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뭔가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썼던 글이다. PSD(poor, smart, desire) 인재와 일하고 싶다고 썼다. P는 모르겠지만 운 좋게도 지금까지 많은 SD형 인재들과 일할 수 있었다. 함께 했었던, 그리고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인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업의 성장
0원으로 혼자 시작했던 마케팅 대행 사업이 어느덧 직원수 40여 명의 중형 에이전시로 성장했다. 개인사업자를 낸 날이 2019년 2월 18일이고 지금 글을 쓰는 시점이 2021년 10월 17일이니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꽤 속도감 있게 회사가 커나갔다고 볼 수 있다. 법인사업자로는 작년에 전환했다.
처음부터 대행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커머스로 시작하려 했다.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 기획, 생산 경험이 없다 보니 처음부터 막혔다. 공장을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가 이렇게 시작하면 백퍼 망하겠다는 직감이 들어 멈췄다.
생존을 위해 대행업을 시작했다. 사업에서 '을'이 아닌 영역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대행사는 '을 중의 을'이라 생각했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할 수 있고, 자신 있는 게 마케팅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마케팅들을 글로 담고, 디자인 플랫폼을 이용해 포장했다. 재능거래 플랫폼, 지인들로부터 들어오는 업무 등을 닥치는 대로 처리했다.
당시 하루 일과는 이랬다. 10시까지 집 근처 카페로 출근한다. 스타벅스나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했다. 오래 앉아있어도 알바생들이 별 말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루에 커피는 2잔 이상 주문했다. 점심은 처음에는 도시락을 싸와서 눈치를 보면서 자리에서 빠르게 먹었고, 나중에는 근처 식당에서 잽싸게 먹고 왔다. 그리고 최소 밤 10시까지 일했다. 24시간 카페일 경우에는 새벽까지도 일했다.
'하루 만 원 벌기'를 목표로 했다. 커피값이라도 벌자는 생각이었다.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일이 늘어났다. 일일 목표 매출이 5만원, 10만원으로 늘어났다. 제안서를 만들어 콜드 메일을 뿌리고, 한 번 보자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면서 달려갔다. 1인 기업이었지만 작은 업체로 보이기 싫어 가벼운 허세도 부리고, 밀당 협상도 하면서 하나씩 일을 따냈다. 혼자서 결코 처리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받아와서 돌아오자마자 재택알바를 채용해서 교육하고, 약속한 기간 안에 일을 마무리했다.
마케팅 영역도 쪼개고 쪼개서 바이럴에 포커스를 맞췄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인하우스에서 마케팅할 때 많은 바이럴 마케팅 대행사에 일을 맡겨봤는데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대행사는 거의 없었고, 기업에서 직접 바이럴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대행사를 써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바이럴 마케팅 영역에서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1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바이럴에서 브랜드, 콘텐츠, 퍼포먼스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마케팅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댓글 하나부터 메인 카피라이트까지 맞물려 돌아간다. 프로모션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바이럴 전략을 염두에 두고 기획해야 최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이럴 밑단부터 설계해서 최고의 마케팅 효율을 낼 수 있는 IMC 전략을 짤 수 있는 종합 마케팅 대행사를 목표로 한 발 한 발 나가고 있다. 5년 내에 주식시장 상장 혹은 그에 준하는 규모의 종합 마케팅 회사, 10년 이내 국내 10대 광고회사를 목표로 한다.
강의 촬영
유료 콘텐츠 서비스로 성공한 퍼블리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리와 손 잡고 온라인 마케팅 강의를 찍었다. 0에서 시작해서 여러번 궤도에 사업을 올려본 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강의다.
강의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하다. 닥치는 대로 오는 일은 모두 했기 때문이다. 대행업 시작 1년차 때, VC로 일하던 후배가 자신이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강의를 부탁해서 흔쾌히 응했다. 급하게 준비한 강의치고는 반응이 좋았다.
조금 다듬어서 재능공유 플랫폼 '탈잉'에 강의 커리큘럼을 올렸더니 구매가 나기 시작했고, 좋은 리뷰들이 쌓이면서 작년에는 마케팅 카테고리에서 최고 화제 튜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실 온라인 강의 촬영 제의는 탈잉에서 먼저 왔었다. 담당 PD와 2차례 미팅도 하고 이메일도 여러번 오갔지만 당시에 회사일로 정신이 없을 때라 아쉽지만 포기 했었는데 감사하게도 내 강의 커리큘럼을 좋게 봐주신 퍼블리 PD님이 먼저 제안을 주셔서 촬영을 하게 됐다. 얼굴이 팔리는게 부담이 되긴 했지만, 회사에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고 꺾여가는 내 젊음을 이렇게라도 기록해두면 좋겠다 싶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신기하게도 강의가 나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몇 출판사에서 책을 내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이 왔다. 역시 회사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역시 일단 별 고민없이 벌리고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엑싯 (exit)
공동창업하여 보유하고 있던 회사의 주식을 매각했다. 전부는 아니고 절반 가량을 팔았다.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아무튼 꽤 큰 액수의 돈이 한 번에 꽂히는 짜릿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남은 주식의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계획이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렇게 다시 브런치에 장문의 글을 쓰게 된 이유는 2가지다.
첫째는, 글쓰기 실력이 퇴보하고 있다고 느껴서다. 명색이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글 쓰는 것은 자신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회사 구성원들이 급증하며 조직의 문화와 비전, 업무규칙 등을 정립하려고 하는데 글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졌다. 1000자 내외 글 정도는 10분 이내에 써버리던 나였는데 말이다. 돌이켜보니 업무적인 글이나 이메일은 많이 썼지만, 내 생각을 담은 글은 거의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번째는 더 좋은 인재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채용도 마케팅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업가로서의 비전은 꽤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있는 나만의 생각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콘텐츠로 옮겨두면, 언제 어디선가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인재들이 있지 않을까. 사업의 다음 단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인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없게된 지금, 나와 함께 만들어갈 인재가 필요하다. 꼭 PSD형 인재가 아니어도 괜찮다. 앞으로 틈 날 때마다 다양한 내 생각들을 브런치에 담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