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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ic Nov 12. 2023

떼인 돈 받으려면? 절대 고소하지 마라

강남사채업자가 알려주는 떼인 돈 받는 법 

우연히 '강남할배'라는 유튜브를 알게 됐다. 구독자가 20만명이 넘는다. 사채업 등 여러 사업을 30년 넘게 해온 분이다. 이 분은 '빌린 돈은 갚지 마라' 라는 책을 2000년대 초반에 집필했다. 그리고 책의 가르침을 몸소 실현, 18억원 가량의 돈을 갚지 않고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구속됐다. 


<음..??>


<책내용을 몸소 실현하신 저자>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데, 호기심에 유튜브에 들어가서 몇몇 영상을 보니 오랜 세월 사업을 해온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내공이 느껴졌다. 그 자리에서 꽤 많은 영상들을 뒤적뒤적봤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어서 옮겨본다. 


<세월의 내공이 느껴지는 강남할배>


떼인 돈 받으려면 고소하지 마라?


강남할배는 사채업을 수십년 했다. '강남할배 돈을 떼 먹을 바에야 죽는 게 낫다'는 말이 돌 정도로 아주 지독했다고 한다. 그만큼 떼인 돈을 받아내는 데는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사채업자가 떼인 돈을 받아내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 하면 '난폭함'이 연상된다. 소리 지르고, 쌍욕 하고, 조폭을 대동해 협박하거나, 집안에 들어눕고,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던가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하수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럴수록 채무자는 점점 채권자를 피해 달아날 뿐이다. 돈을 받아낼 확률은 요원해진다고 그는 주장한다.  


소송을 건다면? 돈을 못 받아낼 확률이 더 올라간다고 한다. 소송을 건다는 것은, '돈 못 받더라도 너는 내가 감방 보내겠다'라는 것이다. 소송에서 이겨봤자, 상대방이 감옥에 들어가 버리면 떼인 돈 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돈을 떼먹은 사람은 형을 살며 돈을 갚지 않은 만큼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연히 돈을 갚으려는 마음도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돈 받아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그렇다면 떼인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남할배는 말한다. 그는 떼인 돈을 받아내고 싶다면 두 가지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설득의 심리학'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다. 과거에 읽었던 책들로, 시공을 초월하는 명저들이다. 사채업자가 이런 책들을 추천해주다니. 오묘하면서도 이해가 된다. 


결국 돈을 떼먹으려는 사람의 일말의 양심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돈을 갚으라고 지속적으로 부탁하고, '지금 당장 상환이 어려우면 이자만이라도 갚아라, 분할 상환이라도 해라'와 같은 방법으로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먼 훗날에라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무슨 황당한 얘기인가 싶다가도, 곰곰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돈을 안 갚겠다고 마음 먹고, 가진 재산도 한 푼 없는 사람에게 무슨 수로 돈을 받아내겠는가. 파산해버린 법인을 상대로 할 수 있는게 없는 것과도 같다.


어느정도 돈을 떼 먹으려는 사람의 호감과 신뢰를 사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라고 한다. '너가 지금 갚을 돈을 조금이나마, 혹은 전액을 갚으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더 많은 돈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하라는 것이다. 돈을 제때 못갚아도 인간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형성해라. 그리고 솔깃한 제안을 해서 상대가 넘어와 돈을 어느정도 갚게 되면 입을 싹 닫고, 약속했던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강남할배는 얘기한다. (ㅋㅋ) 



김우중 VS 이헌재



이 대목을 보면서 한 장면이 생각났다. 1999년 7월, IMF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그 때, 대우그룹은 풍전등화의 위치에 서있었다. 당시 대우그룹은 현대그룹에 이어 자산 기준 국내 재계 서열 2위였다. 삼성과 LG보다도 자산이 많았다. 국내와 해외 금융 시장에서 거액의 돈을 끌어와 세계경영을 외치던 대우는 살인적인 고금리로 인해 폭등하는 이자와 밀려드는 대출금 상환 요청에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었다. 해외에만 10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대우그룹이었지만, 캐시런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정부 역시 대우그룹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고심했다. 한국의 고속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수출의 견인차였던 대우그룹을 그대로 부도 처리했다가는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 쪽에서는 이참에 부실기업 대우를 부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시 신진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많았다. 


이헌재 금융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시시각각 조여오는 그룹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다가오는 어음을 막을 돈이 급했던 김우중 회장은 결국 서초동 자택을 제외한 모든 사재를 담보로 제출한다. 교보생명 지분 11%, 대우중공업 7.1%, 쌍용자동차 25%, 대우개발 21.9%, 대우증권 1.3% 등 계열사 보유 주식과 1조 3500억원에 이르는 부동산까지. 모두 합쳐서 10조원이 넘는 자산을 현금 확보를 위한 담보로 채권단에게 맡기게 된다. 


<같은 사건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두 사람>


이헌재 위원장은 10조원을 지원하고 대우자동차를 포함한 8개 계열사를 김우중 회장이 경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김우중 회장은 이를 믿고 모든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지만, 약속된 10조원은 제 때 입금되지 않았다. 약속된 기간보다 1주일 늦게 돈이 들어왔고, 금액도 4조원밖에 되지 않았다. 


대우그룹은 연말까지 갚아야할 돈이 10조원이었고, 당장 나가야할 돈은 4조원이었다. 지원된 4조원은 입금 되자마자 바로 은행으로 빠져나갔고, 수중에 현금은 여전히 없는 상태가 유지되며 대출금의 만기 연장도 이뤄지지 않게 된다. 대우그룹은 다시금 유동성 위기에 빠져든다. 


약속했던 6조원은 결국 입금되지 않았다. 김우중 회장과 주요 관계자들의 지분이 모두 날아간 대우그룹은 정부의 주도 하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당시 대우그룹의 세계 경영을 진두지휘했던 (주)대우 무역부문 장병주 전 사장은 훗날 "정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표현했다. 


<장병주 前 (주)대우 무역부문 사장>


마케팅 대행업 특성상 선 작업 후 정산을 할 때가 많다. 특히 큰 비용을 지출하는 대기업과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 하고 정산을 나중에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정도 시스템이 완비된 회사는 출금일자가 지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금 전에 먼저 일을 해줄 수 있는 대행사를 선호한다.


<일하기 전에 광고주가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체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행사는 돈을 제 때 줄 수 있는 회사인지를 먼저 체크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에게 고객사의 재무상태나 투자 상황 등을 체크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체의 경우에는 선입금을 받도록 지시했다. 


지금까지 돈을 제 때 못받아서 떼인 경우는 3번 정도다. 회사를 거쳐간 고객사들이 1천개가 넘어간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도 가끔 떼먹힌 금액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받아야 할 대금 500만원이 고객사의 파산으로 10만원짜리 채권으로 둔갑했고, 이 마저도 받지 못했다.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언론에도 자주 나왔던 핫한 스타트업은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해 사업이 중단됐다. 대표님이 직접 회사 사무실까지 와서 죄송하다고, 수년내에 꼭 갚겠노라고 말씀해주셨지만, 800만원 가량을 손실 처리했다. 


최근에도 역시 700만원 가량을 갚지 않고 폐업을 한 고객사가 있는데, 이곳은 대표가 돈을 갚겠다고 말은 하고 있는 상태지만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법인이 파산해버리면 사실상 받을 방법이 없다. 난감하다. 


미국발 고금리가 지속되며 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할 거라고들 한다. 돈 떼먹히지 않도록 강남할배 유튜브를 좀 더 열심해 봐야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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