수해 배달을 해 다들 돈을 벌거나 편의를 제공받는다.
우리 같은 지식 혹은 기술 기반 콘텐츠(마케팅, 디자인, 개발 등) 회사들도 잘난 척 하지만, 결국 사람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다. 더군다나 이런 비정형적이고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부분마저 AI가 잠식해나가는 판국이니.. 정말 울고 싶다. 그렇다. 결국 우리도 각각의 프리랜서들이 뭉쳐 조직화되어 회사가 된 것이고, 흩어지면 일개 프리랜서나 1인 기업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우리는 비싸다. 물론 우리보다 훨씬 비싸게 받는 곳도 많다. 하지만 크몽 물가 지수에 비하면, 우리는 가격 경쟁력으로는 상대도 안된다. 뭘 모르는 고객님들이 보시기에는 크몽이나 모티브나 그게 그거 같고 괜히 값만 비싼 모티브보다는 크몽이 더 좋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혹은 연차가 짧아 포폴 등이 미숙하거나, 꾸준히 우리 업무를 관리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티브는 '교보문고'라는 1조 넘는 매출을 찍는 대기업의 메인 에이전시로써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8년 동안 연간 대행 계약을 매년 갱신해오고 있다. 그것도 갑사의 요구로 말이다. 또한 다양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 규모별로 일해 본 경험이 있다. 업종도 출판업을 중심으로 일반 소비재 및 치과 등 특수 전문직까지 다양하게 마케팅&디자인&영상제작 업무를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서울시 홍보팀의 오더로 정부 조례 일러스트 타입 카드뉴스 10set를 (기획부터-일러스트-디자인-최종납품)까지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런 경험들은 단 돈 몇만 원, 혹은 몇십만 원에 쉽게 구입하기 어렵다. 사실 계량화하기도 어렵고 그걸 돈으로 환산하기는 더 힘들지만, 비슷해 보이는 업무를 하더라도 그 경험치에 따른 결과물은 엄청난 퍼포먼스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같은 브랜드 네이밍과 로고를 디자인하는 업무라든가, 카드뉴스와 트레일러를 제작하는 업무 등의 미션이 주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일정을 예측 및 조율하고, 컨셉을 뾰족하게 뽑아내 버벌 및 디자인으로 구현하고, 콘티와 스토리보드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해서, 고객이 생각한 그 이상의 산출물을 만들어낸다.
아마추어는 단지 직관에 의존하여 A에서 Z로 바로 가서 산출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객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중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그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지만 저가형 서비스로는 그럴 시간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는 다르다. 프로는 How? 이전에 What?을 그 이전에 Why?를 되묻는다. 그렇기에 A에서 Z까지 가는 길을 그리고 그 이유를 타당하게 납득시킨다. 아마추어는 고객에게 끌려다니지만, 프로는 고객을 리드하며 그들이 원하는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모티브는 이제껏 적극적 영업활동을 펼친 적이 없다. 자랑이라기보다, 기존 고객사들의 케파가 큰 데다가 인바운드나 기존 고객 추천으로 새로운 일감이 꾸준히 암암리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크몽을 통해 성장하는 좋은 회사들도 있고, 상호 윈윈하는 프리랜서들도 많다는 걸 안다. 그리고 추후 우리도 전략적으로 크몽같은 플랫폼에 합류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늘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