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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Oct 23. 2020

파리에서 가장 목가적이며 아름다운 몽소 공원

클로드 모네도 자주 간 파리지앵의 휴식처

첫날 아침, 튈르리 공원에도 변함없이 찾아온 눈부신 태양과 공기의 싱그러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저 산들거리는 미풍에 의해 샤를은 단숨에 그의 사랑하는 파리를 되찾았다. 카페의 테라스, 길어진 하루의 햇살, 포근하고 파란 석양의 한때, 인적이 뜸한 가로수길, 나무들과 조각. 결국 그의 쾌락과 몽상에 뜻을 같이하는 여름의 파리를 되찾은 것이다.

- 프랑수아즈 사강, <어떤 여름>





파리의 공원만큼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바캉스 동안 파리를 떠났던 파리지앵들은 무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시기에 공원을 찾아 여유를 즐긴다. 그 모습은 제각각이다. 책을 읽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잔디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여럿이 몰려와 수다를 떨기도 한다.


정원과 벤치, 작은 산책로가 있는 작은 규모의 공원은 몇 블록에 하나씩 있을 정도로 파리 시내의 공원은 많은 편이다. 총면적 2,844㎢인 파리의 500개에 가까운 공원이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 파리 도시 계획은 나폴레옹 3세 시대에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런던의 녹지에 감탄한 나폴레옹 3세가 조르주 외젠 오스만 남작에게 지시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라 하는데, 이때 몽소 공원과 뷔트쇼몽, 몽수리 공원이 만들어졌다. 오늘날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의 원형 교차로나 콩코르드 광장 같은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의 모습은 이 때의 광범위한 도시 정비 사업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파리의 공원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뤽상부르와 튈르리 공원. 루브르와 오르세를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틀림없이 스쳐 갔을 것이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곳은 두 공원보다는 덜 알려진, 파리지앵이 주로 찾는 몽소 공원(Parc Monceau)이다.




몽소 공원의 연못 근처에 있는 로마식 열주는 특히 아름답다. 파리에서 가장 직경이 넓다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느릿하게 그늘을 드리우는 늦은 오후, 연못 근처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볼 때면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몽소에 갈 때마다 나는 시집을 두어 권 챙긴다. 소박하면서도 낭만적인 풍경이다.



몽소 공원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귀족 중 한 명이자 루이 16세의 사촌이었던 오를레앙 공작 루이 필리프(Louis Philippe)는 1769년 몽소 마을의 토지를 매입한 후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공작은 애초에 단순한 영국풍의 정원에 동양적인 요소가 곁들여진 풍경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이 정원을 디자인한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카르몽텔(Louis Carrogis Carmontelle)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생전에 아이디어 구상을 위해 들고 다녔던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혁신적인 디자인,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보이는 공간을 구상 중이다.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이 이런 정원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 것이다.”


1779년, 마침내 완성된 정원은 당시 유행하던 디자인인 고대 유적과 동양적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으나 곳곳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건축 요소가 있는 독특한 공간이 되었다. 이집트 피라미드와 그리스 신전을 연상하게 하는 열주, 수련 연못과 직각 파빌리온까지. 이렇듯 이색적인 요소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낙타 같은 이국적 동물이 있어 이목을 끌었으며, 동양풍의 옷을 입은 시종이 손님들의 시중을 들었다. 특히 하나의 정원에 여러 시대와 문화가 곁들어진 이 정원을 디자인한 카르몽텔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는 곧잘 이곳을 ‘하나의 판타지가 모인 공간’이라 말하곤 했다.



혁명의 시기를 거치면서 몽소 공원의 소유주도 바뀌게 된다. 아름다웠던 파빌리온은 19세기 초에 무너졌으며, 1811년에는 황실 영토로 포함되게 되는데 호수와 피라미드, 약간의 건축물을 제외하곤 소실된 상태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1870년대가 되어서야 다시 세워졌는데 오늘날 몽소 공원에서   있는 로마식 열주도 그때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이 때   모파상, 조르주 상드 같은 프랑스인이나 쇼팽처럼 파리에서 활동한 유명한 예술가들의 동상도 놓이게 된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회전목마나 그네도   있다.



한편 몽소 공원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사랑받은 곳으로 손꼽힌다. 화려하지만 다소 딱딱한 뤽상부르 공원과 다른 목가적인 느낌의 이곳은 조르주 브라케, 구스타프 칼리보트, 클로드 모네에게 영감을 준 장소라고 한다.


몽소 공원을 그린 모네의 그림은 총 세 개. 공원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기에 정확히 그가 어디를 보고 그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무 밑에서 그림을 그리며 보낸 모네의 한적한 오후를 연상하게 된다. 빛에 대한 통찰과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자연을 화폭에 담는 모네의 화풍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Au Parc Monceau, Claude Monet, 18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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