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투표를 맞이한 Z세대 4인의 이야기
정래현(이하 ‘래현’): D외고 3학년에 재학 중이고, 언어학을 좋아해요. 얼마 전에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출전해서 본선에 진출했어요�
한국일(이하 ‘국일’): D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이에요. 이 친구들하고는 장학재단 활동에서 만나게 되었죠. 원래 이름은 ‘한 국’이었는데 초등학교 때 ‘일’자를 붙여서 ‘한국일’이 되었어요.
씨: 오 그러면 나중에 ‘이’붙이시나요?
(....??)
모든 밀레니얼 세대의 개그가 이런 느낌은 아니지만 말이죠...
문예찬(이하 ‘예찬’): B고등학교 3학년이고, 교육학에 관심이 있어요. 지망학과도 교육학과에요.
왕예진(이하 ‘예진): 예찬이가 마음이 진짜 따뜻한 친구에요. 저는 마이스터고에서 뉴미디어 디자인 과에 다니고 있어요.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디자이너로 취직하게 되어서, 곧 직장인이 됩니다�
씨: 국일님은 관심있는 과가 있어요?
국일: 저는 정치외교학과요.
예진: 얘가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졸업하면 공약쥬스도 하고 싶다고 했어요.
��우리 세대의 정치 참여를 위해 힘쓰고 싶으신 분 환영��
��웅성웅성��
대충... 총선... 국회의원 선거라는 것 정도?
예진: 근데 래현이랑 국일이는 생일이 안 지나서 투표 참여를 못해요.
씨: 고3 때 첫 투표를 경험할 수 있었던 건데, 아쉽지 않아요?
래현: 아쉽지는 않아요. 평소에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거든요.
국일: 저도 아쉽지는 않아요.
씨: 국일님은 정치에 관심 많다고 하지 않았어요?
국일: 저는 선거연령 인하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었거든요.
씨, 숨, 솜: 진짜요??
국일: 선거 연령 인하를 주장하는 근거가 과연 맞는 근거일까 싶었어요. 근거들 중에 지금은 정보화 시대니까, 정보를 줘도 충분하다 라고 하는 주장이 있는데요.
우선, 정보화는 근거가 될 수 없어요. 정보화가 됐다고 의식 수준이 충분히 성장했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아니라고 답할 것 같아요. 청소년들에게 정보화라는 것은 자기 전에 침대맡에서 보는 유튜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도 있어요. 공감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정보화 시대가 정보의 양은 많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습득하고, 그 정보를 어떻게 나만의 생각으로 다듬어야 하는지 이런 걸 가르쳐주는 곳이 없거든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선택을 하려면 분명히 그 선택을 하기까지 생각을 해야하는데, 우리는 그 생각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니까요.
그리고 성인이 되면 학교를 벗어나는데, 그 전에 그런 시민교육을 받고 투표권을 받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런 것들이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선거권 인하를 하는 것은 반대에요.
공약만 보고 뽑는 것도 사실 아주 바람직한 것은 아니죠. 공약만 보고 뽑은 것은 최후의 수단이지, 그것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있을텐데, 다른 것보다도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는 것이 필요해요.
국일: 주로 포털사이트에서 언론사별로 찾아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정보를 찾다 보면 보이는 것만 보이곤 해서, 그럴 때는 종이신문을 읽기도 해요.
예진, 래현, 예찬: 저희는 전혀 안찾아봐요.
예진: 찾아볼 일이 별로 없어요. 학교에 있으면 그 날 배운 것들, 시험, 뭐하고 놀지 같이 하는 이야기만 주로 하죠.
래현: 공부하기 바쁘기도 하고, 정치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죠. 예진이 말도 맞고.
예찬: 그리고 저희가 이야기 하고 한다고 뭐가 바뀌지도 않으니까요.
국일: 이런 생각이 진짜 문제에요. ‘교실이 정치화’ 되고 있다고도 하는데, 아니에요. 우리나라 교실의 진짜 문제는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과하게 정치적 성향을 띈다? 아니에요. 문제는 다른 곳에 있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정치를 관심을 안가지는게 아니라 못하는거죠. ‘아 이럴 시간에 공부를 더 해야하지 않을까’ 이럴거에요. 한국의 과도한 학구열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대신 이런 제도(선거 연령 인하)를 뒷받침해 줄 교육은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전혀 없으니 문제죠.
예찬: 학교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기도 좀 그래요.
씨: 정치 이야기를 하는 친구가 있어요?
예찬: 있죠. 그런데 정치 이야기가 나와도 금방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요.
래현: 얘기를 해도 오래 못끌고 가죠. 친구들이 가끔 부모님이 지지하는 정당 얘기를 하면 저부터도 그런걸 전혀 몰라서 잘 못껴요.
국일: 진짜 리얼 교실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애들이 막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정치적인 농담을 많이 써요. 근데 그게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게 아니라 뜻은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쓰는거에요.
이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니까, 그 애들을 탓할 수가 없는거죠. 청소년들이 계속 정치에 관심을 안갖게 되면 이런 일이 계속 생기겠죠?
예진: 그런데 고등학교 가면 한 반에 한 명 쯤은 자기가 정치를 잘 알고, 어떤 정책이 나쁘고 좋고 그런걸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어요. 근데 그걸 잘 모르는 애들은 그 친구 이야기를 듣고 ‘그런가보다…’ 하는거죠.
래현: 고등학생들이 잘 모르다보니 물타기라고 하죠? 선동되는거에요. ‘아 저게 맞나보다.’ 국일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다 맞는 것도 아니고, 헛된 정보도 정말 많이 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듣다보니 어른들 투표권도 다 뺏어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새롭게 바뀌는 정치 제도들을 뒷받침해 줄
교육은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죠.
갈피를 잡지 못하는 Z세대의 첫 선거,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쉽게 이해되는 선거, 잘 소화할 수 있는 선거를 만들 수는 없을까?
공약쥬스를 위해 함께 고민해준
문예찬님, 왕예진님, 정래현님, 한국일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