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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Oct 19. 2020

에밀리 인 파리가 그려내는 파리에 대한 환상과 오해

일 중독자인 20대의 미국인 에밀리가 파리로 발령받으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려낸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인 파리(Emily in Paris)>. 이 드라마를 본 파리지앵들은 실제로 어떻게 반응했을까? 에밀리 인 파리에 나오는 파리, 혹은 프랑스인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풀어본다. 



Q. 에밀리가 사는 집은 하녀 방이다? 

1화에 보면 파리에 도착한 에밀리가 집을 구하는 장면에서 파리의 주택에 대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등장한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하녀의 방, 지상층이 따로 있어서 5층은 실제로 6층이라는 것. 부동산 중개인은 그녀의 방을 소개하며 통상 주택의 꼭대기 두 층은 ‘하녀의 방’ 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하녀의 방에 살게 된 에밀리, 이 에피소드를 본 파리지앵들은 “저건 하녀의 방이 아니야”라며 웃는다. 파리지앵의 기준에는 큰 면적에 속할뿐더러 환한 창과 아름다운 전망, 분리된 주방을 가진 훌륭한 집이라는 것. 이 정도 규모라면 월세 2백만 원 이상일 거라고. 진짜 하녀의 방은 월세 1백만 원 수준의 스튜디오 구조로 침실과 주방, 화장실이 한 공간에 있으며 훨씬 작은 크기라고 한다.



Q. 프랑스인들은 못됐어

나 또한 파리를 여행한 사람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이다. 이 부분에 대해 파리에서 평생 살아온 친구 마린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파리지앵은 왜 불친절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을 여기 옮겨본다. 


“파리에는 해마다 관광객 5천만 명이 방문한다고 해. 파리의 인구가 천만 명 정도인데 매년 몇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셈이지. 지도 앱이 없던 시절에는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멈춰서 길을 묻는 관광객의 질문에 답해주곤 했어. 영어를 못하는 사람에게 불쑥 영어로 길을 묻는다면 어느 날은 당황스럽거나 귀찮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 불친절한 사람들은 프랑스인에게도 불친절할걸? 마지막으로 파리지앵이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여유가 없는 건 사실이야. 회사에 다니는 팍팍한 도시 생활자가 많기도 하고. 이 도시가 몸살을 앓는 만큼 파리에 사는 사람들도 때론 지치곤 해. 하지만 대부분의 파리지앵은 관광객에게 예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


프랑스인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더 들어보자. 에밀리가 꽃집에서 장미를 사려고 하자 꽃집 주인이 그녀가 고른 핑크 장미 대신 작고 초라한 장미를 내민다. 과장된 설정이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리의 상점 주인들은 친절하진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인종 차별을 하거나 불쾌하게 굴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점원들이 지나치게 수다스럽거나 과도하게 열성적이어서(라파예트에서 향수를 살 때, 점원의 권유로 12개의 향수를 시향해 본 적 있다) 곤란한 적은 있었을지라도.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명확하게 불쾌하다는 의사 표현을 하도록 하자.


덧붙여 프랑스에는 기본 에티켓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있다. 상점에 들어서거나 이웃과 마주치면 “Bonjour”하고 소리 내 인사를 건네고,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 같은 것들이다. 나는 Bonjour와 Merci를 마법의 단어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를 잘하지 못할지라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보자. 훨씬 부드러워진 ‘까칠한 파리지앵’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 베레모, 컬러풀한 핑크 코트, 에밀리처럼 입고 다녀도 되는 거야?

여름 내내 화려한 원색의 원피스를 입던 파리지엔느들은 가을, 겨울이 되면 무채색의 옷을 입기 시작한다.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인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나 남색이나 검은색 재킷을 주로 입는데 대부분 ‘몸에 잘 맞고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하며, 컬러풀한 소품을 매칭하거나 화려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즉, 에밀리처럼 온통 화려한 컬러의 의상을 입은 파리지엔느는 실제로 드물다. 덧붙여 굴곡 있는 돌바닥이 많은 파리 특성상 에밀리의 아찔한 하이힐로는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베레모에 한해서는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렵다. 일부 파리지엔느 혹은 관광객들이 에펠탑과 몽마르뜨 인근에서 쓴걸 봤다는 정도만 언급해본다.  



Q. 열 시 반에 출근한다고?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대부분의 회사원이 여덟 시 반에서 아홉 시 사이에 출근한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설정이다. 프랑스식 인사인 비주(볼키스)를 동료들 사이에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라고 한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사 방법은 악수이다. 



Q. 그 외의 프랑스 남자에 대한 진부한 표현들에 대해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는 어찌 보면 귀여운, 프랑스 남자에게는 모욕적일 수준의 묘사들이다. 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거나 저녁 데이트가 고전 발레 공연이라며 화를 내는 남자나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키스를 허락하는 남자들은 프랑스 남자의 전형이 아니다. 이런 프랑스 남자와 데이트 하고 있다면, 당장 도망쳐야 한다. 

 

 

Q. 진짜 프랑스인이 궁금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불꽃튀는 연예인 에이전시 생활을 그린 Dix Pour Cent, 엎치락 뒤치락 귀여운 사랑과 우정 이야기 Plan Coeur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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