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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an 23. 2016

동지와 설날에 만나는
팥죽의 비밀

    


일 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을 동지이다. 우리 조상들은 긴긴 동짓날 밤을 팥죽을 쑤어 먹으면서 보냈는데 다른 음식들도 많이 있는데 왜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 풍습을 이어 오게 되었을까?     


                                                  -    팥죽  -                            By 이정희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중 신라 선덕여왕 때 그녀를 사모했던 청년 지귀가 선덕여왕을 만나줄 것을  요구했지만 만나주질 않았다. 어느 날 분황사에서 예불을 드리러 갔을 때에도 만나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만나지 않고 예불을 드리러 법당으로 들어가버렸다. 밖에서 기다리던 청년 지귀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는 선덕여왕을 그리며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말았다. 여왕이 예불을  드리고 나오니 청년 지귀가 죽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청년 지귀는  귀신이 되어 원망하는 마음으로 신라 사람들을 괴롭혔다. 선덕여왕은 스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집집마다 팥죽을 쑤어 문설주에 바르도록 하였더니 그 이후 괴롭힘은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중국 요순시대에 형벌을 맡은 관리의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귀신이 되었다는 비슷한 이야기에도 나온다. 그런데 그 아들이 살아 생전에 먹기를 싫어하였던 것이 팥죽이어서 팥죽을 먹었더니 귀신이  찾아오질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다. 어느 날 한 가난한 선비의 집 앞을 지나가던 과객이 찾아와 하룻밤 쉬어가게 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집이 넉넉하지 않던 선비는 방을 내주고 하룻밤을 편히 쉬게 하고 보내려 하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내년에 벼를 심어보시오' 하고는 떠났다. 봄이 돌아와 과객의 말도 있고 하여 벼를 심었더니 풍년이 들었다. 이후에도 종종 선비의 집을 찾아와 하루 자고 가면서 '고추를  심어라 . 무엇을 ....  심어 보라' 하곤 일러 주었으며 일러 준대로 농사를 지으면 농사짓는 족족 풍년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반면 선비의 몸은 점점 야위어 병색이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허약해진 선비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을 지나가던 어느 용한 스님에게 자초지종을 여쭈어 보니, '그 과객이 귀신이니, 그가 싫어한다는 백마의 피를  집 담벼락에 뿌리라'고 일러줬다고 하는데 그 뒤로는 선비가 건강을 회복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백마의 피를 구할 길이 없어지자 피와 비슷한 팥죽을 뿌리기 시작하였는데 백마의 피와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어 건강을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기념하여 동짓날 팥죽을 끓이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아마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팥죽을 끓여서  집구석구석에 뿌리는 것을 보았을텐데 액운을 좇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동짓날인가!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다. 귀신이 찾아오기 가장 좋은 컴컴한 환경이 바로 동짓날이다.
컴컴한 밤에서부터 광명의 순간이 조금씩 조금씩 나타나는 것이다.

죽음에서 생명을 ,
노예로부터의 해방을 , 혹은  
어둠속에서 빛을 
찾았던 이야기로 일명 파스카 축제의 기원이 되었던 기원전 1500여 년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500 여 년 전에 이집트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파라오로부터 탈출하기 전 경험하였던 파스카의 신비와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백만명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땅으로부터 탈출하여 홍해를 건너 가나안 땅으로 오기까지의 사건은 대단한 빅 뉴스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파라오가 결정적인 후퇴선언을 하게되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집트의 모든 첫 아들들이  죽음을 맞이하였던 사건이다. 왕의 아들도 무참히 죽음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발랐기에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다.  이런 사건의 이야기는  전 세계 사방으로 퍼졌을 것이다. 이집트에서 탈출하였던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으로 이주하였고 이주한 사람들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그들과 거래를 하였던 상인들에 의해, 또 스님들에 의해서도 그 이야기는 인도로, 중국으로, 우리 땅으로까지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삼국시대는 이 사건이 일어난지 2000년 이후이다.  
이야기 속의 백마의 피를 뿌리는 행위는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랐던 것과 유사하다고 본다.

피는 일종의 제사의 제물로 죄의 허물을 벗어 버리는 예절중에 하나였다. 담벼락에 피를 뿌린다는 것은 우리 가족의 죄를 용서를 청함이요 피 대신에 피의 색깔과도 같은 팥죽을 뿌리는 것도 같의 의미를 포함한 예식중에 하나였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왜 하필 팥을 선택하였을까?


     양의 피던 백마의 피던 악마를 쫓겠다는 생각은 같은 것이며 동물을 키워 농사를 짓던 우리 조상들은 목축업을 하였던 유목민들과는 달리 동물을 잡아 제사를 지내는 일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피와 유사한 색을 나타내는 팥으로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팥죽을 끓여서 먹기도 하고  팥시루떡을 만들어 이사를 가면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귀신이 혹여나 괴롭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웃집들에게 팥떡을 돌리던 관습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 조상들은 팥으로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먹곤 하였다. 팥죽이나 팥떡, 팥밥 이외에도 젬병, 송편을 만들어 먹었고 근자에는 찐빵, 황남빵, 단팥빵이나  팥빙수, 아이스케이크, 연양깽 등을 만들어 먹고 하여 매우 친숙한 식품이 되었다.  그만큼 팥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히 들어온 유용한 식재료이다.     



   - 젬병 -      By  이정희









                                      - 팥빙수 -    By 이정희  



팥이 귀신을 정말로 쫓아낼 수 있는 것인가?


       팥이 가지고 있는 효능은 참으로 다양하기 짝이 없다.
 팥에는 인삼에 많은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어 체내 수분 배출을 도와 이뇨작용을 도와준다. 따라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해독을 유도하여 염증을 없애는데 이용되어 왔는데 팥에 함유되어 있는 칼륨은 소변과 함께 노폐물이나 독소물질 등을 배출해주어 혈액이 잘 통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이는 신진대사를 증가시켜 몸의 붓기를 빼주며 소변과 함께 빠져나간 나트륨으로 인해 혈압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또, 팥을 갈아 상처에 붙이기도 하였다. 

    팥에는 식이섬유가 많아서 먹으면 소화되지 않고 수분을 머금으면서 포만감을 제공해 주어 과식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쌀에 부족한 비타민 B1, 나이아신이 풍부해서 건강을 되찾도록 도움을 주다 보니 귀신 때문에 찾아온 질병이 아니라 실제로 영양성분이 부족하였던 요인들을 물리칠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심한 이뇨작용으로 신장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건강 외에도 팥에 풍부한 사포닌은 미세한 거품을 일으켜 피부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작용으로 피부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에 애용돼 왔다. 조선시대 기녀들은 팥, 녹두 등을 갈아 물에 섞거나, 팥물을 얼굴에 묻힌 후 문질러 사용하는 천연비누로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서 팥에는 피부의 주근깨, 기미 등 멜라닌 색소를 감소시키는 미백 효과도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팥으로 악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어 왔기에 그런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팥은 절기 식으로 밤이 가장 깊은 겨울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 되었는데 대두보다  칼로리가 낮은 편이어서 크게 추위를 극복할 정도의 에너지를 공급하지는 않지만 팥을 즐겨 먹으면 노폐물을 제거하고 해독작용을 도와 피로를 이겨내고,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풍습이  오늘날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팥죽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데 도움이 된다 하니 팥죽으로 전해 내려오는 풍습에 한번 젖어 매서운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팥죽을 먹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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